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흡입력이 좋은 책

★ 성장소설로 손색없는 책

★ 여러 생각과 사고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책

★ 새로운 가족형태를 만날 수 있는 책

이지애 작가는 미술치료사로 일하며 글을 쓰는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완벽이 온다」는 꽤 흡입력이 좋아 하루만에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다 큰 어른이 읽어도 여러모로 생각해볼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민서는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마저 자신을 그룹홈에 맡긴 뒤 18살이 되자 독립을 하면서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야간근무를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날 중 그룹홈에 있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는데..


"너희 아버지 돌아가셨대. 지금 부산에서 장례 치르고 있다더라. 선생님도 급하게 연락받느라 경황이 없어서... 내일이 입관이래. 갈거면 주소 알려주고."

"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문자로 보내 주세요. 먼저 끊을게요."


나를 버린 아버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원망도 하고 싫어해보기도 하지만 완벽하게 끊을 수 없는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는, 그러나 적극적으로 찾고 싶지는 않은. 하지만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또 슬픈..

그룹홈은 공동생활 가정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모인 아이들이 함께 사는 곳으로 겉으로 보기엔 일반 가정집이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지켜야 할 규율이 있고 규칙이 있다.


-13

그룹홈은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가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그룹홈을 떠났다. 나는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적응했다. 하지만 만 18세가 되자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나는 떠밀리듯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통장에 찍한 오백만 원의 자립 지원금과 함께 그룹홈에서 만들어진 생활 패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무로 돌아갔다.


「완벽이 온다」에서 완벽은 그룹홈에서 함께 지낸 해서 언니의 아이 태명이다. 민서와 해서는 그룹홈에서 자매처럼 지냈고 이번에 함께 산부인과를 가게되면서 해서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동안 민서는 사는 게 힘들고 무슨 일이든간에 심드렁했고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길 줄도 모르고 사람에게 어떻게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모든 게 서툴렀다.


-15

또래 알바생들은 불편했다. 그들과 같이 웃어야 할 타이밍을 맞추는게 어려웠다. 다들 웃는데 나 혼자 웃지 못하는 순간이 가장 난처했다. 생각하는 걸 다 말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지만 그다음은 익히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서가 연락이 안 되고 민서는 해서를 찾으려 해도 그동안 언니에 대해 알고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예전 그룹홈에서 같이 지냈던 설, 솔 자매에게 연락을 한다. 이 자매는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여서 할머니를 때렸고 이를 자매가 신고하여 그룹홈에 들어왔다. 그룹홈의 특성상 아이들 개개인은 저마다의 사정과 슬픈 서사를 안고 있기에 서로에게 겨누는 눈빛과 마음은 날카롭지만 그 뒷면으로는 본인의 모습이 투영돼서 결국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관계이기도 하다.


솔은 그동안 해서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이였고, 가끔씩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는 아이였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찾지 말라고 민서에게 전한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만난 민서와 가까워지게 되고 설의 죽음, 할머니의 치매 등 그동안 묵혀 두었던 삶을 이야기하는데...


-113

아빠는 밖에서는 멀쩡하게 술을 마시고 집에만 오면 돌변했어. 설이 전에 신고를 해서 그런지 술만 먹으면 자꾸 설한테 시비를 걸더라. 설은 자기만 참으면 된다고, 나한테 신고하지 말라고 했어. 신고하면 다시 흩어져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 싫다고. 우리는 가족이니까 한번만 더 용서해 보자고.



가족이란 울타리는 한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것이 좋은 가족이든, 나쁜 가족이든.


아니, 나쁜 가족인 경우 더 큰 재앙과 불행을 갖고 오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이가 왜 이렇게 틀어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룹홈에서 만난 민서와 해서, 솔은 서로의 불안을 껴안으며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드려고 한다.


이들의 연대는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해서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솔과 살게 되면서, 그 집에 민서까지 집보증금을 들고와 함께 하면서 더 단단해질것이다.

흔히 부모가 없는 아이들, 불안한 가정 속에 방치된 아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과 동정으로 마음을 처리하곤 하는데 「완벽이 온다」를 읽는 동안 그런 편견은 흐지부지해졌다.

단 하나 마음에 남은 건 불안을 함께 겪은 아이들이 그것을 폭력이나 불법적인 일로 이루지 않고 성실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써왔다는 것이 기특했으며 함께 하는 마음을 거부하지 않고 각자의 불행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어른들로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완벽은 완전한 것과 다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은 흐트러짐 없이 정상적인 수치와 기준에 딱 들어맞는 걸 의미하지만 완전한 건 그런 형태와 상관없이 내 마음의 완전하게 편안하고 좋으면 충분한 의미에 가깝다.


그래서 「완벽이 온다」는 결국 완전한 가족을 이루는 이들의 미래를 뜻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