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10주년 한정 특별판, 양장)
한강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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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P95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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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10주년 한정 특별판, 양장)
한강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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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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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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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라서 말로 다 할 수도 없어. 너무 바라서 차마 바랄 수가 없어. 그래서 잠을 자려고 해. 나쁜 생각을 하지 않도록. - P27

빛의 속도로 나를 스쳐가는 것은 온 우주고, 지구며, 내 집과 친구들이고, 나는 여기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내 시간도 서는 거라고. - P17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서운해 하지 않으려 해. 나는 내 선택을 했고 당신은 당신의 선택을 한 거니까. - P26

이리 외로울 바에야 살 가치가 있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어. - P49

더 생각해 보니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죽는 거더라고. 그 도시처럼. 뭔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거야. 의지를 갖고, 지치지 말고. - P60

나는 모든 사라지는 것 앞에서 비명을 질렀어. 망가지고 사라지고 늙고 분해되고 죽고 멸망해 가는 것들 앞에서. 단 한 번에 어처구니없이 잃어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애도했어. - P61

우리가 무한의 강을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서 우연히 마주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어. - P69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하루가 다 필요해. 하루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 하염없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생이 끝나리라는 예감을 해. - P78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 거야. - P87

당신과 나는 초콜릿 물을 뺄 때처럼 머리를 맞대고 땀을 찔찔 흘렸어.
"고리가 단단하네. 드라이버가 먼저 부러지면 어쩌지."
"그럴 수도 있어."
내가 말했어.
"하지만 그건 일어난 뒤에 생각할래. 미리 생각하면 괜히 두 배로 더 생각하는 거니까."
내가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때 멍하니 당신을 바라봤던 것도 기억해. 그 순간 당신과 사랑에 빠졌던 것도 기억해.
"재미있네." 내가 말했어.
"뭐가" 당신이 물어.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내가 당신을 닮으니까."
"떨어져 있지 않아." 당신이 고리를 들여다보며 답했어. "우린 같은 시간선을 살고 있으니까. 같이 늙어가고, 같이 나이가 들어 가고 있지."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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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10주년 한정 특별판, 양장)
한강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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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24
사람이 죽으면 빠져나가는 어린 새는 , 살았을 땐 몸 어디에 있을까, 찌푸린 저 미간에, 후광처럼 정수리 뒤에, 아니면 심장 어디께에 있을까.

P.69
그 순간 왜 분수대가 떠올랐는지 모른다. 짧게 감은 눈꺼풀 속에서 유월의 분수대가 눈부신 물줄기를 뿜었다. 버스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가던 열아홉살의 그녀는 눈을 질끔 감았었다.
하나하나의 물방울들이 내쏘는 햇빛의 예리한 파편들이, 달궈진 눈꺼풀 안쪽까지 파고들어 눈동자를 찔렀다.

p.77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P.85
모두가 그녀에게 귀엽게 생겼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중략) 그러나 열아홉살의 여름이 지나자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스물네살이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스럽기를 기대했다. 사과처럼 볼이 붉기를, 반짝이는 삶의 기쁨이 예쁘장한 볼우물에 고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빨리 늙기를 원했다. 빌어먹을 생명이 너무 길게 이어지지 않기를 원했다.

p.95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9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105
처음 방으로 밀어넣어져을 때는 우리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어린 고등학생들도 여기가 어디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모두 침묵했습니다. 그 새벽에 겪은 일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한시간여의 그 절망적인 침묵이, 그곳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킬 수 있었던 마지막 품위였습니다.

P.116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P.134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들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p.134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P.135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 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 주기를 기다립니다.

P.136
성희 언니가 보름달을 보고 말했다. 그럴듯하지 않니. 달은 밤의 눈동자래.

P.146
그 가로등 아래 당신은 혼자 서 있다. 불빛이 비치는 곳까지만 안전하다. 어둠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관 없다, 몸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불빛의 동그라미를 빠져나가지 않을 테니까.

p.154
일과 짧은 휴식과 잠의 규칙적인 리듬 속에서 혼자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한, 빛의 동그라미 바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p.158
무릎 꿇고 살기 보다 서서 죽길 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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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소년이 온다 1 창비 국내문학 큰글자도서
한강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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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빠져나가는 어린 새는, 살았을 땐 몸 어디에 있을까, 찌푸린 저 미간에, 후광처럼 정수리 뒤에, 아니면 심장 어디께에 있을까. - P24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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