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 - 고통과 상처에 대한 심리학적 처방
롤프 젤린 지음, 김현정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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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가장 깊이 상처받는가

 



최근 아버지께서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으신 후 교회에 중보기도를 요청하는 가운데,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었다. 몇 해 전, 비슷한 상황에서 교회의 큰 도움을 받았던 친한 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필자 역시 성도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기도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교역자의 사무적인 태도와 형식적인 일 처리는 큰 실망을 안겨줬고, 그때 언니와 필자의 경험을 비교하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문득, 상처의 근원이 현재에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 깊이 느껴지는 상처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가장 깊은 내면으로 향하다

 


학창시절 따돌림을 경험했다. ‘무리에 속하지 못하는 정서적 불안과 외로움은 사람에 대한 신뢰와 자아존중감을 결여시킨다. 앞서 언급한 교역자의 언행은 가정형편 상 교회 일에 적극적이지 못해 소속의 결핍을 느끼고 있던 필자의 위축된 마음을 자극했고 괜찮아졌다고 믿었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과거로 돌아가 14살 꼬맹이가 되어 무리에서 배제된 것처럼 느껴지는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남편의 반대로 헌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적극적인 교회 활동 참여의 어려움, 내성적인 성격 등등 스스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주관적 생각들은 마음 닫기의 극단으로 나아갔고 기도 제목을 전면에 드러낸 본인을 탓하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상처를 회피하기 위해 교회와 관련된 모든 것을 차단해야겠다는 자동화된 생각이 뒤따랐다. 그때, 롤프 젤린의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가 눈에 들어왔다.

 

고통과 상처에 대한 심리학적 처방

 


롤프 젤린의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는 일상 가운데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상처 치유에 효과적인 방법을 전략을 찾아 불안과 고통을 잠재우고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안내서다. 저자는 마음의 상처를 마주하고 들여다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가 독자의 내면에 뿌리내린 상처를 감지하고 그 상처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고 앞으로 독자들이 마주하게 될 상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 말한다. ‘당신의 상처받기 쉬운 마음에 대해에서는 사람마다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정통 심리 치료 학설보다 인지에 기반한 실제적 변화를 통해 당사자가 상처를 해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가 치유의 검증된 해결 방법을 제시할 것을 예고한다. ‘합리적 사고를 강요할수록 정신적 고통은 더 깊다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평가하고 검열하는 것이 더 많은 육체적 고통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왜 상처를 받을까: 삶과의 충돌에서는 객관적인 파악이 어려운 정신적 상처의 능동적·수동적 원인을 알아보고 상처를 의식적으로 대비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양자 사이의 간격 조절을 익힌다. ‘가슴으로 스며든 정신적 고통에서는 아이의 상처를 대하는 부모의 간섭과 문제 해결 시도가 오히려 부모에게서 2차 정신적 상처를 입을 것을 우려하며 상처에 건설적으로 대처하는 구체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을 목록을 통해 확인한다. ‘상처를 입었을 때 스스로 하는 응급 처치에서는 고통을 해소하는 기본 규칙을 알아보고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상처를 8개의 영역으로 제한한 뒤 정신적 상처가 삶의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돕는 응급 조치를 가르친다. ‘버림받고 고립되었다는 것은 오직 당신의 생각이다에서는 정신적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속에 생겨나는 단계별 반응을 알아보고 자신을 살피며 안정감을 되찾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본다. 더불어 고통을 말로 표현하고 상처를 들여다봄으로써 상처와 정보를 분리하고 이전의 방식과 다른 패턴을 연습한다. ‘상처가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에서는 양자심리학(Quantum Psycology)을 통해 최면 해소 기술을 알아보고 최면 상태를 예방하기 위한 사례를 알아본다. ‘상처는 어떻게 각인되고 되살아나는가에서는 기억의 불확실함과 일방적이고 편협한 관점으로 형성되는 왜곡된 행동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나와 다시 마주하기에서는 상처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위한 공간적·시간적 거리두기와 여러 관점에서 상처를 말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삶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다에서는 전형적인 상처의 기본 패턴을 발견하고 상처받은 가치를 내면에서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여 자가 치유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기 시작하다에서는 미성숙한 내면세계를 고려하지 않은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의 짐이 감정적으로 자각되지 않는 원인을 살펴보고 관용을 베푸는 활동을 통해 인지를 촉진시켜 내면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불안과 고통 이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동력에서는 불안과 고통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을 알아보고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지속적인 원동력이 더 많은 인간성을 실현하고 생동감을 유지시켜 발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 고통임을 알게 한다.

 

실제적 방법을 제시하는 길잡이


작가 롤프 젤린은 독일 최고의 관계 심리학자로 건축학을 전공한 뒤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중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지각, 사고, 감정, 의사소통, 에너지를 다루는 방법과 기술 등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현재는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슈투트가르트 HSP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심리치료와 코칭,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중이다.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상처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예민함이라는 무기등이 있다. 번역가 김현정은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예나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의 사랑법, 거짓말하는 사회,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범인은 바로 뇌다, 지식의 사기꾼, 비트겐슈타인, 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 할까?등이 있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의 짐으로부터 해방되기

 



앞서 교역자의 사무적인 태도에 과거 공동체로부터 배제되어 상처입었던 경험을 언급했다. 이전의 필자였다면 곱씹음에 질려 관련된 모든 것을 차단하고 회피했을 테지만 저자는 자신을 보호하리라 믿었던 행동이 마음의 문을 닫음과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부터도 자신을 차단시키기 때문에 더 이상 아름다운 경험도 할 수 없음을 경계한다. 필자 또한, 시간이 흐른 뒤 과연 그 행동이 최선이었을까에 대한 후회가 있었으므로 과거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건 뒤로 미루고자 한다. 그렇다면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의 짐으로부터 해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과거의 익숙한 정체성이 다시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완전히 다르게 보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권장한다. 215p에 언급된 엘프리데처럼 배제된 상황에 움츠리고 일 년간 구축했던 관계를 일순간에 회피한다면 교역자와 직접적인 관계도 아닌 사람들의 선의를 무시하고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다. 저자의 해결법 중 가장 빠르게 실행해볼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상처를 말로 표현해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평을 쓰며 며칠에 걸쳐 3자의 입장에서 글을 작성하다 보니 분노는 사그라들고 교회와 관련된 모든 걸 등질 만큼 중대한 일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직접적으로 연관된 목장 공동체가 보였다. 저자는 정신적 상처의 타격을 받지 않고 무사히 남아 있는 것을 인지하라고 권한다. 목자님을 비롯한 목원은 필자를 위해 기독교 정신으로 기도하고 베풀어주었다. 받을 때의 감사함만 기억하지 않고 실천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태복음 1821-22절 말씀은 필자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큰 미움은 사라지고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감사만 남았다. 이 책에 제시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광범위하게 변화시키고 해소하고 나아가 치유를 위해 마음을 활짝 열었다고 해도 여분의 고통은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란 저자의 말처럼 교역자에 대한 껄끄러운 감정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 교역자와 터놓고 이 일에 관한 대화를 나누어보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관련된 모든 것을 차단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길 자처했던 그때의 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를 통해 상처의 분명한 한계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만의 가시밭길에서 벗어나 빠르게 평안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사람에게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는 미움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제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한다. 필자처럼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부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의 반복으로 정신적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학하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과 불안은 한순간에 해소되지 않는다. 속뜻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문제 상황에서 살짝 뒤로 물러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거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용서의 강박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연습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롤프 젤린의 쉽게 상처받는 당신의 마음에 대하여는 현명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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