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지망생입니다 - ‘나만의 온탕’ 같은 안락한 소도시를 선택한 새내기 지방러 14명의 조언
김미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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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서울인 나도 서울에서 살아본 건 몇 년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때 부천에서 금천구로 이사간 뒤 중학교를 졸업했고, 다시 경기도 평촌과 수원으로 경기도민으로 지낸다.


늘 위로 이사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만 이건 진심이 아니다. 그냥 푸념인 정도이지 경기도민이 서울시민으로 넘어가려면 돈, 돈, 돈. 돈이 문제다.


처음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를 하니포터 서평단에서 신청했을 땐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였다. 나와 정반대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

가능하면 인서울을 꿈꾸는 나와 탈서울을 꿈꾸는 지망생 사이의 어떤 간극이 있는걸까 하고.


p11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언제부턴가 서울에 산다는 것이 무척 고단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도 원했던 서울살이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30대 중반에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왜 다른 삶을 꿈꾸는지 고민하는 과정을 적기 시작했다. 탈서울을 원하면서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던 나는 먼저 결정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의 첫 독립은 한국만큼이나 월세가 비싸다는 영국의 런던이었다. 첫 직장에서 힘들게 모은 돈으로 이것저것 다 싫다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퇴사 후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처음 구한 집은 런던 중심가에서 떨어진 3존이었고(도심은 1존) 왕거미와 함께 동거를 해야 하는 낡은 방 한 칸이 월 110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때는 엄연히 학생자격으로 간 것이었고, 그곳에서 일하거나 뿌리를 내릴 생각보다는 여행의 개념이 커서 '주'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크지 않았지만 현재 내가 서울에서 이 월급을 받으며 월세 100만원을 내고 산다면 앞날에 대한 막막함이 눈 앞까지 닥쳐올 듯 싶다.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작가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방을 넓혀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으로 버텼지만 15년간 서울에 살면서 여러 자취방을 옮긴 결과는 다 거기서 거기. 원룸에서 1.5룸, 허름한 빌라의 투룸으로 넓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서울의 집값이었다.



p19

좁은 방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려면 지방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지방에 가면, 열심히 일해 모은 내 저축액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집들이 있었다. (중략)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숨통 트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그것 말고는 없었다. 신선한 공기나 깨끗한 자연 같은 건 두 번째 문제였다.



나도 선뜻 서울로 갈 수 없는 건 집값이다. 2~3억 가지고는 턱도 없는 서울의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엄청난 대출로 전세를 마련한다해도 30년 동안 빚을 갚는 동안 아끼고 또 아끼는 생활을 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도 없다. 아이가 없어 교육의 목적도 없고 경기도 외곽이라 어쨌든 지하철로 서울을 오갈 수 있으니(2시간 걸리지만..) 적극적으로 서울행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반면에 이미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탈서울행을 시도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이 용기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심정에 이어 과감히 탈서울을 감행한 사람들의 인터뷰로 넘어간다.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바꿔볼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조언들이 펼쳐진다.


서울이 가진 뚜렷한 장점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 있다면 지방에서의 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는데 그 뚜렷한 강점이 꽤나 커서 더욱 치열한 계획과 고민이 필요하다.



p89

역시 일이 문제였다.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시 서울로 유턴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탈서울의 핵심은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역시나 '일' 생계다. 먹고 사는 일 앞에서 우리의 주거지는 수시로 변동한다. 일자리가 많은 서울. 비교적 일만한 일을 구하기 어려운 지방소도시에서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는 일은 도전 주의 도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방으로 간다고 하면 제일 먼저 귀촌/귀농을 선택한 것인지, 프리랜서인지, 창업을 하는지 물어보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실제 위와 같은 세 가지의 옵션이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이라고 하는 걸 보면 직업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 또한 탈서울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떠나 지방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인터뷰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키워드가 이어졌다. 일단 '집'이 해결되었으니(더 넓은 공간의 자가 마련) 늘 쫒기며 살던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이 여유는 삶을 질을 더욱 윤택하게 흘러가게 했으며 서울에서 관계맺던 사람들도 다양하게 유지되었고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도 인프라가 잘 구성된 지방 도시에서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특히 이 인터뷰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 탈서울을 경험한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와 진지한 조언들을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지어 나는 탈서울 계획도 없는데 꽤 유용한 정보들을 건졌다.


일이 됐든, 거주지가 됐든... 무서워서 못 했던 것들이 막상 겪고 나면 사소한 것들로 바뀌거든요. 이건 어떡하지? 저건 어떡하지? 했던 것들,

막상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오히려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인터뷰 중




요즘은 <의식주> 중에서도 '주'가 큰 문제인 사회인 것 같다. 어느 정치당이든 집값안정을 목소리 높여 말하고 대중매체에서는 몇 십억 짜리 집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나온다. 연예인의 한강 보이는 집을 부러워하고 그 집이 매스컴을 타서 더 오르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마당에 평범하다 못해 월 200만원도 간신히 버는 청년들에게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얼마나 많은 포기와 희생과 눈물이 더해져야 하는 걸까.


여러 이유로 탈서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더없는 현실 조언을 건넨다. 그리고 탈서울 후 다시 인서울 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가감없이 더해져 이 책은 작금의 시대의 '집'이란 무엇인가, '집과 함께 하는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직설적인 고민을 하게 한다. 그런 게 이 이야기의 강점이다. 

무조건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의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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