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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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책의 소개를 보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 100억엔을 요구하는 유괴범들을 보며 대체 어떤 사람을 납치했길래 라는 생각과 함께 어떤 범인이길래 이렇게 어마어마한 액수를 요구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켰던 소설이다. 그리고 지금 영화로 상영되고 있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라고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무척이나 관심이 갔던 소설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된 대유괴는 처음 내가 생각했던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감옥에서 생활하던 겐지, 마사요시, 헤이타는 출소해서 살 일이 막막해 유괴를 결심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을 유괴하는 그런 파렴치범이 아닌 돈 많은 할머니를 유괴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부터 100억원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 나와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줄 5000만엔을 요구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유괴를 할 대상을 물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재력을 과시하는 82세의 할머니, 야나가와 도시를 유괴하기로 한다. 그런데 유괴할 당시만 해도 유괴범들이 우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괴하면서 그들의 상황은 역전된다. 오히려 유괴범들이 할머니에게 끌려다니는 신세. 이렇게 어리버리한 유괴범들이 또 있을까 싶다.

 

게다가 5000만엔을 요구할 거라는 유괴범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호통을 치는 할머니. 자신의 몸값을 100억엔으로 요구하라고 유괴범들에게 다그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런 할머니가 또 있을까 싶다. 또한 유괴범들을 끌고 다니며 수사당국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고 유괴범들을 진두지휘한다. 물론 이것은 할머니가 그저 유괴범들을 도와주기위해 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 할머니의 진심과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예상치못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가면서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들을 보며 범인들이 잡힐까 조마조마하다가도 할머니의 기지를 보며 안도하곤 했다. 유괴범들에게 무지개 동자라는 별명까지 지어주며 오히려 범인들을 안심시키는 할머니는 오히려 범인들보다 지금의 이 상황을 더 즐기는 듯하다. 그리고 나중에는 할머니와 무지개 동자의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분명 유괴인데, 이것은 범죄인데 싶어 너무 그들을 옹호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의 줄거리를 잠깐 보았다.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보며 어느 것이 더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영화를 보지 않고 소설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소설이 더 재밌다고 얘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간간이 범인들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며 실소를 터트리게 되었고 할머니의 천재적인 두뇌로 수사당국을 따돌리고 범인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안에서 유괴범과 피해자 사이로 만난 그들이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우리 삶에서 무엇을 중요시해야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한번 접해보고 싶다. 그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대유괴에서 이야기하는 핵심과 다르지 않을거라 보기에 흥미가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호기심 하나를 풀 수 있었다. 왜 수사당국은 이렇게 범인을 번번이 놓치는걸까 하는 생각을 끝까지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이 1978년도에 나왔다는 것이다. 그 당시만해도 핸드폰이며 네비게이션과 같은 첨단과학이 없는 시대였기에 할머니의 유괴사건에서 수사당국을 더 쉽게 따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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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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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만났던 테메레르는 정말 어리고 순한 용이었다. 물론 고집도 세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여웠다고 할까? 저런 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테메레르는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모든 서막이 그렇듯 일단은 재미보다는 극이 어떻게 전개되고 누가 나오는지 등을 고려해야하듯 테메레르의 1권은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맘 같아서는 재밌는 부분만 쏙쏙 골라서 읽고 싶은 그런 충동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2권을 볼 땐 1권과 비슷한 분량이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테메레르의 행동을 보며 피식 피식 웃기도 했고 테메레르의 행동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1권이 중국을 떠나 테메레르가 영국으로 오게 된 경위와 그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면 2권은 프랑스로 가야할 중국 용이 영국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중국 사절단이 오게 되고 다시 중국으로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엔 테메레르만 데려갈 생각으로 오게 된 용싱왕자 일행은 그 문제로 테메레르와 갈등을 겪게 된다. 로렌스와 함께가 아니면 절대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테메레르로 인해 이 둘은 같이 중국을 가게 되고 중국을 가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은 그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있음에도 그 사이에 테메레르가 그의 형제와 어머니를 만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되는 장면들도 있기에 더 재미있었다.


테메레르 2권에서는 이처럼 영국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겪게 되는 일들과 중국 내에서 동료들을 잃고 아파하는 모습, 더더욱 학구열을 높여만 가는 테메레르의 모습,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모습, 아직은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테메레르가 첫사랑을 하게 되는 모습까지 이 책 속에는 여러 가지의 사건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테메레르가 노예제도를 두고 로렌스와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영국에서는 용들이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로렌스와 토론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특히 중국에 도착하고 중국에서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용들을 보며 로렌스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용들이 구매를 하고 글자를 쓰며, 과거시험을 통해 관리가 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자신이 테메레르를 데리고 있는 것이 좋은 일인지 고민하는 모습은 둘 사이가 얼마나 서로를 위하는 관계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판타지 테메레르. 판타지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인물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점과 그 당시 상황들이 어떠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가 숨어있다.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이야기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상황들을 하나씩 살펴보다보면 어느새 이 책이 끝이 나 버린다. 두권을 읽었지만 아직도 테메레르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다음은 이스탄불에서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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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 1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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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한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처음 노름마치란 말을 들으면서 과연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참 궁금했었다.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았었다. 나중에 노름마치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 말 속에 담긴 뜻에 또 놀라기도 했다. 고수 중의 고수를 일컫는 은어라지만 이 말만큼 그들을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이렇듯 노름마치라고 불릴 수 있는 고수 18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이 이어온 우리의 춤과 노래가 다시금 이 땅위에서 되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글 같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나는 왜 그렇게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우리 것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야겠다는 마음부터 들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가슴이 아팠다. 손자의 소풍에 따라간 한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의 권유에 노랫가락을 불렀고 그것이 자신이 기생이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아들이 호적을 파자고 하자 할머니는 그날밤 음독을 한다. 이 얘기를 봤을 때 권번이 뭐길래, 기생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기생을 춤팔고 노래파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당시만해도 그것은 숨겨야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조심하며 살았을 그네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또한 무당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네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시집을 가서 신이 내리자 남편은 무당과는 살수 없다며 자신의 사진 반쪽을 떼어가버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잘못한게 아닌데 그렇게까지 했어야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대체 신내림이 뭐길래 이렇게 무서운 걸까 하는 마음부터 든다. 다른나라 신들도 이렇게 비정할까. 우리나라 무당은 신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정말 너무한 건 아닌가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래. 어쩌면 이러한 아픔이 그들에게 있었기에 그들의 춤과 노래가 더 절절한 것일수도 있겠지’ 하며 생각해보지만 너무나도 기구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이 책에서 한껏 감정을 드러낸 부분들을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편이 저릿하다. 아직 내가 우리 노래와 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 그네들을 보면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것 또한 내 욕심이고 자만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들을 바라봐주고 공감하는 것이 그네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

 

씻김굿을 준비하다 돌아가신 故김순태씨를 대신해 부인이 씻김굿을 하며 “다시는 손가락질 받지않는 곳으로 가라” 라고 했던 그 한마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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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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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는 이집트. 그러나 이집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그리고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알뿐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면 내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전 람세스라는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이집트를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다일 뿐 더 이상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호기심에 보게 된 책 시누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책의 표지로만 봐서는 왠지 왕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아 더욱더 호기심이 증폭된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왕이 아닌 왕의 의사였던 시누헤의 이야기이다. 그의 눈으로 본 그 당시 생활상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의사 센무트의 아내 키파는 갈대배에 실려 떠내려 온 아기를 발견하고 그를 데려다 키운다. 키파는 아이에게 옛날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시누헤라 짓는다. 옛날 이야기 속의 시누헤는 파라오의 궁정의사였는데 왕궁의 무시무시한 비밀을 엿듣게 되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먼 이국땅으로 도망을 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그 나라 왕의 딸과 결혼하여 이집트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이러한 전설 속의 인물의 이름을 가지게 된 주인공의 삶은 그리 평탄해보이지 않는다. 물론 소년시절의 이야기에서는 별로 남다를 것이 없지만 청년시대에 접어 들면서 그의 생활은 그다지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네페르네페르네페르를 만남으로 그의 인생은 180도로 달라진다. 이 여인을 만남으로써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게 몹쓸 짓을 하게 되고 끝내는 부모님의 죽음까지도 보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하여 그는 이집트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었고 그의 노예 카프타와 함께 여러나라를 전전한다. 이 와중에 그의 친구 호렙헴이 주변국들을 다니며 그 정세를 알아봐줄 것을 부탁함으로 그는 바빌론, 힛타이트, 미탄니 등 여러나라를 돌아다닌다. 물론 그가 의사라는 점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의 생활은 그다지 궁핍하지 않다.

 

바빌론 가짜왕 축제때 만나게 된 여인 미네아를 사랑함으로 크레타까지 가게 되지만 이 여인을 죽음에서 구해줄 수는 없었다. 사랑하던 여인 미네아를 잃고 그는 이집트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일들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새로 왕이 된 아케나톤이 이제까지 아몬 신을 섬기던 전통을 부정하고 아톤을 신으로 추앙하려한다. 탐욕으로 얼룩진 아몬 사제들과 귀족들에 염증을 느낀 그는 아톤의 제국을 건설하려 수도를 테베에서 아케나톤으로 옮긴다.

아톤의 사상은 그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상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는 사실,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모든 일들을 해결하는 것 등은 지금으로선 당연히 여겨지는 사상들이지만 그 당시로선 이러한 사상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아톤 사상을 받아들임으로써 백성들의 삶이 더 피폐해졌기에 백성들은 오히려 옛날을 더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하여 아톤 사상을 부르짖던 파라오를 독살하고 이전의 아몬을 섬기던 때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때 시누헤 또한 네페르네페르네페르에게 복수를 하지만 복수는 오히려 그녀를 이전보다 더 부유하게 만들어준다. 처음 그녀에게 복수를 할때만 해도 통쾌했던 그였지만 그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라오를 자신의 손으로 독살했지만 누구보다도 파라오의 사상을 이해했던 시누헤였기에 그의 남은 생엔 파라오의 사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려한다. 물론 호렙헴의 저지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역사 소설이 이렇다면 참 읽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의 내용을 죽 늘여뜨려 놓은 듯한 느낌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쉽게 그 이야기에 동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이라면 람세스 이전의 이집트와 이집트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을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또한 시누헤가 여러 나라를 둘러보며 그들의 문화와 사상들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고대엔 어떻게 살았는지 이 책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조금은 씁쓸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반드시 선한 의지가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백성들의 삶을 더 궁핍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좋은 제도가 될 수 없다는 사실과 아톤의 사상을 백성들과 귀족들, 아몬 사제들, 그리고 각 나라에 서서히 주입시킬 수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된 소설이었다. 즉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닌 진정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이루어졌더라면 아톤의 사상을 피력하던 파라오도 독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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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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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나 당신 주변의 사람이 강간이나 납치 등의 범죄 피해자인데 정신병등의 이유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빌리 밀리건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 주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빌리 밀리건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이 빌리 밀리건을 용서할 수 있을까? 아무리 다중인격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죄값을 치루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누가 허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빌리 밀리건을 읽기 시작했다. 그를 이해하려하기보다는 그가 저지른 범죄에 중점을 두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이다보니 강간이나 납치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아무런 제약없이 무죄를 선고받고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정말 그가 정신이상자인지 아니면 그렇게 꾸미려 하는 것인지 모른채 그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따라 그가 무죄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니 말이다.

 

빌리 밀리건은 납치 강간등으로 기소되었지만 해리성 정체장애 즉 다중인격 판정으로 인해 무죄를 선고 받는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어떻게 해서 다중인격이 되었는지 다중인격이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중인격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줌으로써 좀 더 객관적으로 이 사건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책이다.

 

다중인격의 특징으로는 기억상실을 꼽을 수 있다. 즉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벌이는 일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빌리 밀리건의 경우 24개의 인격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니 누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더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았다. 또한 다중인격이라는 말처럼 그의 몸 속에 있는 24개의 자아는 인격체로 불리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즉 24개의 자아는 각각 독립된 객체로서 사고하는 방식, 말하는 방법, 성별, 나이, 고향까지도 각각 달랐다.

 

처음 재판을 받을 때만 해도 그의 인격은 10개로 분리된 것처럼 나왔지만 무죄 판정을 받고 치료감호를 받으면서 그의 자아가 24개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24개로 분리된 데에는 어릴때 의붓아버지의 학대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가 치료를 받으면서 어릴 때 학대를 당했던 일로 인해 그의 자아가 분리된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자신과 같은 이가 생기지 않도록 어린이 학대방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격 안에는 어린이나 여자아이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또한 어릴때 의붓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던 만큼 성인 남자를 대할때는 두려움을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의붓 아버지는 이 사실을 끝까지 부인한다. 자신은 빌리를 학대한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히고 있다. 물론 빌리와 같이 살던 당시 빌리의 엄마와 형, 동생을 통해 그 사실을 반박하고 있긴 하지만 의붓아버지를 직접적으로 만나서 서술한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객관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재판상으로 서술된 것이기에 어느 정도 사실성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빌리는 자신의 자아가 분리된 것은 의붓아버지의 학대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전에도 분리된 자아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꼭 의붓아버지 때문이라기보다는 자기방어적 요소가 많아보인다. 즉 자신에게 해를 가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회피하고자하는 방어기제로서 다중인격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책에서는 빌리가 치료감호를 받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억압이 많을수록 더더욱 인격분리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러한 방어기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빌리밀리건의 사건이 유명해진 이유는 언론과 정치권의 개입 때문이다. 그들은 빌리 밀리건의 사건을 공개함으로써 다중인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었고 빌리 밀리건을 이해하려하기보다는 그것을 이용하려했던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보는 언론과 정치권의 모습은 역시나 약자를 이용하는 강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한편의 논문 같다고 해야하나 아님 객관적인 신문사설 같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떤 감정적인 언어보다는 그저 다중인격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서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 등을 조심조심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독자 스스로가 내리길 원하는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보기 전만해도 빌리 밀리건이 행한 범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내가 이제 빌리 밀리건에 대해 그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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