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대니 로드릭 지음, 제현주 옮김 / 북돋움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참고만 하세요)

1. 신자유주의적인 경제개발 전략,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했던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별 다섯 개(★★★★★)].
2. 장하준 교수가 쓴 책,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읽고 구체적인 근거 자료(Back Data)를 찾고 싶었던 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별 네 개 반(★★★★☆)].
3. 80년대 중국, 60년대 한국이 어떻게 '도약'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별 네 개(★★★★)].
4. 경제학적인 기초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상당한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별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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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주제는 바로 '개발도상국'이 어떻게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이미 추천했던 책 "총,균,쇠" 혹은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지금 한참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는 책 대분기(Kenneth Pomeranz, “The great divergence")도 역시 마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지요.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은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불리는 일련의 준칙을 따르면 개발도상국도 선진국처럼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로 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책의 33페이지에서 주로 인용했습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세제를 개혁하며, 금리를 자율화 하라.
국제경쟁 환율, 즉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라.
무역을 자유화하며,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허용하라.
공공기업을 민영화하며, 규제를 완화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라.


대충 보기에도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를 따르면 개발도상국도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이제 두 나라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두 나라의 이름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책의 285∼287페이지 부분).


A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이 아니며 수입독점제도를 유지하는 등 자유무역에 대해 관심이 없다. 농업 및 공업제품에 대해 양적 제한조치와 높은 관세(30∼50%)를 적용한다. 반면 WTO 회원국인 B국은 수입관세를 최대 15%로 대폭 인하했으며, 모든 제한 조치를 철폐했다. 두 국가 중 하나는 연 8%를 넘는 경제성장률과 두 자리 수의 무역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빈곤 문제를 급격히 완화했고,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반면 다른 한 나라의 경제는 정체되었으며, 사회지표는 악화되었고 무역량 및 외국인 투자액 모두 별 다른 증가를 경험하지 못했다.


여기서 A국은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점진주의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따랐고, 연 8%가 넘는 경제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높은 무역장벽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세계경제에 편입되었죠. 반대로 B국은 아이티입니다. 아이티는 1994년부터 1995년까지 전면적인 무역자유화를 실시해 워싱턴의 정치가들로부터 "미국이 수출하는 데 의미 있는 장벽은 거의 없어졌다"는 찬사를 들었지만, 경제는 오히려 더욱 상태가 나빠졌을 뿐이었습니다.


두 나라의 사례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해 중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무역을 자유화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허용하고, 공공기업을 민영화한 아이티는 왜 세계 최빈국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또 워싱턴 컨센서스의 항목을 철저하게 외면한 공산국가 베트남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고성장세를 유지하는가? 이 책의 저자(대니 로드니)는 1978년 중국이 당면했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이 의문을 해석하려 노력합니다. 이제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책의 38∼42페이지 부분).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서구의 경제학자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초청받아 개혁전략을 세워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라. 그는 어떤 조언을 내놓을까? 경제학자는 중국의 대다수 국민이 농촌지역에 거주하므로, 농촌지역에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장 먼저 정해진 양의 농산물을 국가가 정한 가격에 공급해야하는 국가주도체제를 폐지하라고 권고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공동 토지소유체제에서는 가격 자율화만으로 충분한 유인책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토지의 사유화를 권고할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을 저가에 사들임으로써 재정을 유지한 중국 정부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제인상을 권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실질임금이 하락한 도시지역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지적을 수용했다면, 1978년 중국경제는 아마 파멸적인 상황에 치닫았을 것입니다. ^^;;; 무엇보다 거듭된 혁명과 반혁명(백가쟁명과 이의 뒤를 이은 문화혁명 등)으로 피폐해진 중국에서 '세금인상'을 단행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더욱이 국가주도체제를 없앴다면, 아마도 중국 공산당의 강경파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1989년 천안문 시위를 탱크로 깔아뭉개던 중국 공산당의 강경파들이.. 1978년이라고 가만히 있었을까요?


물론 중국 지도자들은 서구의 경제학자보다 훨씬 현명했습니다. 먼저 등소평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흑묘백묘론'을 앞세우면서 농민들에게 정해진 생산량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죠. 뭐 텃밭이라고 부를 수도 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 정책을 사용함으로써 중국은 두 가지의 이점을 획득했습니다. 첫 번째 세금을 올릴 필요 없이 정부의 재정수입이 마련되었고, 두 번째는 농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약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달성할 수 있었죠.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패가망신'의 위험을 짊어져야 합니다. 일단 사회 전체의 가용 재원이 너무 없어서 자신이 모든 돈을 부담해야 하는데다, 또 시장이 작기 때문에 시장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가야하는 위험을 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에서 기업가는 초기 투자에 너무나 큰 위험을 짊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바랄 수 밖에 없죠. 물론 워싱턴 컨센서스에 따라 시장을 개방해버리면, 이 기업가는 금방 망해버릴 것입니다. ㅋ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선택한 것은 이른바 "향진기업"이었습니다. 1990년 초반 중국 전체 산업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한, 중국의 독자적인 시스템 향진기업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책의 41페이지 부분에서 주로 인용했습니다)


향진기업의 소유권은 개인도 정부도 아닌, 지방공동체에 있었다. 지방정부는 향진기업의 지분에서 직접 수입을 거둘 수 있으므로, 향진기업의 번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에는 '사적 소유권'이 완벽하게 부여되어 있지 않았기에, 지방정부가 일부의 소유권을 가지는 향진기업 시스템은 재산권에 대한 기업가들의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다.


워싱턴 컨센서스를 철저하게 거스른, 중국과 베트남(그리고 한국)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아래의 <그림> 참조). 일단 워싱턴 컨센서스는 상당 부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산업이 이제 막 태동기에 있는 나라에게 무역자유화 혹은 재정건전화 등을 요구하는 것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죠(이 부분은 장하준 교수가 쓴 책,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대니 로드릭 교수)는 결론부분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는 시정되어야 하며, 각 국가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여건에 맞는 경제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림> 중국의 1인당 GDP 추세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ps.
물론 이 책은 쉬운 책은 아닙니다. 논문집이기 때문에 또 모두 읽을 필요도 없는 듯 합니다.
따라서 내용이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책의 1~2장 부분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투자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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