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할머니의 벚나무 1000그루
타다 노부코 지음, 우민정 옮김 / 사파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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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흔히 스피노자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문장을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사람의 작지만 단단한 의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벚나무를 천 그루나 심은 여든여섯 살 춘자 할머니의 마음도 바로 그러하지 않았을까. <산골 할머니의 벚나무 1000그루>의 주인공인 춘자 할머니가 사는 산골 마을은 여느 인구 소멸 지역처럼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해 급기야 할머니 열 명만이 남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다시 마을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할머니들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 앞에서 막막해한다.

그때 춘자 할머니가 던진 한마디는 "우리 좀 더 멀리 생각해봐요."였다. 춘자 할머니와 마을 언니들은 도시 사람들이 산골 마을에서 사계절 내내 무엇을 하고 싶어 할지를 떠올리며 벚나무 묘목을 하나씩 심기 시작한다. 벚나무를 심는 동안 할머니들은 하나둘 하늘나라로 떠나지만, 그들의 과업은 멈추지 않는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들의 묘목 심기는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자신이 보지 못할 미래를 기꺼이 믿고 오늘의 한 그루를 심는 일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머니들이 가꾼 벚꽃이 만개한 마을을 보았을 때 나는 작은 희열을 느꼈다. 작가 타다 노부코의 그림은 투박하지만 정겨운 할머니의 손길을 닮아 있다. 실제로 작가의 사진을 보니 마치 그림책 속에서 막 걸어 나온 사람처럼 정감이 갔다. 한 사람의 소망이 시간 속에서 천천히 현실이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작은 벚나무 한 그루가 심어진 듯한 따뜻함이 남는 이야기였다.


* 이 책은 출판사 사파리의 독서모임 지원으로 제공받았으며 직접 책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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