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고 서평을 쓰려다 보니 생각보다 쓰는게 쉽지 않았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그 책이 재미있다 없다의 단순한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 책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써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사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그런만큼 쓰기가 어려웠다. 한 여자가 두 노부부를 죽였다. 오랜시간의 재판끝에 무기징역을 받았고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았고 재판에서 조차 나와서는 안되는 법집행관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 소설은 실제 대만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사건에서 작가는 극적인 내용의 소설적 허구를 가미하기 보다는 실제 사건에서는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주목했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미스터리 형식을 띠면서도 과하다는 느낌 없이 잔잔한 느낌으로 스토리가 흐르는 느낌이다.

중화권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접해본 이 소설 역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적 내용을 더해 쓰여진 작품이다. 소설은 작가 자신도 알고 있듯이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작품이라고 말한다. 한 여자가 두 사람을 죽였고 그 여자는 사갈녀(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한 말)라는 꼬리표를 달고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사형이 구형된 그녀의 항소로 최종 무기징역을 받았다. 작가는 이렇게 극명히 밝혀진 사건에 깊이 들어가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적 허구의 플롯을 만들었다. 외국에서 있었던 사건이라서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의 반응은 알 수 없다. 작가는 그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무조건적이 비난과 마녀 재판식의 황당한 판결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사건속에 있을 피해자나 가해자의 스토리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지만 작가는 이러한 스토리를 소설에 녹여내려 했다. 그 여자는 왜 두 사람을 죽여야 했나. 여기에는 알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은 의문들을. 피해자를 옹호하거나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그런 사건이 있게 되었은가를 사람들이 알기를 원했다고 했다.

죽여야만 하는 사정이 있다한들 그녀의 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사실 살인이라는 죄는 사람을 죽이는 순간부터 자신의 인권은 버린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인 여자는 마땅히 죽음으로 죄값을 치루어야 하고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가십처럼 오르내리며 비난받는다. 소설의 중간중간 다양한 사람들의 코멘트를 끼워넣은 것은 이런 단면을 보여준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나 피의자의 시점을 소설적 허구로 쓰여짐으로 이야기는 허구일지라도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입장을 각자 생각해 볼 수 있은 구실을 준다. 작가가 제목의 의미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 인성 등은 타인이 알 수 없으며 그러므로 누구나 상황에 따라 선해질 수도 있고 악해질 수도 있다. 많은 고대의 철학자들은 사람은 태어날때 정해진 인성은 없고 물과 같아서 길이 나는대로 흐른다고 했다. 범죄심리학에서도 가난과 불우한 환경을 개선하면 범죄율도 낮아진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그런 환경이라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건 아니라는 것 또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그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검은 강이 있고 그 강줄기의 흐름 또한 어딘가 더 어두운 쪽으로 흐를 수 있음을 말이다. 비록 논란의 단두대에 설지라도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 같았다.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도 어떤 사건에 대한 가해자에 대해 마녀 사냥식의 비난이 빈번히 일어난다. 그때마다 그 사람의 스토리 보다는 그 사람과 사건을 보는 타인의 가십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비단 대만 사회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았다. 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독자에게 작가가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환기시키는 이야기의 흐름과 구조를 잘 갖추었고 소설적 흥미로움과 흡입력 또한 놓치지 않은 소설이었다.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는 그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화자로 하여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스릴과 가독성 또한 갖추어야 한다. 그러 의미에서 이번에 처음 접해본 대만 소설과 핑루라는 작가의 이번 작품은 또 한명의 대작가를 알게 된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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