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시간을 걷는 이야기 2
이보경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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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예쁜 그림책 하나 골랐을 뿐이었어요. 색감이 따뜻해 보여 아이와 함께 읽기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책장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저는 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읽는 게 아니라, 제주의 바람과 하늘, 마을의 온기까지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는 제주에 실제 존재하는 오래된 나무를 중심으로 한 동화예요. 한 아이가 할머니를 따라 마을 잔치에 참여하면서, 그 나무에 소원을 비는 마을 사람들의 풍경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그 소박한 장면들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아무것도 아닌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세월과 전통,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켜켜이 쌓여 있거든요.

이 책을 통해 아이는 '소원을 빈다'는 행위가 단순한 장난이나 상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의지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는 종이에 자기만의 소원을 적고 책상 앞에 붙여두었답니다. '나도 이 소원나무에 붙이고 싶어' 하면서요.

특히 좋았던 부분은 책 뒤에 담긴 제주의 문화 소개예요. 제주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한라산, 해녀, 감귤, 현무암, 말, 신화 등 짧지만 핵심적인 정보들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이전에 갔던 제주도 여행이 떠오른다며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보고, 기억을 되짚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창작 그림책을 넘어서, 아이에게는 문화 체험 학습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어요.

그림도 정말 예뻐요. 강한 선 없이 부드러운 색채로 채워진 풍경은 마치 수채화처럼 잔잔하고 따뜻해요. 아이가 그림을 따라 그려보겠다고 색연필을 꺼낼 정도였어요. 우리가 읽었던 다른 그림책들과는 조금 결이 달라서, 자연과 사람, 시간의 흐름을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와 함께 읽은 그 시간이 단순한 독서 시간이 아닌, 추억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아이가 “엄마, 나중에 제주 가면 이 나무 진짜 있을까? 찾아보자!”라고 말했거든요. 그 말 한마디에 저는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어요.

요즘 아이들 책은 정보도 많고 구성도 화려하지만, 가끔은 이런 느리고 조용한 이야기가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아요. 한 번쯤은 속도도 멈추고, 마음도 쉬게 해주는 책이 필요하잖아요.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는 그런 책이에요.
차분하게 아이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어요.

읽고 나면 꼭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책.
소장해두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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