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참고만 하세요)

1.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해 그간 공감했던 분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별 다섯 개(★★★★★)].
2. "신자유주의 이외에 대안이 존재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별 네 개 반(★★★★☆)].
3. '환경문제' 등의 다양한 외부효과에 대해 고민하고, 외부효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장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했던 분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별 네 개(★★★★)].
4. 경제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크게 추천하지 않습니다[별 세 개(★★★)].

-----------------------------------------------------------------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경제학의 배신"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소개함에 있어서 제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음을 밝힙니다.  왜냐하면 제가 달은 부제목,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가 더 나은 제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저질러온 수 많은 죄악을 고발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의 배신'보다는 정확하게 '신자유주의의 배신' 혹은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 정도가 더 책의 내용을 잘 전달하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조바심이나고, 초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가 저질러온 죄악이 너무나 참혹하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대체 우리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암담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뒤로 가면서부터 결국 신자유주의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자유주의를 깨끗하게 버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점점 인정하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래의 부분(몬샌토는 사이코 패스다)에 가장 큰 공감을 느꼈습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책의 82페이지 전후 부분). 
 
미국의 법학자와 사회학자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사이코 패스로 정의합니다.
1) 법적으로 체포의 근거가 될 행위를 반복한다
2) 반복적인 거짓말 등 사기행각을 벌인다
3) 충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4) 반복적인 신체적 싸움 및 폭력을 저지르는 등 공격성향을 보유하고 있다
5) 무모한 행동을 반복한다
6) 지속적으로 무책임하게 행동한다
7) 타인의 물건을 빼앗고 다른 사람을 학대한 후에도 이를 합리화하거나 혹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등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이상의 사이코 패스의 특징은 현대 사회의 기업들과 많은 부분 닮아 있습니다.  이 책의 몬샌토 사례는 사이코 패스의 행동과 거의 유사합니다.  몬샌토의 알라바마주 애니스턴 공장은 독성폐기물(물고기에 닿는 순간 즉각 비늘이 모두 벗겨지며 사망하는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자주 방출했던 것이 지방언론의 오랜 추적결과 밝혔졌답니다.  그런데.. 몬샌토의 언론인은 이렇게 이야기하더래요. 
 
"1970년대에 저질러졌던 일을 현재의 환경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집에 가서 자기 자식들에게는 올바르게 살라고 이야기하겠죠.  위에 사이코 패스의 정의와 몬샌토 대변인의 말이 굉장히 비슷하지 않습니까?  물론 신자유주의의 철학에서 보면 몬샌토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생산에 투입되는 모든 요소를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에서, 기업들은 단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냉정하게 행동했고, 1970년대의 환경 기준에서 몬샌토는 걸려도 큰 벌금을 내지 않았을 테니 저런 짓을 스스럼없이 행동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일까요?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외부효과라는 용어가 출현합니다.  "외부효과"란 어떤 활동과 관련해 제 3자(가)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주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도 비용을 내지도 않는 것을 지칭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교육투자와 공해입니다.  먼저 의무교육 등의 교육투자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혜택을 줍니다.  문맹이 떨어지고 학습수준이 올라갈수록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무분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 사회치안이 개선됩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정부에게 교육 잘 시켜줘서 고맙다고 돈을 기꺼이 지불하지 않죠(오히려 법인세율 낮춰달라고 맨날 항의할 뿐입니다). 
 

반대로 공해는 어떤가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맥도날드의 히트 상품, 빅맥의 사례입니다(이 부분은 책의 84페이지 부분에서 주로 인용).  왜 맥도날드의 햄버거가 사회적인 '공해'에 가까운가?  그 이유는 고작 4달러에 팔리는 빅맥 생산에 사회적인 비용은 무려 200달러 이상 들기 때문입니다. -_-;;;  
 
빅맥 햄버거가 매년 북미지역에서만 5.5억 개 팔리는데, 소 사육에 따르는 사료 생산 비용 및 물 소비 비용 등으로 인해 사회 전체에 2.97억 달러의 비용을 유발하는 한편 무려 12억 킬로그램의 이산화 탄소(CO2)가 발생합니다.  특히 숲을 베어내어 경작지를 확대하는 데 들어간 환경 비용까지 감안하면 빅맥 햄버거 생산에 투입된 사회적 비용은 200 달러로 추산됩니다. 
 
이런 것을 생태적 부채라고 하죠(책의 88페이지 부분에서 주로 인용).  생태적 부채란 혜택은 지금 누리지만, 그로 인한 생태계의 부채는 지금 지불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미래로 미룬다는 뜻에서 '부채'라는 표현을 씁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중국의 고성장에 따르는 환경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8%에 이른다고 추산합니다.  한 마디로 중국은 생태적 부채를 이용해 고성장(10% 전후)을 달성하는 것일 뿐.  미래에 이를 고성장의 댓가를 엄청나게 토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미 우리는 쓰레기 장으로 변해버린 황해와 봄마다 대량 발생하는 황사로 고통받고 있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1)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철저하게 따르는 기업들은 사이코 패스와 닮아 있다
2) 잘못을 저지른 후에도 이에 대한 댓가를 도외시하며, 이 댓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
3) 외부효과를 다루는 데 있어서 시장의 경쟁이나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는 무력하다
4) 신자유주의적 질서와 결정 원리를 폐기하고, 국가 및 사회의 개입이 이뤄지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도가 될 듯합니다.   신자유주의가 저지른 비극이 비단 2008년의 경제위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사이코패스화(化) 등 사회 전부문의 문제까지 연결된다는 점을 일깨워준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투자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