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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실로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만났다. 장편소설이란 단어 앞에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꽤 적절한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거대 문어가 말을 하고 자기 잘나고 똑똑하단 잘난 척을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나 싶었는데 그의 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됐다.
이 소설의 핵심적인 KEY를 쥐고 있는 아주 중요한 생명체였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에 나오는 주인공 중 한 명인 토바는 열여덟 살 아들을 잃고, 남편과도 사별한 일흔 살의 노인이다. 아쿠아리움에서 청소를 하고 있으며 꼼꼼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그녀답게 매일 밤 걸레질을 하고 창문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운다. 그녀에게 즐거운 일 중 하나는 아무도 없는 아쿠아리움의 생명체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며, 어느 날부터는 거대태평양문어, 마셀러스와 어떤 교감을 하게 이른다..
이 소설은 참 재밌다. 꽤 두꺼운 책임을 감안하더라도 이틀이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아들을 잃은 토바와 엄마가 버린 캐머런 사이에 어떤 유대감과 우정이 만들어지고 결국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지 못하게 이끌어내는 마셀러스까지.
「워싱턴 포스트」 「시카고 트리뷴」「 USA투데이」 선정(2022년) 최고의 소설답게 전혀 다른 세계의 생명체들이 눈빛과 감정으로 유대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역시 이 소설의 큰 장점은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각자 품고 있는 서사가 재밌고 또 슬프면서 서로 다른 면들이 이어지는 모습에서 촘촘한 구성도 흡입력에 한몫한다.
특히 문어의 등장은 소설 안에서 환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데 인간의 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물론, 인간만이 지닌 장점 또한 아름답게 표현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설책이다.
캐머런은 엄마가 말하지 않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작은 마을 소웰베이로 떠난다. 낡은 캠핑카를 사고 수중에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충당하기 위해 토바가 있는 아쿠아리움에 잠시 일하게 되면서 토바와 문어 사이의 소통을 점차 배우게 되는데..
사실 이 소설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어서 두 눈 크게 뜨고 한 줄 한 줄 잘 읽어야 한다.
몇몇 장면을 읽다 보면 반전의 힌트가 휙휙 지나가기도 하고, 설마.. 하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
똑똑한 문어는 스스로 문을 열고 수조 바깥으로 나오기도 한다.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인간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을 자기 영역 안에 은밀히 숨겨 놓는 취미도 가지고 있을 만큼 똑똑하고 인간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문어를 빼놓고 읽는다면 재미가 반감된다. 인간에 대한 내뱉는 엄청난 고찰력을 함께 느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