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인문교양 시리즈
스티네 옌선 외 지음, 마레이커 클롬프마커 그림, 강재형 옮김 / 니케주니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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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책세상&맘수다 카페를 통해 

니케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삶과 윤리의 괴리



윤리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행동 규범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방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공동체의 안정과 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하다. 개인의 책임감을 높이고, 모두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윤리는 간혹 현실과 괴리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우며 개인의 행동에 대한 영향을 완벽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윤리와 삶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절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법과 윤리의 기준을 잘 조화시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함께 한 사람들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은 네 명의 작가가 함께 한 공동 합작이다. 스티네 옌선은 철학자, 작가, 프로그램 제작자로 철학 프로그램 고로, 나는과 어린이 프로그램 싱크탱크를 진행하고 있으며 어린이책 스티네야, 그거 아니?로 네덜란드 아동문학상인 은색펜을 수상했다. 공동 작가인 엘리 루스트는 암스테르담에서 약 31년간 여성 경찰관으로 근무했으며 텔레비전 프로그램 엘리는 순찰중’, ‘112 오늘에 출연하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림 작가인 마레이커 클롬프마커는 미네르바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많은 어린이책과 잡지에 그림을 그렸는데 잉크, 아크릴, 구아슈를 이용하거나 콜라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그린 그림으로 스티네야, 그거 아니?, 아말리아의 꿈, 감정으로 가득 찬 상자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전공하고 현재 네덜란드 통계청에서 선임 분석관으로 근무 중이며, 네덜란드 법원이 인가한 공인 번역사로도 활동 중인 강재형 님께서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을 번역해주셨는데 그동안 번역한 책으로 지휘자 안토니아, 우주인을 꿈꾸는 초등학생을 위한 우주여행 안내서, 호치포치 호텔등이 있다.

 

작자의 집필 의도

 



니케주니어의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은 어린이의 시선에서 경찰관 엘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옳은 행동과 그릇된 행동을 살피고 선한 일의 판단과 행동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아이의 시선을 통해 즐겁지만 깊이있는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성숙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또한, 절대적 도덕성에 빠질 우려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잘못된 행동을 빠르게 교정하고 선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있다.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

 



햄스터를 구해야 해!’에서는 위험에 처한 햄스터와 손해배상금 사이에서 벌어지는 윤리적인 문제를 통해 동물의 권리와 보호의 고민을 제시한다. ‘불법적으로 몰래 촬영하기에서는 동물 밀매 현장에 위장 잠입해 도촬하는 것과 개인의 일상을 남에게 간섭받지 않을 권리 사이에 벌어지는 윤리적인 문제를 통해 촬영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알아본다. ‘변명하고 거짓말하기는 과속으로 적발된 차주들의 다양한 거짓말을 통해 상황에 따른 거짓말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본다. ‘통신 규칙이 필요한 이유에서는 <누가 두더지일까?>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훼방꾼인 두더지를 밝히기 위해 참가자들이 만든 통신 규칙을 예시로 도청과 암호 사용의 선택적 필요성을 고민한다. ‘쌍둥이 범죄와 쌍둥이 경찰관에서는 함께 경찰 조직에 근무하는 엘리의 쌍둥이 자매 미르야와 같이 반대로 쌍둥이 범죄자에게서 나타나는 유전자 범죄 및 신분 사기를 통해 가족 간 범죄 은닉에 대해 살펴본다. ‘따돌림과 따돌림을 당할 때에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따돌림 범죄의 여파와 사적 복수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엘리 남매의 일화를 통해 따돌림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가난과 도둑질에서는 빈곤 범죄를 대하는 법의 자비와 청소년 문제를 대처하는 사회의 노력을 통해 재범 방지 및 재활과 교화의 기회를 숙고한다. ‘집단에 속할 때 생기는 일들에서는 집단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심리와 압박을 통해 집단의 그릇된 행위에 대처하는 개인의 선택을 심사숙고한다. ‘선물일까? 뇌물일까?’에서는 고마움과 뇌물의 경계에서 중립의 의무를 살피고 보상과 벌을 통해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열한 살 어린이가 바라 본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

 


자칭 동물애호가인 둘째의 시선을 붙든 대목은 햄스터를 구해야 해!’이다. 아이는 생명 구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기물 파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엘리의 이야기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종합했다. 아이는 생명은 중요하기에 돈으로 구호 여부를 논할 수 없다는 절대적 도덕 원칙을 따랐다. 그러면서 엄마가 생각하기에 스스로의 목숨을 얼마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대답하기 곤란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목숨은 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기준으로 책정되고 순응하지만 보통 본인이 결정하지는 않는다. 생명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서 중요하지만 괜찮은 죽음과 괜찮지 않은 죽음을 스스로 등급을 매기며 납득하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아이의 질문에서 생의 근본적인 관점을 다시 한번 고민해본다.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을 통해 과거를 바라보다.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할 때를 통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집단적 따돌림이 떠올랐다. 엘리는 사랑이 넘치고 따뜻한 부모님 덕에 헤쳐나왔지만 대부분의 집단 따돌림 피해자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사회기피증 같은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나 또한 따돌림을 겪은 이후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감정조절이 되지 않고 상처받기 싫어 먼저 관계를 끊어버리는 등 부정적 기술을 사용하며 살아왔는데 인지 치료를 받으며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볼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어지럽다. 하지만 이는 모든 부모가 겪는 문제인 것 같다. 간혹 부모가 직접 나서서 가해 아동을 대면하거나 시간이 흘러 자신에게 폭력을 자행했던 사람을 찾아가 사적 복수를 하는 경우를 뉴스에서 접하기도 한다. 법 처벌은 미온적이고 가해자는 다시 사회 속에서 아무런 타격 없이 살아갈 것이므로 사적 복수를 통해 걸맞는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만 많은 경우 피해자가 역으로 법적 처벌을 받거나 도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적 깨달음이 인간 심성을 개선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처벌은 외적 행위이기에 내면의 깨침으로 나아갈 수 없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가해자가 참회와 뉘우침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의 분노로 사적 처벌을 하기보다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복수임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삶과 윤리의 외줄타기에서 현명한 대처가 궁금한 아이에게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다. 마치 인생이라는 보드게임 위에 있는 말처럼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다. 보통 윤리적 가치를 벗어나지 않지 않는 선에서 선택을 하지만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통해 선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 중심에 법과 경찰이 존재한다. 때론 법과 경찰의 판단이 비합리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중립성의 가치는 공정성과 평등, 신뢰를 보장하고 사회 질서와 정의를 실현하는데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열두 살 궁그미를 위한 윤리학 수업은 삶과 윤리의 외줄타기에서 현명한 대처가 궁금한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저자의 책을 통해 법의 엄중함과 분별을 깨쳐 삶에 적용하는 혜안을 기르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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