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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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라서 말로 다 할 수도 없어. 너무 바라서 차마 바랄 수가 없어. 그래서 잠을 자려고 해. 나쁜 생각을 하지 않도록. - P27

빛의 속도로 나를 스쳐가는 것은 온 우주고, 지구며, 내 집과 친구들이고, 나는 여기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내 시간도 서는 거라고. - P17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서운해 하지 않으려 해. 나는 내 선택을 했고 당신은 당신의 선택을 한 거니까. - P26

이리 외로울 바에야 살 가치가 있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어. - P49

더 생각해 보니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죽는 거더라고. 그 도시처럼. 뭔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 거야. 의지를 갖고, 지치지 말고. - P60

나는 모든 사라지는 것 앞에서 비명을 질렀어. 망가지고 사라지고 늙고 분해되고 죽고 멸망해 가는 것들 앞에서. 단 한 번에 어처구니없이 잃어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애도했어. - P61

우리가 무한의 강을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서 우연히 마주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어. - P69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하루가 다 필요해. 하루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 하염없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생이 끝나리라는 예감을 해. - P78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 해만큼 그렇게 될 거야. - P87

당신과 나는 초콜릿 물을 뺄 때처럼 머리를 맞대고 땀을 찔찔 흘렸어.
"고리가 단단하네. 드라이버가 먼저 부러지면 어쩌지."
"그럴 수도 있어."
내가 말했어.
"하지만 그건 일어난 뒤에 생각할래. 미리 생각하면 괜히 두 배로 더 생각하는 거니까."
내가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때 멍하니 당신을 바라봤던 것도 기억해. 그 순간 당신과 사랑에 빠졌던 것도 기억해.
"재미있네." 내가 말했어.
"뭐가" 당신이 물어.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내가 당신을 닮으니까."
"떨어져 있지 않아." 당신이 고리를 들여다보며 답했어. "우린 같은 시간선을 살고 있으니까. 같이 늙어가고, 같이 나이가 들어 가고 있지."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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