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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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나 시장을 가게 되면 수많은 고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포장되어 진열대에 놓여 있다. 번화한 거리를 걸을 때면 무수히 많은 식당 중 고깃집은 또 왜 그렇게나 많은지... '우리나라 사람들 고기 참 좋아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늘 함께 드는 궁금증은


이 많은 고기는 다 어디서 왔을까?

였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은 물론이고 전국을 여행을 다니며 도심과 도심을 벗어난 외곽을 달려보아도 내 눈에 들어오는 농장은 거의 없었는데 대체 우리나라 어디에서 이 많은 고기를 생산할 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사람들이 먹어대도 부족함이 없이 충분히 공급되는 고기들이라니...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사육되다 도축되는 걸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다 보면 섬뜩한 생각이 들곤 한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안녕만을 추구했지 지구의 안녕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까지.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탐욕스럽고 풍요롭게 살아감에 따라 지구는 점점 병들어갔고 지금은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껏 살아왔던 삶을 변화시켜야 하는 위기 상황에 처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모두가 멸망으로 향할 수밖에 없기에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변해야 한다. 그래야 지구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구의 위기가 곧 우리의 위기인 것이다.



매년 점점 더 강해지고 위협적인 태풍과 극단적으로 치닫는 기후변화 등만 보더라도 상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지구가 아파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가. 작가는 말한다. 더 잘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우리가 사실에 기반을 둔 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 믿지는 못한다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 작가. 그러면서 여러 가지 예시의 이야기들을 쏟아놓는다.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나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 작가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의 연장선 상의 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지구가 안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날씨다>에서도 작가는 "이 책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인만이 아니라 대응에서 우리가 어떤 잠재력과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솔직히 이야기할 수 없다면,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마주할 길이 없다고 말하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 식습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과 함께 기후 위기의 상황을 팩트와 통계를 통해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작가는 수십 장에 이르는 참고문헌을 찾아 조사하였다는 것을 책 말미를 보면 알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채식주의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건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고기를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고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으로 오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면 더더욱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실천해 볼 의지와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작가의 말처럼 아침과 점심은 채식으로 하고 저녁은 육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플렉시 테리언(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는)으로 살아가는 것도 변화의 한 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 지구의 생명은 온실가스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온실가스 효과가 없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가 아니라 -18도에 이를 것이다.

- 인간들은 현재 대멸종이 진행되는 동안 화산들이 쏟아 낸 것보다 열 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 내고 있다.

- 기후변화는 당뇨병처럼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세포가 치명적으로 퍼지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 악성종양 같은 사건이다. 긍정적인 되먹임 회로가 '통제 불능의 기후변화'를 초래하면 지구는 온난화를 감당할 수 없다.


작가는 끝으로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 

방법이라고 거듭 말하며 책을 맺고 있다. 또한 이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가 자신의 아들들

에게 남기는 편지로 글을 맺고 있다. 자신의 선대부터 시작해 가족사를 아이들에게 따뜻

하고 다정하게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날씨다>에서는 단순히 지구 위기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위기 상황과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것들과 우리가 어떻게 해야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인

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어렵지 않은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어 특히 좋았다.

우리 모두 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 행복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이제 행동

으로 옮겨야 할 때인 거 같다.

이 위기의 시대에 함께 맞서 지구를 구해보자. 실천하는 우리가 어벤져스다.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고 함께 실천해야 할 책이다.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급속히 줄이면서 동시에 땅을 비워서 더 많은 나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 중 탄소 초과분을 가둘 수 있게 하는 이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 너무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 P284

점점 강해지는 대형 태풍, 더 심각해지는 해수면 상승, 가뭄과 물 부족, 점점 넓어져 가는 오염 해역, 대규모 해충 발생, 죽어가는 숲, 매일같이 사라지는 수백 종의 생물과 같이 잇따르는 비상사태들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전 지구적인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마치 저 멀리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비슷하다. 우리는 실존을 뒤흔드는 위기와 그 위급함을 인식하지만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알고 있으 ㄹ때조차도 거기에 온전히 몰두하지는 못한다. 인식과 느낌의 간극 때문에 사려 깊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다시 말해 기꺼이 행동할 뜻이 있는 사람들조차 행동하기가 아주 힘들 수 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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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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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중의 고전 <빨강 머리 앤>은 소녀 시절을 지나온 모든 이들이라면 오래 기억하는 작품일 것이다. 책으로 만나지 못했더라도 어린 시절 TV에서 나오던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캐릭터와 그 노래는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책을 받자마자 여전히 잊히지 않은 그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빨강 머리 앤은 만화, 영화, 책 등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나와 있지만 알에이치 코리아 출판사에서 아트 앤 클래식 시리즈 네 번째로 선보이는 <빨강 머리 앤>은 설찌 작가의 그림이 곁들여지면서 평소의 앤과는 조금 느낌으로 재해석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러스트와 어우러진 에세이나 소설의 경우 간혹 내용과 그림이 조화롭지 못해서 몰입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책의 완성도를 해치는 경우도 있는데 설찌 아티스트의 그림은 루스 모드 몽고메리의 명작 <빨강 머리 앤>의 이야기 더 흥미롭게 만들고 적절하게 잘 어우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고 머릿속에 기억하는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이 아닌, 다소 통통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재해석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빨강 머리 앤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글은 하이퍼리얼리즘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빨강 머리 앤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너무도 사실적인 표현력이 뛰어나 눈앞에 이 모든 장면이 펼쳐지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더욱이 조심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사실적 묘사는 마치 내가 그곳에 와 있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었기에 상상 속 여행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좋았다.


매슈와 마릴라는 남자아이를 원했지만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인해 여자아이인 앤이 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당황스럽고 의아해하는 매슈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랑스러운 앤을 어떻게 그냥 두고 올 수 있겠는가. 열한 살 어린 소녀가 겪었다고 생각하기에 너무나 많은 일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지금껏 한 번도 가족이 없었던 앤이지만 자신의 처지와는 달리 너무도 밝고 귀여운 앤. 다정한 매슈와 무뚝뚝한 마릴라가 살고 있는 초록 지붕 집에 그렇게 앤도 새로운 가족이 된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 읽으니 가족의 구성,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책이었다.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한 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풍경들의 묘사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또한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표현하는 앤 방식의 표현들도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설찌 작가의 그림.




평소 무뚝뚝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마릴라가 앤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하는 문장은 가슴 뭉클함을 넘어 눈물이 핑 돌게 만들었다.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진심을 드러냈기에 더 감동적이었던 내용.



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이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재미나고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마치 추억 속으로 한참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었다. 상냥하고 귀엽고 엉뚱한 매력이 있는 앤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읽다 보면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들도 많다. 고전이, 명작이 왜 명작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긍정의 힘으로 산 앤의 삶을 보면서 긍정의 에너지를 한껏 얻게 된다. 어린 앤이 삶의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자라남에 따라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읽는 독자도 함께 성장하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우울하고 지친 일상에서 <빨강 머리 앤>은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유년시절의 추억과 앤과 같은 삶의 에너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다.




초록 지붕 집의 10월은 아름다웠다. 골짜기의 자작나무는 해님처럼 황금빛으로 빛났고 과수원 뒤의 단풍나무는 환상적인 진홍색을 뽐냈다. 오솔길을 따라 핀 양벚나무는 세상에서 제일 고운 검붉은색과 구릿빛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은 듯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햇살을 흠뻑 받았다.

앤은 눈앞에 펼쳐진 찬란한 색채의 향연에 감탄했다. - P214

어느 6월 오후, 앤은 동쪽 다락방 창가에 앉아 있었다. 과수원이 다시 분홍색 꽃으로 채워졌고 ‘빛나는 물결의 호수‘ 주변의 습지에서 개구리가 은방울 굴러가듯 맑게 노래했다. 또한 들판을 뒤덮은 클로버의 향기와 발삼전나무 숲의 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 공부에 집중하던 앤은 밖이 너무 어두워지자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앤은 점차 눈을 멍하게 뜨고 공상에 잠겼다. ‘눈의 여왕‘의 가지 사이를 내다보며 활짝 핀 꽃을 바라보면서...... - P292

앤, 낭만을 다 포기하진 말아라. 조금 남겨두는 건 어떻겠니? 많이는 아니더라도 물론...... 앤, 조금만. 조금은 남겨두렴.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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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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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과연 나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가끔 던져보게 된다. 예전에는 나 스스로가 일반적이지는 않고 예민하고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나는 여전히 섬세한 사람이고 예민한 사람이지만 뭐랄까 나 스스로 섬세한 사람들이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고 좀 더 마음이 튼튼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나 스스로 이젠 섬세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소는 나보다도 훨씬 더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과 함께 살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내가 평범한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던 착각도 있었다는 것이다.

늘 그런 편이지만 마음에 비해 현실은 못 따라가듯 의욕에 불타 곁에 둔 책들은 많은데 미처 펼치지도 못하고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나의 일상 반경 속 곳곳에 남들이 보면 책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이 상황에선 이 책을 읽겠다는 내 나름의 방식이 적용된 하나의 질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읽어야지 해 놓고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이 책을 나보다 더 예민하고 극도로 섬세한 짱가 씨가 먼저 책을 펼치게 되었다. 화장실로 데려간 지 몇 분 후 문을 열고 나와 하는 말.

"머리말만 읽어도 이건 완전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네?"

짱가 씨 역시 제목에 끌렸고 대체 뭔 소리를 적었나 싶어 호기심에 나보다 먼저 책을 읽었는데 처음 머리말부터 크게 공감이 되며 뭔가 허공에 뜬구름 잡는 식의 내용이 아니라 섬세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겪는 나름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 들을 제대로 잘 풀어낸 실용서였던 것이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일반적으로 머리말만 읽어봐도 그 책이 어떤지... 대략적으로 가늠이 된다. 이 책은 단 6페이지의 머리말에서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작가의 깊은 애정과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머리말에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두 축약되어 있다. 스스로 섬세한 사람으로 살면서 겪었던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현재 매우 예민한 사람 전문 상담가로 살아가는 노하우를 담아 자신과 똑같은 섬세한 사람을 위해 친절하고 정제되고 또 정제된 글로 마치 상담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머리말만 읽었는데도 뭔가 나를 진심으로 알아주는 이 하나를 만난 거 같고 벌써부터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마도 대부분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과 피곤일 것이다.

'섬세한 사람'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Elaine N. Aron) 박사가 제창한 HSP(Highly Sensitive Person)가 기본 개념으로 '너무 민감한 사람', '굉장히 민감한 사람' 등으로 번역되었고 최근 일본에서도 이 개념이 퍼지면서 관련 서적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카운슬링하며 만났던 HSP들을 가리켜 '섬세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자기 스스로도 HSP라서 '극도로 민감한 사람'으로 불리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섬세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과 같은 섬세한 사람들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기술을 담고 있다. 험한 세상 속에서 섬세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실제 적용 가능한 실용서이다.



섬세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주변의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언행에 의해 쉽게 상처받고 휘둘리게 되는데 이러한 일들에 대해 흔히 그냥 무시해라~ 참아라~ 가 아니라 신경 거슬리는 것을 무시하고 넘기는 대신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살면서 사람에 치이고 도망치고 싶고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으로 버거운 이들이라면 이 책이 위로와 조금은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줄 것이다.

'나만 별난가, 나만 예민한 건가'라고 스스로 고민하며 자책했던 이라면 이 책에서는 그런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이 장점이자 나만의 특별함이라고 말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 있게 살아가도 된다고 다독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섬세한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미래에 대해 안심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읽고 그걸 하나씩 이뤄나가다 보면 ‘나는 이게 좋아‘, ‘이렇게 하고 싶어‘라는 마음의 중심이 단단해집니다.

중심이 단단해지면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견에 좌우되지 않으며, 여러 사람들과 있어도 편히 지낼 수 있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본심을 소중히 여길 때, 섬세한 사람은 단단해지게 됩니다. - P209

아무리 섬세한 사람끼리 살아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가 상대방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기분이나 상황을 말로 전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섬세한 사람 x 섬세한 사람이든, 섬세한 사람 x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든 ‘말로 알려주는 것‘, ‘서로 의논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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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꾸준히 해 본 사람은 안다. 우리 몸에서 코어 근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코어가 튼튼할수록 흔들리지 않게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고 몸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코어 근육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하지현 작가는 자신의 마음 코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코어가 강화되는 경험은 결국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고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지식을 통해 이치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타인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 관점의 편협함이 깨진다.라고 작가는 독서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되고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 꾸준한 독서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마음의 중심을 잡고 평화로운 상태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로 바라는 생각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기 위해서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서재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것도 정신과 의사의 서재라니... 과연 어떤 책들을 읽고 어떤 책들을 소장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공통되는 부분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읽는 내내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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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책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할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궁금해서 책과 관련된 책은 대체로 구입하는 편이다. 이 책은 오랜 세월 꾸준히 탄탄한 독서를 해 온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직업이 더해져 보다 풍성한 시선의 책 읽기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또한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단순히 다독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멋지게 글로 풀어내고 있어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치 심리 상담을 받으며 책을 처방받는 기분이랄까...

분야별 균형된 독서를 하는 작가라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예를 들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알짜 정보도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마지막에는 하지현 작가가 읽은 책들 중 본문에 소개된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책 곳곳에 소개하는 책이 나올 때마다 줄을 긋고 메모를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즐거움과 함께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의 정보를 한 꾸러미 받은 그런 느낌이다. 독서의 행복이 모두에게 더 깊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이젠 책장을 덮고 그가 추천하고 소개한 책들을 읽을 시간이다.


누구나 이런 책 한 권씩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생에 벼락같이 확 꽂힌 책, 아무리 낡아도 이것만은 놓거나 남에게 주고 싶지 않은 책 말이다. 이런 책은 인생의 나침반이자 이정표다.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갈림길에 섰을 때, 지치고 피곤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누피의 친구인 꼬마 라이너스는 언제나 담요를 갖고 다닌다. 없으면 불안하고 외롭다. 그런 면에서 내게 <슬램덩크>는 라이너스의 담요인지 모른다. 나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라이너스의 담요와 같은 책이 있으면 한다. 언뜻 떠오르는 게 없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다. 긴 인생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 P258

프랑스 말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 있다. 해가 살짝 저물 때 저 멀리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되는 그런 경계를 말한다. 낮도 아니고 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시간.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서 이게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하려고 노력해가는 것이다. 질병을 평가하기가 어렵듯이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판단하기에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애매함을 안고 가는 것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이다. - P23

무엇이든 숙성을 위해서는 시간이, 빠른 변화를 위해서는 충격의 통증이 필요한 것처럼, 내 책의 혹평을 읽는 아픔을 몸으로 겪어본 다음에야 낸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타일러도 직접 아파보고 겪어보는 단계를 거쳐야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정신과 의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 P35

오늘도 나는 책을 쌓아놓고 읽는다. 이건 끝이 나지 않는 달리기 같은 것이다. 시작점은 있지만 반환점도 없고 종착점도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꾸역꾸역 꾸준하게 읽어가고 새로운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의 즐거움을 쌓아간다. 그것이 내게는 작은 행복이고 나의 하루를 완성해가는 자잘한 벽돌들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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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사라진 날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1
신민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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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그림에 쉽게 읽힐 것 같은 그림책이었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고 보니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고 어쩌면 어른인 우리 또한 한때 거쳐왔던 시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무가 사라진 날>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초록색 머리를 한 나무는 집 앞 공원 숲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기운 넘치는 아이다. 에너지 넘치는 나무는 매일 친구들과 노느라 집에 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다. 이런 나무를 보고 엄마는 보자마자 잔소리부터 늘어놓기 시작한다. "왜 이리 늦었어", "숙제는 했어?", "공부하라니까" 등등

엄마의 꾸지람에 주눅이 든 나무는 방으로 들어가 하기도 싫은 숙제를 하고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몸이 점점 굳어지면서 딱딱한 의자가 되어 버린다. 그런 줄도 모르는 엄마는 나무를 찾기 위해서 온 집을 뒤지다가 의자가 되어버린 나무를 발견하고 아이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도 나무가 의자가 되어버린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엄마는 나무가 좋아하는 공원 숲으로 의자를 안고 가고... 거기서 나무와 평소 놀던 아이들을 만난다. 아이들은 나무가 의자가 되었다는 말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의자와 함께 숲에서 놀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떠나고 의자와 엄마만 남게 된 어두운 밤에 이르러 엄마는 의자가 된 나무에게 "우리 같이 별을 바라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 미안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된다. 엄마의 진심이 전해지자 의자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며 딱딱했던 의자는 다시 나무로 돌아오게 된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부모 된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자식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주지 못하는 엄마.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잔소리가 되어 나무에게 상처가 되어 박혔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엄마들은 한결같이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부해라~"를 입에 달고 산다. 돌이켜 보면 부모가 된 어른들도 어릴 적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랐고 그런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반항하기도 하고 상처 입기도 하며 컸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 자식에게 또 같은 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참 모순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그런 잔소리들이 모두 애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왜 모르겠는가.

가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현재의 행복보다는 미래를 위해 그 행복을 포기하고 미루는 경향이 큰 거 같다. 공부해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학원을 쉴 틈 없이 돌리고 "좋은 대학 가야지~"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며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삶을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대학을 가면... 취업을 위해서 또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면 결혼을 위해, 결혼 후엔 자녀를 위해, 노후를 위해... 끝이 없다. 도대체 행복은 언제 누릴 수 있는 걸까.

아이들에게 "공부해라"고 강요해 본 적은 없다. 왜 지금의 행복을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행복하면 좋겠다는 주의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보다 행복하고 보다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자기 앞가림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초등학생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학원을 다니느라 피곤에 절어 있고 코피를 쏟으며 공부의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접할 때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잘 되라고 했던 말들이 수많은 상처가 되어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만든 건 아닐까. 조금만 쉴 틈을 주면 좋을 텐데...

<나무가 사라진 날>은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이다. 내 아이에게 평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을 쏟아내는지 점검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통이 되지 않으면 어디선가는 곪고 썩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싶다.

지금도 상처로 힘들어할 나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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