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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성인 상당수가 1년에 책 한두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 그리고 인터넷 세계를 보면 실질적인 문맹이 가득한 나라 한국에서 '독서'는 영원한 화두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이 주제를 깊숙하게 파고든 문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학업성적' 때문일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책을 잘 읽고 또 책 읽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결국 회사 일의 90% 이상이 글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통계가 중요하다고 하나, 각종 표와 그래프는 보고서를 위한 밑바탕일 뿐. 결국 글쓰기가 업무의 성과를 상당부분 좌우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글쓰기 책이 지적하듯,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글쓰기에 유리합니다. 읽은 책이 많을 수록 생각도 깊으며, 더 나아가 문장도 조리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책 읽기를 싫어하고 또 어려워할까요?
저는 그 상당 부분이 잘못된 책읽기 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모 베스트 셀러 작가는 "인문고전을 읽어야 성공한다"는 식으로 주장합니다만.. 저는 이런 식의 책 읽기 교육이 독서에 대한 열의를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독서는 아무때나 가능한게 아니라 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오늘 소개하는 책("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일부를 소개해보겠습니다(책 51 페이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교육이 따로 필요 없다. 하지만 글자는 그렇지가 않아서 따로 교육하지 않으면 스스로 터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자계의 거장 스티븐 핑커는 “소리에 관한 한 아이들은 이미 선이 연결된 상태이지만, 문자는 고생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액세서리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뇌는 말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반면, 글은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뇌는 독서를 염두에 넣지 않았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인간에게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위인 것이다.
말과 달리 문자는 최근에 발명된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익히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두뇌가 충분히 발달되기 전에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으라고 강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책("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52 페이지 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이처럼 독서는 뇌의 다양한 정보원, 특히 시각과 청각, 언어와 개념 영역을 기억과 감정의 부분들과 연결하고 통합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통합을 위해서는 뇌의 각 영역들이 최소한의 성숙도를 확보해야 한다.
즉 뇌의 각 영역들이 잘 연결되고 빠르게 통합되어야 한다. 연결된 뉴런은 전기적 신호를 기반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이때 전기 신호가 너무 느리면 통합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다. 문제는 각 영역들의 성숙도의 생물학적 시간표가 달라서, 독서를 위한 통합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때’가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어릴 때부터 어려운 책 읽히는 것은 백해무익한 짓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언제 책을 본격적으로 읽혀야 할까요? 그 나이는 6~9살 사이라고 합니다(57 페이지 부분).
발달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6세 아이는 대상을 종류에 따라 분류화하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9세 아이에게는 분류화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6세와 9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생각의 시대』의 저자인 김용규는 그 사이에 아이의 뇌신경이 크게 발달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이 학교에서의 읽고 쓰는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현대 심리학자들은 문자가 아이들의 정신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만 7살에 보내는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그럼, 우리 부모들은 취학 이전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필요한게 바로 '읽어주기'라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들 앞에서 책을 솔선수범해서 읽음으로써, 자녀들의 모방 행동을 자극하라는 거죠.
더 나아가 소리내어 책을 읽어줌으로써 '말->문자'로의 발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라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저에게 끝없이 책을 읽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쳤고, 지금껏 문자중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편찮은 어머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인문고전만 읽으면 위인된다' 같은 책팔이들의 헛소리에 속아 아이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하는 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꼭 읽혀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