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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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집단주의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집단성이 강조되고 개인의 욕구보다 집단의 안녕과 사회 질서가 우선시되는 수직적 집단주의 국가로 사회 전반에 걸쳐 조직적인 질서와 효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집단 내에서 관계의 선을 지키지 못하고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개별적인 욕구를 억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고유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지 못해 고통을 겪기도 한다.

 

선한 의도, 폭력을 경험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선한 의도로 시작된 조언과 제안이 폭력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속뜻은 이해하나 곡해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더 큰 고통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속상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조언과 제안은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여 스트레스와 반감을 일으키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가끔 좋은 일하고 욕을 얻어먹었다며 투덜대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상대의 입장에서는 존중받지 못한 폭력을 경험했다고 여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물리적·심리적 바운더리를 존중해야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만드는 마음의 공간

 

심리학에서 의미하는 바운더리(Boundary)’는 가장 나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정하는 마음의 공간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를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 나를 보호하는 공간을 말한다. 저자는 바운더리가 타인을 배제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무기가 아니라, 나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마음의 정원과 같은 공간으로 정원을 가꾸듯 마음과 뇌의 근육을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경이와 성취를 느끼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바운더리(Boundary)의 길잡이

 

저자 김현은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이며 임상심리사이다.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와 임상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마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심리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대중 소통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뉴스와 과학 잡지, 블로그,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유용한 심리학·정신건강 정보를 2020년부터 꾸준히 소개 중이다.

 

균형 잡힌 삶으로 인도하는 실질적인 지침, 바운더리(Boundary)

 

‘1장 선을 넘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키려면에서는 선을 넘는 사람들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신체·감정·지적·물질·시간·성적 공간을 배우고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마인드셋을 통해 이로운 인연을 완성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여섯 단계를 알아본다. ‘2장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하게 느껴질 때에서는 완벽주의와 자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책임감과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고 실질적인 자기 자비인 내 역할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연습을 통해 삶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돕는다. ‘3장 지친 삶에 활력을 충전해줄 진짜 휴식을 통해 질 높은 휴식을 취할 시간을 확보와 쉼을 구분하는 바운더리를 구축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4장 자꾸만 격해지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에서는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요령을 알아보고 감정을 다루는 4단계를 통해 격한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5장 일상의 행복에 닿는 법에서는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현실과 이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바운더리를 구축하고 주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기르는 연습을 한다.

 

마인드 리딩: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생각 멈추기

 


필자는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쓰기 때문에 부탁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일이 거의 없다. 상대의 생각을 지레짐작하는 성미로 기대했던 반응과 다르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아버지께서 암 투병 중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처음에는 교회 목원들에게만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한 목원이 교회 단체방에 중보기도를 요청하라고 조언해 주었지만, 남편이 헌금 문제에 민감한 상황이어서 그동안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점이 마음에 걸려 망설였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여명이 1-2년 정도 남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항암 일정이 정해지자 가장 먼저 목장 톡방에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기도 요청 글을 본 목원 중 친한 언니 한 분이 교회 단체방에도 이를 알리기 위해 부목사님께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언니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성인이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 직접 부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부목사님께서는 이미 관련 내용을 들으셨고, 교회 단체방에 게시물을 올릴 수는 있지만, 예전에 이상한 내용이 올라온 적이 있어 신중하게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괜히 말을 꺼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간 봐온 교회 단체방에서는 개인이 긴급한 어려움을 공유한 적이 종종 있었고 친한 지인의 경우 남편이 큰 병에 걸렸지만 중보기도에 관련해 심사와 같은 언급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위로의 말 없는 이상한 내용, 심사와 같은 언급이 계속되니 도움되지 않는 신도라 이런 취급을 당하나 싶어 불쾌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후 다시 부목사님께 연락이 왔고, 게시물을 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씀을 들었다. 다만 직접 올릴지, 목사님이 올릴지 선택하라는 말씀에 불편해져 목사님께서 하셔도 된다 했는데 본인이 올리는 게 좋을 거 같다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곱씹을수록 언짢아지는 상황에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이 떠올랐다. 평소에도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 교회 생활도 위축되어 있었는데 용기 내어 시도한 행동이 예상 밖이라 자괴감에 인지적 오류의 늪에 빠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눈치를 보느라 마음에 부담이 느껴진다면, 의식적으로 마인드 리딩을 인식하고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꾸기를 권하기에 실천해보았다. 단체방에서 공유되는 내용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전달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교회가 필자에게만 야박하게 군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교회를 1년간 출석했지만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살았기에 교회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목사님을 단정 짓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결론으로 마인드 리딩을 하니 놀랍게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어디선가 감정을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뜻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김현의 바운더리는 실질적인 생각과 행동 지침을 제공하므로 자가 치유가 가능하다. 하루아침에 탄탄한 바운더리를 만드는 건 어렵지만 저자의 말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살펴보고, 유용한 지식은 일상에 반영해보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게 필요한 만큼 책의 내용을 활용하다 보면 어느새 완생으로 나아갈 견고하고 튼튼한 바운더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관계가 순탄치 않아 힘들지만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 망설여지는 당신에게

 

김현의 바운더리는 심리학·정신건강의학·인지신경과학에 근거한 인지행동치료모델에 기반하며 그 외에도 수용전념치료·변증법적행동치료·마음챙김 등 현대 심리학에서 효과와 근거가 충분히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여러 계기로 관계 속에서 상처받아 힘들지만 아직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는 망설여지는 사람들이 건강한 바운더리를 형성하기 위해 곁에 두고 종종 펼쳐보는 요긴한 바이블이 되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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