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나가는 날 미래그림책 145
선자은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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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 죽는 게 뭐에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가 죽음을 궁금해 하는 일은 어른의 입장에서 퍽 당황스럽다. 사회적 통념에서 죽음은 남은 자의 슬픔과 고통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바라본다면 어떨까? 감정이 아닌 과정으로, 남은 자가 아닌 떠난 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여기, 죽음을 맞이한 한 영혼이 인간의 욕망을 벗어던지고 먼 길을 떠나는 전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책을 소개해본다.

 

 

 

제목을 보지 않았더라면 잔치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착각했을 것처럼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신나게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름답고 유쾌한 배웅을 보여주려 한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듯하다.

 

이 책에는 아주 못되고 심술궂게 살다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박첨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자고 일어난 듯 행동하는 박첨지는 자식들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애비가 나은 게 그리 못마땅하냐며 핀잔을 주다 저승사자의 부름을 듣게 되고 비로소 죽음을 지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혼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부질없어지는 것은 아닌가보다. 저승사자에게 죽음을 부정하기도 하고 초혼을 하고 있는 사촌동생을 애타게 부르며 도움을 청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박첨지의 말이 들릴 리 없다.

 

급기야 그동안 쌓아놓았던 재물과 쌀이 아까워 쥐어보려 애쓰지만 노잣돈 몇 닢과 양 볼에 한줌씩 들어있는 쌀알만이 그에게 주어질 뿐이다.

 

어느새 밤이 되고 운명을 달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박첨지도 흥겨운 놀이판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승과의 연을 끊어낸다.

 

날이 밝고 영여에 탄 박첨지는 장지로 향하다 한 맺혀 죽은 삼돌이를 만나게 되지만 죄를 빌고 비로소 삼돌이와 함께 장지로 향한다.

 

이승에서 친구 하나 없이 살았던 자신의 씁쓸한 신세와 그동안 괴팍한 성격을 묵묵히 받아주었던 가족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스스로를 회고하며 상엿소리를 뒤로한 채 저승길로 향한다.

 

한 망자가 겪은 긴 여행의 채비를 통해 남은 자들의 마지막 배려와 관계의 소중함을 함께 이야기하며 아이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죽음은 스스로 생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망자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닐까. 아이도 나도 후회가 되는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론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용어풀이가 중간에 계속 나와있어 아이와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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