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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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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올 때까지 아내는 변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풀만 먹게 되긴 했지만 나는 더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5

그제서야 그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수도승처럼 담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 P110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 P203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 P231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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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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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너에게 꼭 해야할 말은 없었다. 없는 줄 알았다.
말해야 할 것은 너와 함께했던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다 하였을 테고, 그럼에도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은 말이 되어 나와버리는 순간 본질에서 멀어진다고, 말이 진심에서 가장 먼 것이라고. - P15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 P23

담이 하는 것은 나도 하고 싶었고, 담이 가는 곳에는 나도 가고 싶었다.
나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채로, 누가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이다 그런 것 없이 같이 있고 싶었다. - P30

죽으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살아서는 답을 내리지 못 한 것들, 죽으면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모르겠다. 살아서 몰랐던 건 죽어서도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죽은 뒤에는 모른다고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 뿐. - P34

나는 나와 비슷하게 작은 구가 좋았다. 더 높거나 낮지 않게, 비슷한 눈높이로 세상을 보는 것만 같아서. - P41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 P70

처음 만났을 때, 구와 나는 다른 조각으로 떨어져 있었다.
함께하던 어느 날 구와 나 사이에 끈기 있고 질펀한 감정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우리의 모난 부분을 메워 주는 퍼즐처럼, 뼈와 뼈 사이의 연골처럼, 그것은 아주 서서히 자라며 구와 나의 모나고 모자란 부분에 제 몸을 맞춰가다 어느 날 딱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다.
딱 맞아떨어지며 그런 소리를 낸 것이다.
너와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 있겠네. - P88

참기 싫다고. 참는 게, 싫어졌다고. 나한테 묻지 말라고, 내가 뭘 알겠느냐고.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근데 여긴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 아닌 세상 아니냐고.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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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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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꼭 안아 주고 싶은 어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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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드라마 방영 기념 한정판)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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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예전에 드라마로 이 이야기를 먼저 접하고 책까지 읽어보게 됐어요. 책 지지리도 안 읽던 사람이었는데 ㅎㅎ...
오랜만에 이런저런 책들에 흥미를 가지게 되며 이책도 다시 집게 됐어요. 학생 때 읽었던 시절 그대로 여전히 따듯하지만 힘이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네요.
가끔씩 훅 들어오는 어른러브... 느낌이 황당할 때도 있지만 그것또한 이 책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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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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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는데 이모와 무엇인가를 축하하고 싶었다.
축하할 일이 없다면, 아무일도 없다는 걸 축하하면 되니까. - P40

존재감이 없다고 느꼈으면서도 어쩌면 그게 존재감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원은 생각했다. - P38

부정할 수 없는 말은. 늘 날카로운 법이다. - P51

"음...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 P54

너무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들은 말하기가 어렵고,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쪽이 정확할 때가 있다. - P61

모든 첫사랑은 과거완료야 - P100

상대방이 위로도 돌봄도 원치 않는다면, 곁에 있는 사람도 그를 염려하는 마음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걸까. - P152

혼자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 P191

진심이나 진정성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세상에 좌절할 일이 없겠지. - P253

듣기 좋은 빈말보다는 진실이 중요한 거야. - P262

타인의 배려를 받고 신세를 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면서도, 결국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빚을 만들어가는 일일 테니까. - P268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고? 만나지 말자는 소리네."
"왜 또 그런 소리가 돼"
해원이 찌푸렸지만 명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날씨가 언제 좋아지는데. 추위 끝나고 봄이 오면? 꽃 피고 새 울면?"
"그런 거지, 뭐. 겨울 지나고... 따뜻한 바람 불면서 봄이오면."
"그럼 미세먼지를 끌어안고 황사가 오겠지. 봄 내내 뿌연 하늘이다가 겨우 먼지 끝나면 폭염에 장마가 오겠지. 그냥, 만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하렴.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 날씨 좋을 때 보자... 난 그런 빈말 싫더라."
해원은 다소 지친 투로 후 한숨지었다.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요. 꼭 빈말로 하는 건 아니야. 정말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안부도 묻고 싶은데, 막상 바쁘게 살다 보니 잘 안 되는 거지."
"어떤 식으로 말해도, 절실하지 않은 관계라는 데는 변함이 없어. 진짜로 보고 싶어 봐. 눈보라 치고 강둑이 범람하고 전쟁이 나도, 만나겠다고 목숨걸고 달려가는 게 인간들이지." - P296

세월이 흐르며 누적되는 것들은 의외로 힘이 세고, 이제 와서 한꺼번에 걷어 내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 P297

요즘의 나는 사랑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었고, 또 무엇인가를 잃었다. 잃었음을 알고 있는데, 새로 얻은 게 좋아서 무엇을 잃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 P303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 P338

비밀은 말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나을 때가 있지. - P360

미움을 키운다는 건 내 발목을 잡는 일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아직은.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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