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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위커 지음, 김은령 옮김 / 부키 / 2024년 2월
평점 :
#지식공동체_그믐_부키북클럽_책증정
인터넷 쇼핑, 홈쇼핑, 백화점, 아울렛, 마트에서 사시사철 팔려는 옷이 넘쳐난다. 계절에 따라, 유행에 따라 예쁜 옷들이 우리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저렇게 화사하고 예쁜 옷들을 보면서 '저 옷이 나에게 어울릴까? 내 체형에 맞을까? 세탁은 쉬울까? 옷이 편할까?'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다.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지만 멋지고 예쁜 옷을 생각하며 죽음을 떠올리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든 위커는 이야기 한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라고.
옷의 유독성과 우리의 목숨과 관련된 이 이야기는 미국의 주요 항공사 승무원들의 유니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방수와 오염 방지 기능, 구김 방지, 곰팡이 방지, 냄새 방지 기능 등 모든 최신의 화학 공정들이 적용된, 밝고 채도 높은 색상으로 염색된 최신 기술의 집합체인 새로운 유니폼을 입기 시작하면서 일부 승무원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진, 가려움부터 시작하여 호흡곤란, 내분비계 이상, 면역체계 이상반응은 물론 생명까지 잃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지만 몇몇의 화학공정을 통해 편리한 기능성의 옷을 좀 얻었다고 해서 건강과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옷에 처리되는 화학공정과 화학물질들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유독성과 위험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고,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위험한 물질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어떤 옷들은 왜 그렇게 냄새가 심하고 옷을 입으면 몸이 가렵고 발진이 생기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너무 화가 나고 두렵다.
미국의 유명 항공사 승무원들의 유니폼에서부터 시작된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화된 지금 이시대에 이런 옷의 문제들이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일 수가 없다. 같은 브랜드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수많은 세계의 소비자들, 그 옷을 만들고 있는 세계 여러 지역의 노동자들이 같은 문제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옷을 입는 사람은 물론 옷을 만들고, 옷에 처리하는 화학공정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그 공장이 위치하는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까지 다루며 우리가 몰랐던 많은 위험성들을 실례로 보여준다.
이 심각한 문제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류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지적하고 소비자 개인의 문제로 보는 시선을 거두고 거대 기업들이 나서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앞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정부의 관여가 필수적임을 지적하며 소비자들이 지역 의회에, 국회의원에, 정부에 독성물질관리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길 권하고 있다.
수많은 최첨단 기술들이 적용된 옷들에 대해 몇 대 퍼포먼스라 일컬으며 기능들을 자랑하는 태그들을 줄줄이 달아 웃돈을 얹어 가며 조금 더 좋은 옷을 입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웃돈을 주어가며 우리 목숨줄을 더 조이고 있었다. 옷을 파는 사람들은 과연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제 쇼호스트들이 화려한 입담으로 옷의 기능들을 설명할 때 귀가 닫힐 것 같다. 남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켜야 할 사람은 나이니까 더 신중히 찾아보고 알아보고 옷을 구입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