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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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우연히 버스킹을 하고 있은 외국인 청년을 보게되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를 매고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상가의 기둥옆에서 아무도 듣지 않지만 열심히였다. 버스킹이라지만 마이크도 엠프도 없어서인지 기타소리며 노래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런만큼 시끄러운데다 가게마다 노래를 틀어 놓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장소도 적당해보이지 않았다. 원래 버스킹을 해온 장소도 아니고 그런 것에 관심을 보일만한 대학가도 아니었다. 나 혼자 추측해보건데 그 외국인 청년은 여행중이었고 조금이나마 여행 경비를 벌고자 했던 것 같았다. 여행을 위한 버스킹인지 버스킹을 위한 여행인지 아님 둘다 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라도 들어줄걸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보니 어떤 외국인 여자가 사진을 펼처놓고 팔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여행중에 찍은 사진을 팔고 있었던 듯 하다. 더운 여름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나는 부러웠다. 그들은 여행중이였으니까.

해외여행은 전무하고 여행이라고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간것 빼곤 제주도를 두어번 가본게 다이다. 가족 여행은 해본적도 없다. 나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고향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 전근을 보내자 대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던졌다. 외국도 아니고 고작 지방 어딘가였는데 말이다. 자신의 고향과 가족을 떠나면 죽는줄 알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아빠의 휴가때 여행을 간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그런 사람의 딸이어서 그런지 나도 어딘가를 떠나는게 두렵고 어렵게 느껴졌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다고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지금이다. 물론 지금은 마음은 어디라도 떠나고 싶으나 여건상 못가는 것이지만. 그렇다 지금의 나는 어디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다. 전에는 어디 어디 가고 싶은 곳도 정해놓고 여행 잡지도 많이 사봤는데 이제는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이라는 마음이다. 그런 내 마음에 꼭 맞춘듯한 여행책이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였다. 솔직히 직접 가지못하는데 여행책만 백날 읽는게 이제는 지긋지긋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안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게 했다. 더군다나 제목이 내 마음과 꼭 같은거라니.

작가는 여행잡지의 편집자로 바쁜 직장인으로서의 틈나는 대로의 여행이야기를 들려준다. 감상적인 말과 사진, 미사여구가 많거나 한 수많은 여행책과는 달리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다.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와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 여행 할때의 조언 등으로 조근조근 채워져있다. 마치 친한 언니가 다녀온 여행에 대해 까페에서 수다떨듯 얘기해주는 듯 하다. 조언에 대래서도 무척 쿨하다. 처음에는 사진도 별로 없도 내 스타일도 아닌 일러스트가 있어서 지루하면 어쩌지 했는데 의외로 무척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고 현실적인 조언이나 에피소드가 많다보니 정말 옆어서 듣는 것 마냥 귀담아 듣고 싶어진다. 여느 여행책과는 색다른 그런 느낌이 좋았다. 마감과 야근에 쫓기고 럭셔리한 여행은 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이 여행을 못할 조건이라는 핑계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어쩌면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떠날 수 있는 용기을 주지 않을까 한다. 여행은 나를 찾는다는 오글거리는 거창함이 아니라 내 통장의 잔고와 시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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