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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ㅣ 건들건들 컬렉션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2년 10월
평점 :
우리나라 남자라면 대부분 어릴적에 소위 BB탄이라는 초소형 화약이 들어간 모형 총기를 쏴본 경험이 있을것이다. 남자아이들의 강한 것에 대한 동경은 신체적 무력을 탐하다가 차차 무기라는 더 강력하고 편리한 대안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잠시 잊었던 기억을 군대 사격훈련을 통해 되살리곤 한다. 그게 마지막이다. 전역을 하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회적인 지위를 통한 힘을 얻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거세된 원초적 남성성을 회상시켜주는 물건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총임을 부정할수 없다. 로봇? 그 또한 무기이다. 총이나 빔을 쏘지 못하는 로봇이 하나라도 있었나?
베레타, 스미스앤웨슨 등등의 브랜드가 있지만 적어도 어린시절 내게 인식된 최초의 권총은 콜트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콜트社의 창립자에 대한 평전을 얻어 읽는 기회가 왔다.
새뮤얼 콜트는 어렸을때부터 여러모로 남다른 인물이었다. 반항기가 다분했고, 사고뭉치였는데 그 사고의 스케일 또한 상당했고 내용 또한 독창적이었다. 그 기저엔 빨리 성공하고 싶은 야망이 있었기에 표출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한다.
자신이 사는 마을 호숫가에서 배를 폭발시킬거라는 광고를 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전기를 이용한 폭발시연을 감행한다. 오늘날에야 초등학생들만 해도 전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전구로 불을 밝히는 실험을 해보지만, 그 당시 19세기 초기만 해도 어린 콜트의 이런 시도는 매우 대담하고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한마디로 그는 어릴때부터 사람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아는 인물이었고, 결국 그걸 돈으로 연결시킬수 있다는 점 또한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때는 친구들을 모아 언덕에서 선생님 이름을 호명하며 대포를 쏘기도 한다. 한마디로 상상초월의 캐릭터인 것이다.
훗날 그의 쇼맨십은 아산화질소 가스를 이용한 시연 사업에도 활용된다. 90년대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우리가 흔히 웃음가스로 알고 있는 그 가스를 대중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이는 콜트가 생각했던 리볼버 권총 생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게 된다.
이런 콜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홍보의 전설로 불리는 PT 바넘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 중반부에도 그 바넘이 등장하는게 아닌가. 아무튼 개인적으로 둘은 매우 비슷한 - 사기꾼 기질마저도- 유형의 인간으로 느껴졌다.
콜트가 사업을 하는데 의지했던 첫번째 인물은 그의 아버지였다. 그 또한 대담하고 강인한 인물이었음을 처음부터 느끼게 된 일화가 있는데, 아들 샘이 철들게 하기 위해 배를 타도록 조치했다는 점이다. 반항아였던 콜트지만 그는 아버지를 신뢰했고 따랐다. 배를 탄 기간동안 많은 고생을 겪었지만 훗날 사업을 하는 때까지 물적, 심적 조력자로서 아버지를 의지한다.
역사속 많은 독재자 타입의 인물이 그렇듯 샘 또한 가족애가 지극했다. 그렇지만 47년에 불과한 그의 삶속에 녹아있는 가족사는 평탄하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형제를 잃는 경험을 해야했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형 존 때문에 마음 아파했고, 나중에는 자식을 잃는 슬픔 또한 겪게 된다.
미국을 총기의 나라로 만드는데 누구 못지 않게 일조한 인물에게 주어진 천형이었을까.
가족사는 아픔이 많았지만, 적어도 사업에 있어서는 - 마치 오늘날의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이기적이며 천재적인 사업가였던 콜트에겐 - 다양한 조력자들이 존재했다. 인격적으로 존경받기 힘든 인물이었음에도 그와 상반되는 신사적인 그리고 똑똑한 엔지니어가 옆에 있었고 콜트리볼버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피어슨과 루트가 그 예이다. 결국엔 보수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콜트와 파국을 맞게 되지만 그 전에 결정적인 순간까지는 함께 함으로써 콜트 앞의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결국 콜트의 성공 뒤에 미국의 모든 역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에 표현되었듯이, 살인, 자살, 사고, 강도 심지어 영화속 보안관과 무법자들의 손에는 콜트리볼버가 있었기 때문이다.
콜트는 모든 시간을 돈을 벌거나 절약하는데 쓰고 싶어하는 천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총기사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가지 사업을 벌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였다. 그렇지만 그의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사업가적 기질이 지나치게 발현된 또 하나의 결정적 장면은 그가 남북전쟁중 남부군측에 총기를 판매한 점이다. 다른 총기업자들이 남부에 제품을 판매하길 포기하는 중에도 콜트는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가로서는 이해가 가는 모습이지만, 그 대상이 총이라는 점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는 동족끼리의 살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인물로 평가될 여지를 남기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러한 평가가 가혹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가 진실로 총기문화를 주도한 인물인가? 오히려 기존의 문화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시장의 필요를 채우는데 좀 더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볼 순 없을까?
불이 그러하듯, 총 역시 누구의 손에 들려있는가에 따라 평화를 가져올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히틀러를 만들수도 있다.
콜트가 없었다한들, 누군가는 콜트의 역할을 했을것이다.
질풍노도와 같던 미국의 근대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인물중 하나로 새뮤얼 콜트를 이야기하기엔 모자람이 없을것이다. 개인적 감상을 말하자면, 평전이라기보다는 콜트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국 근대사를 살펴보게 하는 조금 말랑말랑한 역사서라 해도 무방하다.
독특하고 멋진 책이다. 기꺼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