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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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이 난다.

대학 다니던 때 우리집은 아직도 조중동(특히 조선일보)의 노예였고 당시 그 신문에서 신경숙 작가가 소설을 연재했었다.

제목은 리진이 아니었다.

신문을 읽는 편은 아니지만 매주 그 소설이 너무 재밌어서 챙겨 읽으려다 여름 방학이 시작함과 동시에 국토대장정을 떠나게 되어 읽기를 그만두었다.

그 후 몇년이 지났을까.

리진이라는 이름으로 그때 연재되던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꼭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몇 달 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샀다.

개인적으로 신경숙 작가는 단편보다 장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장편은 꼭 사서 읽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역사물을 쓴 적 없던 신경숙 작가가 살린 역사의 이면에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않고 그 시대 다른 여성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살다간 100여년 전 궁중 무희.

소재도 너무나 흥미롭지만 그 여인의 삶과 사랑을, 그리고 그에 맞물린 어지럽던 시대상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그린 필체도 너무 좋았다.

특히 1권은 정말 작정하고 쓴 사랑이야기란 느낌이어서 새삼스레 두근거려가면서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은 사랑이야기가 주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이후 장편소설은 '엄마를 부탁해'였으니... 어쩌면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도 못다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들었다.

때로 어떤 다정한 말은 땅에 묻힌 씨앗처럼 사랑을 품게 만든다.

사람이든 새든 나무를 향해서든 사랑을 품은 자는 기도를 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살아가는 일이 덜 힘든 법이다. 좋아하는 일로 힘이 들게 된다 해도 그 힘듦이 살아가는 의미가 되는 게야. 너는 부자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거든.

인생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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