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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 1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한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처음 노름마치란 말을 들으면서 과연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참 궁금했었다.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았었다. 나중에 노름마치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 말 속에 담긴 뜻에 또 놀라기도 했다. 고수 중의 고수를 일컫는 은어라지만 이 말만큼 그들을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이렇듯 노름마치라고 불릴 수 있는 고수 18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이 이어온 우리의 춤과 노래가 다시금 이 땅위에서 되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글 같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나는 왜 그렇게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우리 것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야겠다는 마음부터 들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가슴이 아팠다. 손자의 소풍에 따라간 한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의 권유에 노랫가락을 불렀고 그것이 자신이 기생이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아들이 호적을 파자고 하자 할머니는 그날밤 음독을 한다. 이 얘기를 봤을 때 권번이 뭐길래, 기생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기생을 춤팔고 노래파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당시만해도 그것은 숨겨야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조심하며 살았을 그네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또한 무당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네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시집을 가서 신이 내리자 남편은 무당과는 살수 없다며 자신의 사진 반쪽을 떼어가버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잘못한게 아닌데 그렇게까지 했어야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대체 신내림이 뭐길래 이렇게 무서운 걸까 하는 마음부터 든다. 다른나라 신들도 이렇게 비정할까. 우리나라 무당은 신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정말 너무한 건 아닌가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래. 어쩌면 이러한 아픔이 그들에게 있었기에 그들의 춤과 노래가 더 절절한 것일수도 있겠지’ 하며 생각해보지만 너무나도 기구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이 책에서 한껏 감정을 드러낸 부분들을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편이 저릿하다. 아직 내가 우리 노래와 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 그네들을 보면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것 또한 내 욕심이고 자만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들을 바라봐주고 공감하는 것이 그네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
씻김굿을 준비하다 돌아가신 故김순태씨를 대신해 부인이 씻김굿을 하며 “다시는 손가락질 받지않는 곳으로 가라” 라고 했던 그 한마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