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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평점 :
요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무엇일까요? 아마 거의 떨어져가고 있는 벚꽃이 아닐까요? <벚꽃 엔딩>처럼 꽃을 소재로 한 노래도 있지만 문학 작품 속에도 꽃 자체가 소품이 되어 작품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문학 작품 속에 있는 꽃들을 통해 소설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는 독특한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가 쓴 <문학 속에 핀 꽃들>입니다.
학창 시절 문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누구나 읽어봤을 김유정의 <동백꽃>의 작품 후반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점순이의 애정표현을 남자 주인공이 눈치 없게 못 알아차리는 와중에 벌어지는 중요한 사건인지라 독자들은 이상한 점을 찾기 쉽지 않지만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노란 동백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백꽃은 붉은 것이 대부분인데 어째서 노란 동백꽃이 피어있을까요? 김유정의 실수일지,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에는 노란 동백꽃이 피는 것일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지만 사실은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우리가 아는 그 꽃이 아니라고 합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또는 '동박나무'로 불러왔다고 합니다. 때문에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생강나무꽃'입니다. 이런 점을 모른 출판사들은 1990년대까지도 붉은 동백꽃을 표지로 삼은 책들을 출간하기도 하였으며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놀랍기까지 하죠?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를 때 나는 냄새가 생강과 비슷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생강이 귀할 때에는 이 나뭇잎을 가루로 만들어 생강 대신 쓰기도 할 정도로요. 작품에 표현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도 우리가 아는 동백꽃의 향이 아닌 우리가 흔히 맡은 생강 특유의 향이라 생각해보면 작품을 읽을 때의 느낌도 달라지게 됩니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을 뒤적거리며 읽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추천받거나, 읽었던 책들 속 등장하는 다양한 꽃들의 매력에 빠져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