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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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샘터 6월호, 순우리말 이름으로 누리달인 6월, 벌써 2014년도 절반을 향해 다가가고 있네요. 슬픈 일로 가득했던 4월~5월을 지나 다가오는 6월에는 우리 사회에 슬픔을 잊게 해줄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겠네요. 이번 샘터에는 어떤 글들이 실렸을까요?

p.20-22 격하게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브라질 월드컵을 기념해 무려 4만 점의 축구 관련 소장품을 자랑하는 이재형 수집가의 소장품들을 소개하는 지면이 꾸려졌습니다. 최정민, 안정환, 이청용 선수 등의 전설적인 선수들의 축구화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에 마라도나가 우리 대표팀 박창선 주장에게 건낸 페넌트, 호나우딩요 축구화 등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운 2개의 소장품이 있군요. 2002 월드컵 당시 우리 대표팀 모두의 사인이 새겨진 사인공은 당시 공인구였던 피버노바가 아니라 나이키의 일반 축구공에 사인되었습니다. 피버노바는 아디다스가 개발한 축구공인데 당시 한국대표팀의 후원사가 나이키라서 벌어진 일이라는 군요. 조국통일의 염원을 기원하며 이재형님이 소장하고 있던 1966년 당시 북한 대표팀의 강용운 선수의 유니폼에 2007년 U-17대회 참여차 방한한 북한팀 단장 리찬명이 '조국 통일'이라고 사인한 유니폼까지 흥미로운 소장품들이 많네요.


p.59 서울 목욕탕의 미스터리
서울로 상경한 지 20년이 된 부산 아저씨 김기준 님의 글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대중목욕탕에서도 본 적이 없는 때를 밀어주는 원반 모양의 기계가 부산 지역에는 보편화 되어있나 봅니다. 돼지국밥, 밀면 등의 부산 음식을 찾기 어려운 것보다, 순대를 막장이 아닌 소금에 찍어 먹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문화적 충격을 대중목욕탕에서 겪으셨다니 참 재미있네요.

p.88-89 모든 이를 위한 법률상담소
이번 달 법률 상담소에서는 명예퇴직 관련 글이 실렸습니다. 정년 이전에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이 제도가 사실상 불법 해고로 악용되는 현실에 근로자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나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의 민사적 구제수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명예퇴직 대상에 오르내리고 퇴직을 종용당하게 되면 당황하기 마련이겠죠. '법은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미리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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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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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1년간 연재되었던 120편의 영미시 칼럼 중에서 계절과 관련 있는 시 29편을 뽑아 엮은 책 <다시, 봄>이 출간되었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5주기를 맞아 출간된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로버트 프로스트나 에밀리 디킨슨 등의 작가들의 시 원문(일부는 부분)을 한 켠에 배치하고, 반대편에 장영희 교수님의 한글 번역이 실려있습니다. 그 뒤에는 김점선 님이 그리신 시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들과 장영희 교수님의 시에 대한 해설이 실려있지요. 해설이라고 해서 영문학 전공 수업에서 들을 수 있는 작가의 태도라는다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같은 시시콜콜한 문학적 강의가 아니라 에세이 같이 영문학을 모르는 분들도 느낌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쉬운 글입니다. 

작가와 화가 모두 같은 해 봄에 세상을 떠나셨고 이해인 수녀님은 추천사에 이 책을 "이 책은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함꼐 보내는 봄 편지,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입니다."라고 평하셨네요.
이상 시인의 시처럼 처음 접했을 때 어렵다고 느껴지고 해설을 읽어도 가물가물한 시가 있는가 하면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시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도 시를 읽고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기도 하죠. 여기에 실린 책들은 모두 가슴으로 읽을 수 있는 시들이 엄선되어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한 편 한 편 골라 읽어도 좋을 듯 하고 계절이 가는 것을 따라잡으면서 계절별로 적힌 시를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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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거슬러
토마스 에스페달 지음, 손화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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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연을 거슬러> (토마스 에스페달 씀 / 손화수 옮김 / 열린책들 / 2013.03 / 11,800 원)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것만 같던 어린 시절 동네 소꿉친구들이 큰 길을 경계로 다른 초등학교로 가게 되어서 헤어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는 성적 때문에 친구들과 다른 학교를 가게되는 경험도 하게되었고, 대학에 진학할 때는 집에 돈이 없어서 사립대학을 가지 못하거나 수도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죠.


하지만 인간들이 만든 사회제도와 이 제도가 선택한 자본주의 때문에 겪는 이런 나뉨은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지만 자연의 법칙으로 인한 나뉨은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해 며칠을 폐인처럼 보낸다거나, 언제나 거리에서 마주치던 옆집 아주머니가 어느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것 같은 경우죠. 성숙한 후에는 이런 일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짧아지기는 하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저항은 언제나 계속될 것 같고, 언제까지나 인간의 패배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저항을 자전적인 이야기로 그려낸 독특한 작품 <자연을 거슬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점과 공간의 변화가 자유로운 독특한 소설


노르웨이 작가 토마스 에스페달의 <자연은 거슬러>는 매우 독특한 소설입니다. 소설 속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운 이동과  삶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그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해내는 독특한 문학 세계가 인상적입니다. 형식적으로는 6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낸 소설집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수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독특한 문체가 인상적입니다. 토마스 에스페달은 이처럼 엄격한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쓰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독특한 작품의 형식 덕분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나'를 중심으로한 1인칭으로, 어떨 때는 '그'와 '그녀'가 중심이 된 3인칭으로도, 그리고 책 속의 책 같은 느낌으로 등장하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등장하는 이야기까지,  지금 이 시점에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이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왔는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품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작품을 무작정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작가가 원하는 읽기 방법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바로 앞 장이나 이 다음 장의 내용을 생각하기 보다는 현재 읽고 있는 페이지에 집중하는게 최선의 독서 방법인 특별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자연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의 저항



사랑하는 이가 떠난 후 그는 부엌에서 늘 그녀가 먹던 복숭아 세 알을 발견합니다.


"이제 이 과일을 베어 물 사람은 집 안에 없다. 붉은 빛이 감도는 황금색의 둥그런 복숭아를 보노라면 그녀의 피부가 떠오른다. 복숭아의 굴곡은 그녀의 등을 떠오르게 한다. 복숭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쭈그러들고 껍질은 번질거리기 시작한다. 곧 썩어 들어가겠지. 하지만 난 썩어 문드러진 복숭아를 버릴 수 없을 것만 같다." p.185


작품에는 작가의 솔직한 사랑이야기와 그 사랑을 잃은 뒤 고통스러워 하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솔직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마치 빛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거기에 남은 컴컴한 어둠처럼요. 이와 같은 과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속절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자연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의 모습, 거기에 순응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처절한 모습이 소설 여기저기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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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
줄리언 어산지 외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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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사이퍼펑크> (줄리언 어산지 외 씀 /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03 / 14,000 원)


시사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위키리크스(WikiLeaks)'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세계 각국의 비밀 외교문서에 숨겨져 있던 정부의 추악한 이면을 밝힌 이 사이트는 오늘 소개할 <사이퍼펑크(Cypherpunks)>라는 개념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가 될 것 입니다.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호기술(cyptography)를 사용하는 이들을 뜻하는 이 단어는 <약자에게 프라이버시를, 강자에게 투명성을(privacy for weak, transparency for the powerful)>이라는 철학적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사이퍼펑크 : 어산지, 감시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다>라는 책은 위키리크스의 편집장 줄리언 어산지, 온라인 익명 시스템 <토르 프로젝트> 개발자 제이컵 아펠바움, 음성 커뮤니케이션 보안 회사 크립토폰 설립자 앤디 뮐러마군, 그리고 온라인의 익명성과 자유에 관한 시민단체인 <라 카드라튀르 뒤 네트>의 공동 설립자 제레미 지메르망이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입니다.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빅 브라더> 뒤늦게 현실이 되다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에서 예언한 권력기관이 모든 민중의 자유를 제한하는 미래국가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비록 작가가 예언한 1984년 보다는 다소 늦어졌지만 말이죠.



과학기술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 데이터 저장 비용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3천만 유로만 있으면 독일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모든 통화내역을 고품질 음성 파일로 저장할 수 있고 이 중에서 순수하게 저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8백만 유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p.53).


우리 지갑에도 들어 있는 거의 모든 신용카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망과 제휴를 하고 있으며 이 결제내역은 모두 미국에 전송됩니다. 미국 정부가 맘을 먹으면 언제든지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의 결제 내역과 패턴을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푸틴이 러시아 길거리에서 코카콜라를 사서 먹었다' 라는 사실이 30초 안에 워싱턴으로 전달(p.120)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해외 여행을 하고 싶어 비행기 표를 구매할 때 이 사실이 추적당하지 않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현금을 내더라도 공항에서 신원확인이 이루어지게 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면 추적은 더 쉬워지게 되겠죠. 이와 같이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특정한 중앙 집중적인 공간에 몰리고 있는 상황은 그렇게 구축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삶이 편리해 질 수도, 심각하게 자유가 침해당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은 데이터의 집중이 문제가 되자 서방 정부들은 데이터 자체를 수집하지 않고 '메타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사실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하는 메타데이터는 단순하게 설명하면 편지의 내용이 아니라 이를 싸고 있는 봉투의 겉면 정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메타데이터 수집 기술이 사실상 데이터 감시 기술과 동일하다는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메일 전송에 대한 메타데이터에는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어떤 ip주소를 사용해서 어느 지역에서 보냈는지, 이메일을 보낸 시간과 날짜 등 다양한 정보가 복합적으로 기록됩니다. 사실상 <메타데이터를 결합하면 하나의 내용물이 된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있습니다(pp.219-220).


때문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완벽한 파놉티콘(Panopticon)이며 휴대 전화는 통화를 할 수도 있는 일종의 추적 장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사생활이 정부에 노출되고 통제당할 수 있으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장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자기검열을 하게 되며,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현 정권의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클라우딩 컴퓨팅으로 집중화되는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시스템은 탈집중화된 구조적 관점이라고 대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시민이 원한다면 익명성을 보장하는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토르 프로젝트 등으로 정부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웹브라우져도 개발되고 있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이 개인의 모든 정보가 기록되는 SNS보다 디아스포라와 같이 중앙서버 없이 P2P방식으로 운영되는 소셜 네트워크의 사용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불안정하고 돈세탁 등에 악용될 여지도 남아있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대안 화폐의 도입으로 추적당하지 않고 이동의 자유를 누리는 방안도 범죄자들의 도피와 탈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여 도입되어야 한다고 대담 참여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방 정부들의 다양한 통제로 위키리크스 편집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해 있고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결제망에 대한 봉쇄로 위키리크스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후원금을 보내는 방법도 없게 된 현 상황에서도 정부의 정보독점에 저항하는 사이버전사들의 활동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섬뜩한 기분을 느낀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SNS글들을 통해 신상이 털리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개인의 금융거래 내역이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지금도 세무당국에 의해 활용되어 불법탈세 등을 막는데 활용되고 있고 핸드폰 위치추적 등은 실종자 수사나 범죄자 추적 등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반정부적 발언을 하는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위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보기관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리고 이 기관들이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되어서 현 정권에 반기를 드는 혹은 들 것으로 예상되는 불손분자들을 색출해 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대담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며 대담을 마쳤습니다. 현대의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 듯 합니다.


"20년 전의 자유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구조를 치밀하게 공부한 사람들뿐일 것입니다. 즉,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저항 엘리트들만이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바로 오페라하우스 안을 내달리는 똑똑한 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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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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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무엇일까요? 아마 거의 떨어져가고 있는 벚꽃이 아닐까요? <벚꽃 엔딩>처럼 꽃을 소재로 한 노래도 있지만 문학 작품 속에도 꽃 자체가 소품이 되어 작품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문학 작품 속에 있는 꽃들을 통해 소설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는 독특한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가 쓴 <문학 속에 핀 꽃들>입니다.


학창 시절 문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누구나 읽어봤을 김유정의 <동백꽃>의 작품 후반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점순이의 애정표현을 남자 주인공이 눈치 없게 못 알아차리는 와중에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인지라 독자들은 이상한 점을 찾기 쉽지 않지만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노란 동백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백꽃은 붉은 것이 대부분인데 어째서 노란 동백꽃이 피어있을까요? 김유정의 실수일지,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에는 노란 동백꽃이 피는 것일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지만 사실은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우리가 아는 그 꽃이 아니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또는 '동박나무'로 불러왔다고 합니다. 때문에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생강나무꽃'입니다. 이런 점을 모른 출판사들은 1990년대까지도 붉은 동백꽃을 표지로 삼은 책들을 출간하기도 하였으며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놀랍기까지 하죠?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를 때 나는 냄새가 생강과 비슷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생강이 귀할 때에는 이 나뭇잎을 가루로 만들어 생강 대신 쓰기도 할 정도로요. 작품에 표현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도 우리가 아는 동백꽃의 향이 아닌 우리가 흔히 맡은 생강 특유의 향이라 생각해보면 작품을 읽을 때의 느낌도 달라지게 됩니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을 뒤적거리며 읽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추천받거나, 읽었던 책들 속 등장하는 다양한 꽃들의 매력에 빠져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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