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일 년, 길게는 칠 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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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 - P38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 P58

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 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 P74

옥춘당 조각을 집어 입안에 넣었다. 달고 화한 맛이 혀끝부터 천천히 퍼졌다. 입안에서 사탕 조각을 굴리며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재하에게 해주어야 했을 말들을 뒤늦게나마 중얼대보았다.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미안해 같은 평범하고도어려운 말들. 이제 와 전송하기에는 늦어버린, 무용한 말들을.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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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일들은 불행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이 그렇게도 불행하므로 행복된 것이다.’
그에게는 불행의 쾌미(快味)가 알려진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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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고기를 썰고 굽고 씹었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
언제랃 다른 존재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이빨 앞에서 떨고 있는 한 마리 짐승,
또는 한 덩이 고기가 되어

- <누군가의 이빨 앞에서> 중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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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발과 뱀과 풀은 나아가고 있다
태양 없이도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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