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만들다 보니 -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기 위한 방법
한주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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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좋이를 뜯고 나온 샛노랑 표지에 그려진 시원한 파랑.

그 안에는 좋아하는 단어 'Creator'가 쓰여 있었다.

창조하는 사람. 창작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든, 유에서 유를 창조하든 무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나는 어떤 동경을 갖고 있고 이번 에세이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에서의 한주희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파리의 건축가, 디자이너가 되다


봉주르~말도 못했던 파리의 유학생이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건축회사에 입사해 열심히 일하며 그저 좋아서 시작해 본 일이 또다른 직업이 된 디자이너의 이야기. 글로 쓰면 이렇게 간단한 이력이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저자의 구구절절한 삶을 들여다 보면 한 번에 쉽게 된 것이 없다. 일단 언어부터. 에펠탑과 낭만이 떠오르는 파리조차도 삶 속에 들어가면 언어로 시작되는 타지의 생활이다. 말이 안 되면 인간관계도, 일도, 사회도, 뭣 하나 쉬운 게 없는 생존의 생활일 뿐.


하지만 그 시기를 어떤 마음으로 극복했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되었는지 읽는다면 지금 힘들게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소금같은 조언이 될 것이다.


p36

언어가 생각을 담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내게는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항상 불편한 느낌이 들었고 기억과 생각, 느끼고 보는 것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쌓일수록 프랑스어 공부에 열중했다. 그렇게 프랑스에 체류하는 13년동안 나는 쉼 없이 프랑스어로 생각하고, 프랑스어로 말하고, 프랑스어로 쓰인 책을 읽으며 가장 나다운 프랑스어 표현 방식을 하나씩 찾아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을 읽는 동안 건축가보다는 디자이너로서의 저자가 훨씬 창작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으며, 또 마음으로 더 좋아하는 주파수가 맞춰졌다. 글을 쓰면서 저절로 투영된 것인지 기획의도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디자인을 통해 본인이 구현하는 아이디어에 훨씬 생기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이 책을 추천한다면 제약회사 일을 그만두고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친구의 후배에게 권하고 싶다.


꽤 큰 제약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잘 일하고 있는 그 후배는 광고일을 하고 싶다는 작은 열정을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들으며 채우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도 있고 아이도 낳아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 후배가 자꾸만 현실과 이상을 재는 일은 당연할 것이다. 용기는 아무때나,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를 읽는 동안은 마음 속에서라도 마음껏 본인이 하고 싶을 상상하며 재능을 펼쳐 볼 수 있지 않을까.



p197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이 나를 계속 짓누른다. 그 감정을 누그러트리려면 몸을 움직여 뭐라도 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아무리 구체적으로 상상해도 다짐은 다짐으로만 끝날 뿐, 직접 몸을 움직여 실행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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