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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간직한 사춘기 청소년들과 기묘한 교환이 이루어지는 상점의 이야기

대만의 아동 문학가이자 동화 번역가인 저우야오핑의 소설 <환환상점>


교환, 어쩌면 기묘한 여행과 같은 것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거야."


환환상점에서는 내게 필요 없는 것이 네게 필요한 것이 되고 네가 간직했던 추억이 내 인생의 소중한 해답이 되며 네가 남긴 흔적이, 내가 털어놓은 비밀이 누구든 필요하면 교환해 갈 수 있는 잔잔한 위로가 된다.


다림의 청소년 문학 <환환상점> 속 '환환상점'은 평범한 가게가 아니다.

돈을 받지 않는 대신 물건과 물건, 물건과 사람, 이야기와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받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장소다.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루이, 딩당, 치치, 하오위 등 총 23명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은 일과 거기서 얻은 교훈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서로 무관한 듯하나 알고보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책 속 아이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관심사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유형의 물건 또는 무형의 가치와 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교환함으로써 고민을 해결하고 한층 성장하게 되는 데에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주제의 범주도 가족, 친구, 환경,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하다. 때묻지 않고 여리면서도 때로는 치기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뒷이야기가 절로 궁금해지는 그런 소설이다.


그래서 이런 가게가 실제로 존재하긴 할까? 책을 다 읽으면 저절로 뇌리를 스치는 질문이다. '환환상점'과 비슷한 가게나 공동체는 현실에도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극히 소수지만 대만,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자본 즉 돈이 초월적 가치를 지니게 된 오늘날 사회에서 나와 상대방의 것이 서로의 필요와 욕구가 되는 물물 교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환상점 주인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의 대안으로 진정한 의미의 '교환'을 택했고, 이것이 가게를 연 계기이자 경영 철학이 아니었을까.


*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는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아동 학대 예방 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교환, 어쩌면 기묘한 여행과 같은 것. 누구든 이 책을 보려면 우리 젊은 시절의 한 페이지와 바꿔야 한다. - P11

자전거 수리점 주인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다. 우리한테 해 준 말도 특별했다. 특히 "한구석이 없어지고 사방으로 흩어진 것도 다시 조립하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니까. 심지어 더 소중해지지."라고 한 말이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내내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빠와 나는 자전거를 나란히 몰았다. 어느새 하늘이 다시금 저녁노을을 조립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에 어떻게 조립될지 알 수 없기에 그 노을이 무척 아름답고 더없이 신비로워 보였다. - P35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방법이 생기더라.‘라니, 정말 그럴까? 무슨 마녀도 아니고 주문을 외운다고 바라는 일이 이루어질 리가. 나야말로 지금 너무 고민스러운 나머지 골치가 아플 지경이지만 이 기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도 정작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는데. - P82

첫발만 떼면 곧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 - P141

"원래 우리 가게는 나한테 쓸모없어진 쓰레기를 가져다가 내가 필요한 보물로 바꾸는 곳이란다. 그러니까 너한테는 쓰레기지만 누군가는 그걸 ‘보물‘로 여기고 가져갈 수도 있지."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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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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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은 이 책은 또 하나의 인생책이 되었다.


이토록 강인한 여성들이 또 있을까.
삶의 파도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싶다면, 그렇게 다시금 내면에 용기와 의지를 새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금이 작가님의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 경상남도 김해의 작은 마을 어진말에서 살던 열여덟의 버들이 친구 홍주, 송화와 함께 포와(하와이)로 떠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담은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서로 다른 세 명의 주인공이 낯선 땅에서 정착하여 살아가기 위해 한 무수한 노력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상황과 처지도 제각각인 이들 그리고 함께 포와를 향한 배에 몸을 실은 여성들은 언제나 서로의 뒤를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이자 자매, 엄마가 되어 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을 꾸려가는 모든 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건 바로 이들이 보여준 여성 중심 가족의 특별한 연대다. 이들의 연대는 곳곳에 어려움이라는 인생의 파도타기가 도사리는 포와에 긍정과 희망의 무지개를 띄운다.


"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유난히도 무지개를 신기해하던 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개인적으로 무지개를 좋아해서 그런가. 바다 위에 둥글게 수 놓였다 금방 사라져버리는 신기루 같은 무지개는 날 좋은 날이면 늘 생각이 난다. 무지개는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가 만든다. 파도 없이는 무지개가 잘 서지 않는다. 거친 파도 없이는 아름다운 무지개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문득 어쩌면 이들만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인생의 파도타기를 크게 절감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를 헤치며 무지개를 향해 나아간 이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여성이자 어머니 그리고 1세대 이민자인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는 희로애락을 엿볼 준비가 되었다면... 알로하 버들, 홍주, 송화

"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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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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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광준 작가님의 <심미안 수업>을 감명깊게 읽은 한 독자로서 신간 <내가 사랑한 공간들>의 서평을 쓰게 되었을 때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 책은 '삶의 안목을 높여 주는 공간 큐레이션 20'이라는 표지 내용에 걸맞게 심미안을 가지고 총 20개의 공간을 관찰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서문을 시작으로 본문은 테마별로 5부, 한 부당 4개의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1부 ○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공간
2부 ○ 그곳에서 쇼핑을 하면 즐거운 이유
3부 ○ 작품 말고도 볼 것이 많은 예술 공간
4부 ○ 개인 취향과 사회 가치가 제대로 구현된 곳
5부 ○ 보고 듣고 먹고 노는 사이에 안목은 자란다
끝에는 공간들의 주소와 링크가 '윤광준이 사랑한 공간 20 가이드'라는 이름의 부록으로 실려있다.

 

- 공공성과 이야기를 기준으로 선정한 공간들에 대한 깊은 관찰은 공간을 감각적, 미학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현재의 지루한 삶을 몰랐던 새로운 공간으로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며 손짓하는 듯하다.

 

- 인상깊었던 부분은 글 앞쪽에 사진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 여타의 공간 관련 책과는 다르게
요란하지 않고 간결한 사진들과 그 사진들을 배치한 위치였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으나 후에는 그 의도를 알 것도 같았다. 사진이 내용 중간 혹은 맨 뒤에 위치해 있어 작가님의 설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과 실제 모습을 비교할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아는 곳은 떠올리게, 모르는 곳은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 녹사평역의 아름다움을 나처럼 느낀 분이 있다는 사실과 스타필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풍월당 등 가봤던 공간들의 등장이 반가웠다. 이 책 속 대부분의 공간들은 그렇게까지 대중적이진 않다. 이는 곧 명소만이 아름다운 공간은 아니며 아름다운 공간이 모두 명소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 그리고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잘 알려진 명소를 아름다운 공간이라 여기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요약하면 이 책은 작가님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공간들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그 섬세한 과정을 서술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어떠한 공간을 경험했을 때
온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공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책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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