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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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명품'이라니. 명품이란 말에 휘둘린 걸까?

일상을 유용하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부제 아닌 부제로 이 책은 단번에 나의 픽이 되었다. 과연 명품이란 무엇인가.

오픈런을 하고 훨씬 오른 가격을 치르고 나서야 얻는 전리품 같은 것?

명품 앞에 <생활>이 붙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생활명품은 내 옆에 있는 일상적인 물건의 가치를 다시 되뇌고 그 심미적 기능을 찾아 새롭게 바라보는 의미니까.


이 책은 윤광준의 생활명품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2002년에 시작한 그의 생활 물건을 바라보는 안목에 열광한 대중들에게 에센셜 한 물건을 소개하는 자리다. 그만큼 엄선한 물건이나 도구들이 예사롭지 않은데 그만이 포착한 물건의 기능, 브랜드의 역사, 디자인의 미적 감각까지 오감을 총동원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취향을 탐색하고 리치할수록 취향의 고급함을 인정받는 사회에서 꼭 비싸고 잘난 물건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 취향이라는 것마저도 자신에게 행복을 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취향의 본질적 의미를 제시한다. 특히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우리는 내 손에 착 감기고 내 눈에 꼭 들어맞는 물건을 쓸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그래서 유용하고 아름답다.

이 책을 제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방법!
차례에서 내가 흥미 느끼는 물건을 쭈욱 살펴보고 그 페이지부터 읽는 것이다.

처음 보는 브랜드도 많았고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는 물건이 있고 나 또한 평소 그 물건을 탐냈거나 갖고 싶었던 거라면 저자가 쓴 내용에 훨씬 이입이 잘 된다. 나의 경우 허먼밀러 뉴 에어론 체어와 몽블랑, 몰스킨, 무인양품, 연두, 파타고니아, 다이슨이 눈에 띄었고 역시나 재밌게 읽었다.

그럼 모르는 물건들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냐고?

그럴 리가! 내가 밑줄 긋고 필사한 내용은 그동안 전혀 몰랐던 브랜드 혹은 생활명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물건들에게서 보였고 이 책 덕분에 내가 물건을 고르고 보는 가치관이 더 확장되었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은 저자가 물건의 기능을 재정의하고 문화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놀라운 책이다. 잠깐의 메모를 하는 포스트잇에도, 작업하기 위한 장갑의 기능에서도 단순히 물건이 지닌 기능을 넘어서 그 기능이 가능해지기까지의 고민을 문학적으로 풀이한다.

p251, 바리고

온습도계의 역할은 불현듯 궁금해지는 실내 상태의 체크다. 약간 추운 듯한데 현재 온도는? 건조한 느낌인데 가습기를 틀어야 할 때인가 등등. 상태의 정량화로 쾌적하게 일할 수 있게 했다. 무심코 보았다가 하는 일이 의외로 많지 않던가. 보지 않으면 연상도 상상도 없다. 생각의 환기가 이루어져 막혔던 아이디어의 물꼬를 터뜨릴지 모른다. 미처 챙기지 못한 사안도 불현듯 떠오르게 된다.


이쯤 되면 이것은 예술책이다. 소비와 취향을 문학적으로 반영하지만 생활의 장면들에게서 동떨어지지 않은. 생활예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책은 이쁘다. 즉, 소장용으로 좋다는 의미다. 책꽂이에 착 하나 꽂아두면 하얀색과 회색의 경계에서 밝게 빛나는 표지, 그 위에 깔끔한 타이포그래피, 가름끈까지 책 분위기와 어울리는 색으로 마감한 센스. 을유문화사의 로고도 잘 어울리는 생활명품 책으로 손색없다. 이왕이면 표지까지 내 마음에 드는 책을 읽는 나, 기분 좋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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