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 가면 시간을 걷는 이야기 1
황보연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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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창경궁에 가면』은 아이와 함께 읽고 싶어 구입한 책이에요. 역사나 궁궐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그림책이 흔치 않은데, 이 책은 그런 주제를 서정적인 시선과 감성적인 그림으로 풀어내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린아이입니다. 마치 엄마에게 말을 하듯 조용히 창경궁을 거닐며,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말로 표현해요. 아이는 홍화문을 지나고, 옥천교를 건너며, “이 자리엔 임금님이 앉았을까?”, “도깨비가 나올까?” 같은 순수한 상상을 이어갑니다. 그런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자연스럽게 창경궁 안으로 들어가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게 돼요.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공간 탐방 그림책이 아니에요. 이야기 전체가 ‘엄마’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그림 속에는 엄마가 없어요. 처음엔 그 점이 궁금했는데, 책 말미에 적힌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어요.

작가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셨대요. 이제는 곁에 없는 엄마가 가고 싶어했던 창경궁, 어느 봄날 그 창경궁을 찾은 작가님은 아이였던 자신으로 돌아가 마음속으로 엄마와 함께 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궁궐 산책’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한 시간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담은 이야기인 거죠.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작년 봄, 우리가 함께 다녀온 창경궁 사진을 꺼내보고, 책에 나온 장소들과 실제 사진을 비교하며 다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는 “다음엔 꼭 벚꽃 필 때 다시 가자”고 말했고, 저도 꼭 그 약속을 지켜주고 싶어졌어요.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감성적인 이야기 외에도 창경궁이라는 공간을 아이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창경궁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요. 너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서 아이도 쉽게 이해했어요.

무엇보다도 그림이 정말 예쁩니다. 봄날의 빛, 바람, 나무 그림자까지 정성스럽게 담겨 있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따뜻한 기분이 들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땐 짧은 여운이 남아요. 아이는 책을 다 읽은 후, 책 속 장면을 색연필로 따라 그리며 혼자만의 감상을 표현하기도 했답니다.

『창경궁에 가면』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 각자의 기억을 꺼내게 만드는 마법 같은 책이기도 하고요.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보다는, 봄마다 꺼내 읽고 싶어지는 그런 그림책이에요. 따뜻한 감정이 필요한 분들께 꼭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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