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면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처음엔 나도 흔하게 나오는 토익 만점 정복기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제목만 그렇게 보여질 뿐 엄연히 중앙문학장편소설 수상작인 소설이다.

신인 작가의 재기발랄함과 넘치는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최근 3년 동안 읽은 책 중 가장 재밌었다.

실제로 중앙문학장편소설 수상위원들이 너무 재밌어서 선정하지 않을 뻔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된 이유는 정말 재밌지만 마냥 재미에서 끝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 토익 만점은 당연하고, 업무를 하면서 영어는 한 마디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높은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불량스펙 주인공이 대견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하고 참 그랬다.


덧, 읽다보면 계속 물냉면이 먹고 싶어진다. 결국은 다 읽은 뒤 먹었다.

덧덧, 작가의 말은 짧고 강력하다.

난 그들의 인질이 되고 싶었다. 농장일을 도우면서 위급할 땐 몸을 던질 용의가 있었다. 경찰이든 강도든, 누가 총을 쏘면 대신 맞아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곁에서 들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 만하다. 성우한테 직접 리스닝 훈련을 받는 것만큼 확실한 토익 정복 비결도 없다.

영어로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로 잠꼬대해야 한다. 오르가슴 신음도, 헛소리도 영어로 하는 게 좋다. 나는 이미 ` 앗` 외마디소리를 ` 웁스`로 바꿨다. 설거지하다가 접시를 놓치면 웁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도 웁스. 닭살이 좀 돋지만, 차차 익숙해질 것이다. 섹스할 때도 "오, 베이비" 혹은 "아아, 예스"로 신음하기로 했다. 기꺼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국어에 없다고 이세상에 정말 없는 건 아니다. 한국어로만 사고하는 한 그것을 깨우치기란 대단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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