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최혜진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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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방과 달라서 내 손길과 발길이 수없이 닿아야 하고, 눈길이 가야 해요. 그런 시간 끝에 집과 나 사이에 어떤 길이 생겨서 '내 집'이라는 감각이 생기는 거죠... 저는 집안일이라는 반복적 행위가 삶의 비트를 이룬다고 믿어요. 내 삶에 음악성을 부여하는 근간인거죠. 지겨울 때도 있죠. 하지만 손끝으로 느끼는 단단하고 구체적인 생의 감각은 살림으로부터 와요.
 
거대한 대의와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인 세계의 집, 밥, 일상을 몸으로 그려낸 그들의 작품이 좋으면서, 동시에 이런 일상성에 대한 찬양이 또 다른 억압의 빌미가 될까 두렵기도 하다. 일상 속 작은 행복에 기뻐하는 자세에 열광하면서, 그 작은 행복을 가꾸는 손이 누구의 것인지 분명히 드러내지 않는 건 온당치 않다.

(책 속 밑줄 그은 문장들)


작가님의 북콘서트도 다녀오고 이런저런 다른 리뷰들도 많이 찾아 보았지만 역시 타인과 내가 밑줄 그은 문장들은 다르다. 주부의 속성을 떼어 놓고 책을 볼 수 없는지라 위의 문장에 눈길이 특히 머문다. 가사 노동의 희미함을 그림과 문장으로 뚜렷하게 내어 놓은 것. 혼자 살림을 도맡아 하노라면 외롭고 불안한 마음도 든다. 그럴 땐 타인의 살림살이를 바라보는게 위안이 될때가 있는데 북유럽 그림에서 진정성이 느껴질줄은 몰랐다. 어딘가 안갯속을 헤매는 듯한 터치감에서 보이는 그들의 덤덤하고 담담한 일상.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그림의 분위기가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잘 아문듯 하다. 너무 화려하지도, 또 너무 가난하지도 않은 소박한 표정과 몸짓. 그들에게서 팍팍한 가사 노동을 위로 받았음은 물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일지 방향도 얻은 것 같다. 
책을 읽고 꿈이 생겼다면 나도 직접 북유럽 미술관에 가서 그림이 주는 기운을 몸으로 직접 받고 싶달까. 
일상과 가깝게 연결된 북유럽에 대한 책,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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