느링느링 해피엔딩 -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딸이 보낸 백만 분의 시간
볼프 퀴퍼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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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는 원하는게 있으면 뭐든 '이거'라는 말과 엄마, 아빠 세 단어 밖에 못하는 꼬꼬마 베이비와 5살의 말괄량이 숙녀 두 명의 조카들이 있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가끔 만날 때면 저질 체력의 나에게서 그나마 있던 체력과 멘탈을 가져가 버린다. 어린 무법자들은 호기심도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가족 여행을 가게 되면 여기저기 질문도 많고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조카들도 여행이 끝나 집으로 가야할 때에는 안가겠다고 때를 쓴다. 어린이집도 가야하고 아빠가 이제 회사도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소용없다. 아빠가 회사를 가야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것도 사먹는 거라고 말하면 맛있는거나 어린이집도 필요 없으니 가지 말고 여행을 계속 하자고 말한다. 물론 아빠의 직장이 있기에 이 모든게 가능하다는걸 어린 나이의 조카는 알 리가 없다. 현실적인 어른들은 많은 것들이 여행을 끝내야할,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 어린 눈으로는 그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없다. 그저 여행이 좋고 가면 그만일 뿐. 물론 아직 현실을 모르는 조카는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라면서 점차 현실을 알게되는 어른이 된 후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여행을 가지 못할 이유가 생긴다. 나 역시 더 없이 현실을 알고 있는 어른이지만 그저 좋아서 하는 것, 이 단순함이 부러웠다. 어른이 되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여건이 되지 않아서도 있지만 그 여건을 핑계로 떠나지 못한다는 마음의 벽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국적을 불문하고 어린아이들은 모두 비슷하다는걸 느낀 건 이 책에서도 그런 꼬마 숙녀가 나오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쉼없이 달려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느리지만 명량함은 어디어서도 뒤지지 않는 딸이 있다. 성공이 곧 가족을 위한 길이라고 여기고 쉼없이 달리지만 어느날 딸에게 찾아온 불청객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그 딸은 아빠에게 백만분의 멋진 시간을 갖자고 말한다. 그렇게 아빠, 엄마, 딸 니나, 베이비 미스터 시몬은 백만분의 멋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바쁘기만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떠난 여행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한히 시간이 남는 듯한 여유로움도 느낀다. 그동안 몰랐던 가족들의 모습을 보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스케줄표에 나온 대로 시간에 맞춰 할 일도 없어 시간 관념도 잠시 잊고 자연에 어울려 거울 보는 것을 잊어 외모에 신경도 쓰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작가는 무언가를 꿈꾸고 실행에 옮겨야 할때는 지금이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늘 여행을 꿈꾸지만 늘 못떠날 이유가 생긴다. 지금의 나 자신도 그렇지만 여건이 갖추어지는 그 '언젠가' 떠나리라고 생각만 하면서. 하지만 그 언젠가의 여건이 딱 맞춰 갖추어 지기란 수십억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한다. 어릴때는 체력과 열정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 어른이 된 후에는 일이 바빠서 더 나이 들어 돈도 의욕도 있지만 체력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다. 체력과 열정, 돈, 시간 등의 여건이 모두 갖추어 지기란 우주적으로 볼때 채 100년도 살지 못하는 짧디 짧은 인간의 수명안에서는 작가의 말대로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그 언젠가를 지금으로 만들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영화에 보면 주인공들이 여행중에 만난 세계를 방랑하는 진짜 여행자 톰이 이런말을 한다. 세상을 여행하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알게된다. 하지만 그 양만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된다는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니나에게 세상이란 누구보다 힘든 곳이다. 남들과 달리기를 하면 항상 마지막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현실을, 계속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을 니나에게 가르쳐줘야 하지만 니나의 말대로 조바싱 내지 말고 느링 느링 걷다보면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참혹한 만큼 아름답기도 하니까. 세상에서 가장 느리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있은 백만분을 보낸 니나 가족의 여행은 빠르기만 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느링 느링의 행복함을 알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여우야에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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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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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서평을 쓰려다 보니 생각보다 쓰는게 쉽지 않았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그 책이 재미있다 없다의 단순한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책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써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사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그런만큼 쓰기가 어려웠다. 한 여자가 두 노부부를 죽였다. 오랜시간의 재판끝에 무기징역을 받았고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았고 재판에서 조차 나와서는 안되는 법집행관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 소설은 실제 대만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사건에서 작가는 극적인 내용의 소설적 허구를 가미하기 보다는 실제 사건에서는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주목했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미스터리 형식을 띠면서도 과하다는 느낌 없이 잔잔한 느낌으로 스토리가 흐르는 느낌이다.

중화권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접해본 이 소설 역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적 내용을 더해 쓰여진 작품이다. 소설은 작가 자신도 알고 있듯이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작품이라고 말한다. 한 여자가 두 사람을 죽였고 그 여자는 사갈녀(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한 말)라는 꼬리표를 달고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사형이 구형된 그녀의 항소로 최종 무기징역을 받았다. 작가는 이렇게 극명히 밝혀진 사건에 깊이 들어가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적 허구의 플롯을 만들었다. 외국에서 있었던 사건이라서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의 반응은 알 수 없다. 작가는 그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무조건적이 비난과 마녀 재판식의 황당한 판결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사건속에 있을 피해자나 가해자의 스토리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지만 작가는 이러한 스토리를 소설에 녹여내려 했다. 그 여자는 왜 두 사람을 죽여야 했나. 여기에는 알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은 의문들을. 피해자를 옹호하거나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그런 사건이 있게 되었은가를 사람들이 알기를 원했다고 했다.

죽여야만 하는 사정이 있다한들 그녀의 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사실 살인이라는 죄는 사람을 죽이는 순간부터 자신의 인권은 버린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인 여자는 마땅히 죽음으로 죄값을 치루어야 하고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가십처럼 오르내리며 비난받는다. 소설의 중간중간 다양한 사람들의 코멘트를 끼워넣은 것은 이런 단면을 보여준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나 피의자의 시점을 소설적 허구로 쓰여짐으로 이야기는 허구일지라도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입장을 각자 생각해 볼 수 있은 구실을 준다. 작가가 제목의 의미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 인성 등은 타인이 알 수 없으며 그러므로 누구나 상황에 따라 선해질 수도 있고 악해질 수도 있다. 많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사람은 태어날때 정해진 인성은 없고 물과 같아서 길이 나는대로 흐른다고 했다. 범죄심리학에서도 가난과 불우한 환경을 개선하면 범죄율도 낮아진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그런 환경이라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건 아니라는 것 또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그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검은 강이 있고 그 강줄기의 흐름 또한 어딘가 더 어두운 쪽으로 흐를 수 있음을 말이다. 비록 논란의 단두대에 설지라도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 같았다.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도 어떤 사건에 대한 가해자에 대해 마녀 사냥식의 비난이 빈번히 일어난다. 그때마다 그 사람의 스토리 보다는 그 사람과 사건을 보는 타인의 가십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비단 대만 사회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았다. 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독자에게 작가가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환기시키는 이야기의 흐름과 구조를 잘 갖추었고 소설적 흥미로움과 흡입력 또한 놓치지 않은 소설이었다.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는 그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화자로 하여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스릴과 가독성 또한 갖추어야 한다. 그러 의미에서 이번에 처음 접해본 대만 소설과 핑루라는 작가의 이번 작품은 또 한명의 대작가를 알게 된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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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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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는 선도 악도 없다"- 고자
"인간이 태어났을 때에는 완성되지 않은 밀랍과 같다."-에라스무스
"인간의 마음이 백지와 같다"-로크
학창시절에 늘 지루하기만 했던 윤리과목, 그 외에 많은 철학서들에 나올법한 옛 선현들의 말을 미스터리 소설에서 인용한 것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구별하기가 에매했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찾다보니 위의 말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 말들은 성무선악설이라 말로 모을 수 있다. 윗 사람들 외에 칸트나 듀이 같은 많은 철학자들은 사람은 태어날 때 선이나 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자라면서 환경에 따라서 선해질 수도, 악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135만 독자를 사로잡은 작품 시즈쿠이 슈스케의 <범인에게 고한다>의 그 2편으로 전편에서 일명 베드맨과의 대결을 보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립맨'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범죄 미스터리 특성상 분명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이 악인이고 그를 뒤쫓는 경찰이 선인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 구분이 모호하다는 느낌이다. 취업에 실패하고 범죄의 유혹에 이끌려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들에게서 이것은 사회의 불합리함이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그것이 옳은 일이 아닐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의 모습이 선해 보이지만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쁜짓을 저지르는 범인들을 용인하거나 할 마음은 들지 않지만 어쩌면 인간은 분명한 선도 분명한 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범인에게 고한다 2편이기는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다. 전편에서 범인과 대결을 벌였던 형사 마키시마가 주요 인물로 또다시 등장하지만 반드시 전편을 읽을 필요은 없다. 소설 곳곳에 전편의 내용을 상기시키는 부분이 나오지만 단독으로 읽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단지 마키시마라는 인물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고 싶다면 1편을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편 범인에게 고한다 보다는 이번 2편인 립맨이 훨씬 더 재미있다는 느낌이다. 주요 인물인 형사가 활약하는 부분이 많은 다른 범죄 미스터리와는 달리 '립맨'이라 불리우는 범인과 형사,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 인물 이렇게 세 사람의 시점이 적절히 교차하면서 마치 세 팀이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면서 서로 속고 속이는 전략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구조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한 사람의 전략이 나온 후에는 다음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다 궁금해진다. 이러한 긴장감과 흡입력은 소설이 끝날때 까지 놓치지 않는다는게 이 소설의 매력적인 점인 것 같아.

보이스 피싱이나 유괴 사업 등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인 범죄들을 소재로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스토리로 탄생시킨 이 소설은 끝날듯 끝나지 않는 막바지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더없이 좋은 소설이 될 것 같다.

 

여우야 체험단 이벤트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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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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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우연히 버스킹을 하고 있은 외국인 청년을 보게되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를 매고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상가의 기둥옆에서 아무도 듣지 않지만 열심히였다. 버스킹이라지만 마이크도 엠프도 없어서인지 기타소리며 노래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런만큼 시끄러운데다 가게마다 노래를 틀어 놓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장소도 적당해보이지 않았다. 원래 버스킹을 해온 장소도 아니고 그런 것에 관심을 보일만한 대학가도 아니었다. 나 혼자 추측해보건데 그 외국인 청년은 여행중이었고 조금이나마 여행 경비를 벌고자 했던 것 같았다. 여행을 위한 버스킹인지 버스킹을 위한 여행인지 아님 둘다 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라도 들어줄걸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보니 어떤 외국인 여자가 사진을 펼처놓고 팔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여행중에 찍은 사진을 팔고 있었던 듯 하다. 더운 여름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나는 부러웠다. 그들은 여행중이였으니까.

해외여행은 전무하고 여행이라고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간것 빼곤 제주도를 두어번 가본게 다이다. 가족 여행은 해본적도 없다. 나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고향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 전근을 보내자 대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던졌다. 외국도 아니고 고작 지방 어딘가였는데 말이다. 자신의 고향과 가족을 떠나면 죽는줄 알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아빠의 휴가때 여행을 간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그런 사람의 딸이어서 그런지 나도 어딘가를 떠나는게 두렵고 어렵게 느껴졌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다고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지금이다. 물론 지금은 마음은 어디라도 떠나고 싶으나 여건상 못가는 것이지만. 그렇다 지금의 나는 어디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다. 전에는 어디 어디 가고 싶은 곳도 정해놓고 여행 잡지도 많이 사봤는데 이제는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이라는 마음이다. 그런 내 마음에 꼭 맞춘듯한 여행책이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였다. 솔직히 직접 가지못하는데 여행책만 백날 읽는게 이제는 지긋지긋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안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게 했다. 더군다나 제목이 내 마음과 꼭 같은거라니.

작가는 여행잡지의 편집자로 바쁜 직장인으로서의 틈나는 대로의 여행이야기를 들려준다. 감상적인 말과 사진, 미사여구가 많거나 한 수많은 여행책과는 달리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다.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와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 여행 할때의 조언 등으로 조근조근 채워져있다. 마치 친한 언니가 다녀온 여행에 대해 까페에서 수다떨듯 얘기해주는 듯 하다. 조언에 대래서도 무척 쿨하다. 처음에는 사진도 별로 없도 내 스타일도 아닌 일러스트가 있어서 지루하면 어쩌지 했는데 의외로 무척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고 현실적인 조언이나 에피소드가 많다보니 정말 옆어서 듣는 것 마냥 귀담아 듣고 싶어진다. 여느 여행책과는 색다른 그런 느낌이 좋았다. 마감과 야근에 쫓기고 럭셔리한 여행은 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이 여행을 못할 조건이라는 핑계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어쩌면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떠날 수 있는 용기을 주지 않을까 한다. 여행은 나를 찾는다는 오글거리는 거창함이 아니라 내 통장의 잔고와 시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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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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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스스로 읽고 습득한 지식을 우리는 지식을 쌓는다 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쌓는다는 것은 많아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아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 유일하게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 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물론 사랑에 관한 기술서들과 강연들이 많아서 정보를 습득하고 알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은 여느 기술처럼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모호해지고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와무라 겐키의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그런 사랑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

어느날 9년전에 헤어진 첫사랑 여자친구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안정적인 직장과 아름다운 약혼녀도 있는 남들이 봤을 때 부족함이 없는 남자 후지시로는 그녀가 왜 편지를 보냈는지 궁금해하면서 그녀에 관한 옛 기억이 서서히 떠오른다. 소설은 후지시로의 첫사랑 하루가 보낸 편지에서 시작해서 하루를 처음 만나 사랑했던 그 때의 일과 약혼녀 야요이와의 현재 시점이 교차되어 이어진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뭔가 감성적이고 설레이는 감정이 느껴지는 소설일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현실적인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결핍에 의한 외로움, 각자 다른 사랑의 무게의 불균형에서 오는 슬픔, 그럼에도 그것들이 있어 서로를 채워주는 듯한 사랑. 좋아한다고 분명히 느꼈음에도 멀어져가는 첫사랑 그녀 하루를 잡지 못한 후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 야요이 역시 떠나가지만 미친듯한 그리움을 느끼지 못한체 시간을 보낸다. 과연 그는 그녀들을 사랑했던 것일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잘 모른체 첫사랑과 현실의 사랑하는 사람마저 떠나버린 후지시로, 언제든 만남은 있지만 처음의 설렘이 식게되면 진지함과 지루한 침묵만이 남게 되어 버리는 야요이,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해서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하는 태스크, 강렬한 기억을 남긴 만남 이후로 어떤 만남도 그 같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새로운 만남을 갖지 못하는 나나 등 소설은 등장인물들 각자의 모호한 사랑의 감정들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누구든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느꼈을 법한 감정들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그것은 손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고독해진다고.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니까."

 

 

자기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하기 힘들다는 말이 공감이 갔다. 이기적인 존재인 사람은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상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 만으로 진정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나 질투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베이고 상처를 받아도 다시 또 사랑하게 되고 그런 면에서 사람은 동물들보다 그런 학습 능력은 떨어진다는 야요이의 말처럼 사랑에 아파하고 상처를 받더라도 그로 인해 성장하고 거기에서 자기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도 더 사랑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게 소설을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의를 어느 누구도 정확히 내릴 수 없는 각자의 감정이라는 것처럼 이번 소설에서도 사랑에 대해서 학습이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형태를 섬세하고 감성적인 필체로 엿본 것 같았다. 사랑의 성장통을 겪는 소설속 인물들을 보며 사랑을 시작려는 사람이나 지금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도 한번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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