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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80년 광주를 다룬 책에 손이 쉽게 가지 않았다.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라서..,책다방에서 한강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30년이 훌쩍지나 이제는 자꾸만 잊혀져가는 그때의 슬픈 이야기들을 사명감을 가지고 써내려 갔다.그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썼고,쓰는 동안 자주 울었다고..,
이책을 읽으며 보수정권 10년이 참 지긋지긋하지만,그래도 그나마 그때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민주화의 덕택으로 지금은 대학에서 시위한다고 학내에 상주하던 사복경찰에게 끌려갈 염려도 없고(물론 시위도 없지만),보안사의 검열로 책이 엉망진창이 되지도 않고,경찰이나 군인,정보부에 끌려가 무자비한 고문도 당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으니,나름 역사의 발전이 있다라고 하겠다.물론,지금도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아주 없지 않겠지만,예전처금 무지막지 하진 않을것이다.
군부독재의 긴긴 터널속에서 발생한 한 도시의 말살정책,얼마전 읽었던 프리모레비의 아유슈비츠에 갇혔던 유태인들이 떠올랐다.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동물의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상태,광주항쟁에서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행해졌던 일이다.그리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난,이제 광주에서 선거만 하면 90 몇프로의 민주당 지지율이 나오는것을 이해하기로 했다.이건 대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이 나오는것과 다르다.단순히 지역주의의 문제가 아니다.자기 자식을 총칼로 죽인,형제를,친구를 죽인 살인마정권의 후예들에게 한표도 주기 싫다는 가장 소극적 저항의 표시다.
이책에 등장하는 소년 동호와 친구인 정대.상무대에서 시체를 정성껏 닦아냈던 은숙과 선희.그리고 대학생 진수,그리고 마지막 동호 엄마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풀어간다.
80년 광주의 봉기를 촉발시킨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총칼진압의 당사자들은 지금은 50대 중,후반이 되었을 것이다.물론,자기들은 군인이라서 위에서 시켜서 했을 뿐이라고 하겠지만.이건 나치의 군인들이 유태인들을 가스실로 또는 구덩이를 파고 총살시키는 비인간적 만해을 저지르고도 시켜서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것과 다를바 없다.군부독재의 파시즘 교육정책과 일제시대 관동군의 악습과 제주 4,3 한국전쟁당시 민간인 학살,월남전에서의 민간인 학살등의 이력을 가진 한국군 특유의 무자비함이 결합된 거대한 살인극이었다.
그리고,수많은 사람들을 무고한 죽음으로 몰고갔던 살인마는 대통령이 되고,그후 29만에밖에 없다고 떵떵거리고,똘마니들에게 새해면 세배를 받고,골프나 치러다니고,그 자식들은 어떤돈이 자금줄이 됐는지 모를 거대한 출판사를 운영하고,둘째아들은 연예인을 마누라로 들이고 오늘도 떵떵거리며 잘 살아가고 있다. 죄없는 풋풋한 청년들은 죽고,다치고,모진고문에 정신도 병들고 육체도 병들고 심지어 자살까지 했는데 말이다.
이책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참으로 끔찍했던 시대를 우리가 살았었구나라고 다시하번 느낀다.
그때 무자비하게 시위를 진압했던 군인들,대학교에서 공장에서 각종 시위현장에서 활약했던 백골단,구사대,진압경찰들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살고 있을까?
아는 형님의 말씀처럼 이땅에서 1960생 이전사람들이 다 죽고 나야 좋은 세상이 오려나..,
파시즘 시대의 찌든 황국신민화 교육에서 벗어난,민주화의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들이 대대수를 이룰때 우리사회는 좀더 좋아지리라..,
한승원 작가의 딸,한강 작가의 글에는 진실함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