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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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들었을때부터 심상치 않은 표지에 가슴이 떨렸다. 흑인 여성, 얼굴 위에 그려져 있는 마치 피같은 그림. 반짝이는 입술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 《그로운》은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성년자 여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마치 현실같은 촘촘한 묘사와 대사 덕분에 책읽는 흡인력은 아주 끝내준다. 특히 10대 여학생들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인데 아마 읽으면서도 "에이, 나는 안 속아, 안 넘어가~"하면서도 달콤한 말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남성들에게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쉽게 내어줄지 모른다.



무지하고 나쁜 어른들 때문에 너무 빨리 세상의 추악함을 알고 삶을 빼앗겨버린 소녀. 하지만 가족의 한없는 사랑으로 다시 일어나는 용기있는 이 여성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또 보낸다.



전설적인 가수 코리 필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챈티드 존스를 유망주로 점찍고,인챈티드는 가수로서 성공할 기회를 잡는다. 머지않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어느 날 그녀는 전날 밤에 벌어진 일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한 채, 피비리내 나는 펜트하우스 바닥에서 깨어난다.




고등학생 인챈티드는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는 흑인소녀다. 백인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다니면서 차별아닌 차별을 겪고 있지만 노래가 있는 한 그녀에게 희망은 솜털같이 가볍고 아름답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물여덟살 가수 코리 필즈의 눈에 띄게 되고 둘만의 비밀스러운 연락을 주고 받으며 어느샌가 인챈티드를 가수로 성공시키려는 보호자 겸 애인이 되어있다.



-47 다시 코리를 생각한다. 그의 손이 내 배 위에 있었고, 손바닥으로 내 배꼽을 누르며 각인을 남겼다. 정말로 그와 함께하며 그가 노래하는 사랑을 나누는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코리는.... 다정했어."



《그로운》을 읽으면서 나도 점점 그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놈이 어떤 말로 여학생을 꼬시려는지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 남자가 어떻게 여학생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자기 말에 복종하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처음에는 다정하게, 그다음엔 멋지게, 그리고 때론 강압적으로, 그리고는 다시 10대에 모성애를 일으킬 정도로 불쌍하게..



아까 말했듯이 소설의 대사가 꽤 많아 추천사에 적힌 것처럼 마치 영상으로 보듯이 머리 속에 플레이된다. 플롯 구성이 드라마로 각색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학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후루룩 이 《그로운》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겠지만(내가 그랬으니까..)



'착취'는 이 소설의 핵심이다. 아직 너무 순수하고 세상을 알기엔 너무도 어린 학생의 재능을 못된 어른들이 어떻게 성범죄로 이용하고 재능을 착취하는지 보여준다. 다들 범죄를 목도하고 묵인하면서 돈만 벌면 그만이란 세계를 견고히 다진다. 그러나 이 범죄가 있기에 세상엔 올바른 어른들도 있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기도 한다.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은 가족들,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인챈티드의 의사를 물어 보호한 스튜어디스가 있고, 인첸티트 옆에 든든하게 서 있는 친구가 있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납치와 감금으로 힘든 상황을 겪어야 했던 인챈티드는 자신 다음에 또다시 나타날 희생양을 만들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낸다. 아마 인챈티드는 이 경험 덕분에 더 좋은 어른이 될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물론 이따위 경험 안 하는게 훨씬 좋지만)



이런 현실같은 이야기가 소설로만 끝나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마주해야 한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이 《그로운》을 읽고 여러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 비단 여자 아이들만 조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남자 아이들도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 보호하며 책임감 있게 살아야 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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