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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지혜 ㅣ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양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손자병법
시마자키 스스무 저자의 손자병법은 단순히 옛 병법서를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고대 전쟁의 전략을 넘어, 현대 사회와 비즈니스, 그리고 인간관계 전반에 통용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지혜’를 재조명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부분은 손자가 말하는 전쟁의 본질이었다. 그는 전쟁에서의 최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다소 역설적일 수도 있는 이 주장은, 지금의 시대에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갖는다. 비즈니스 경쟁, 인간관계, 그리고 일상의 갈등 속에서 우리는 종종 ‘정면승부’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손자의 가르침은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충돌은 불가피한 손실을 남기고, 승자조차도 상처를 입는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승리는 충돌 자체를 피하면서도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부분이다. 이 말은 단순히 정보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인식과 환경 분석의 균형, 즉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꿰뚫는 통찰이야말로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장조사와 경쟁사 분석, 그리고 자사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면 전략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손자의 이 교훈은 현대의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용기, 그리고 상대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예전에는 전쟁의 기술로만 보였던 문장들이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싸움은 속도의 예술이다’, ‘승리는 이미 시작 전에 결정된다’ 같은 구절은 단순한 군사적 지혜가 아니라, 사업에서의 기회 포착과 선제적 대응의 원칙으로 읽혔다. 특히 경영자로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이기는 것’이라는 손자의 가르침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결과를 장악하는 전략의 핵심으로 다가왔다.
또한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형세’와 ‘시기’였다. 손자는 상황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순응하면서도 주도하는 자만이 승리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병력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언제 싸우고 언제 물러날지를 아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시장에서의 타이밍 전략, 투자 시점, 신제품 출시의 시기 같은 모든 의사결정에 그대로 적용된다.
책을 덮으며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은 “최고의 지혜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승리란 상대를 제압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손자의 관점에서 승리란 ‘나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원하는 바를 얻는 상태’다. 이 말은 곧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불필요한 다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갈등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병법서가 아니다. 갈등과 경쟁이 불가피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지혜롭게 움직일지를 알려주는 삶의 전략서다. 특히 브랜드를 운영하고 경영자로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이 책은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고 판을 설계하라’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싸움의 기술을 넘어선, 싸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는 지혜. 그것이 손자병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다.
별점: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