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 칠레, 또 다른 9.11
살바도르 아옌데.파블로 네루다 외 지음, 정인환 옮김 / 서해문집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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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일어나 TV를 켜니 코파아메리카 결승전 칠레:아르헨티나 경기를 하고 있었다.올해는 칠레가 주최하는 대회라 결승전이 칠레에서 열렸고,만원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칠레국기가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었다.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가운데 칠레가 이겨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았다.문득,예전 빨간책방에서 들었던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에 나왔던 비극적 운명의 칠레 아옌데정권,유아들에게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당당히 선거로 당선된 최초의 남미 사회주의 정권.당선 이후 분유를 구입하기 위해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에 구매을 요청했지만(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사겠다는 데도 거절) 판매을 거부하여 정권에 타격을 주었던 그 일화가 떠올랐고 도서관에서 이책을 찾게 되었다.

한장의 사진이 강렬하다.쿠데타군이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탱크와 비행기로 폭격을 하는 가운데 경호원들과 함께 자동소총을 메고 끝까지 항전하는 모습.

남미에서 좌파의 도미노를 우려한 당시 닉슨정권에서 헨리키신저가 중심이 되어 CIA를 동원해 벌인 쿠테타의 희생양,살바도르 아옌데,

소아과 의사출신이며 보건부장관,오랫동안 국회의원과 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던 사람이다.충분한 정치적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것은 무력에 대한 통제에 소홀했던 탓이다.아무리 노동자,농민의 지지를 받고 있어도 무력을 가진 군부를 통제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쿠테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 정권의 속성인것을..,거기다 막강한 미국의 지원하에 거대한 힘을 가진 우파와 언론,기득권세력들이 호시탐탐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작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군부라는 것의 속성상 보수이고,무력을 가진 집단이므로 확고한 통제를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피노체트를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했고,그 피노체트가 그후 17년동안이나 군부독재를 실시해 칠레를 파시스트의 시대로 만들어 버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다.군사력의 힘을 아는 피델 카스트로가 그렇게 군을 장악해야 된다고 충고 했다던데..,

이사람을 보면 문득,광해군과 겹친다.외세를 등에 업고 온갖 정책을 방해하던 기득권 세력에 맞서다가 궁궐수비대장 이흥립이 적군과 내통하여 궁궐문을 열어주어 쉽게 정권을 뺏긴 광해군.두사람의 가장 큰 실책,잘못은 정권을 뺏긴것이다.

본인들의 정책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다.그것도 강력한 적과 맞서기 위해서는 좀더 치밀하고 때론 잔인하게 적들을 제거해야 하는 것인데.,

미국의 개가 되어 쿠테타에 성공하고 17년이나 군사독재를 펼치고 91살에 죽은 피노체트를 보노라면 박정희,전두환이 떠오른다.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칠레가.이상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비극적 삶을 마감한 아옌데를 떠올리면 마음이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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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이문열 엮음 / 살림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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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작가의 표절문제가 한창일때 거론되던 표절의 원작이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란 작품이라고 해서 찾아봤더니 이 시리즈 2권에 실려 있다는 것이다.마침 도서관을 찾았을때는 표절이슈가 한창일때라 관심이 많았나 보다.2권이 없어서 대신 1권을 빌렸다.이문열이란 작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책의 서문을 보니 아마도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때 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만한 책을 선별해서 주제별로 묶은것을 책으로 출간한 듯하다.나름 세계적인 작가들의 단편들이라 하는데 내가 아직 독서력이 약한것인지,아니면 단편보다 서사가 있는 장편을 좋아해서인지,통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예전에 한국문학의 단편들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것에 비해 통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것인지 알수 없어 듬성듬성 읽다가 끝까지 못읽고 그만둔 책이다.원래는 10권을 틈나는 대로 다 읽어보자 생각했는데 빌려온 1,3권을 중간중간 읽다가 반납해 버렸다.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안쓰는 편인데 리뷰라는 것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책을 선택할때 하나의 참고가 된다는 로쟈의 말이 떠올라 앞으로는 글을 남기고자 한다.리뷰라는것이 지극히 주관적인것이므로 판단은 각자가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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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시대의 재구성 -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시대의 내밀한 이야기
존 켈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소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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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란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오늘로 사망자가 23명이란다.현 정부의 무능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익히 알고 있었고 큰 기대도 없었지만,세월호에 이어 메르스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에선 참담함을 느낀다.요즘처럼 세금내는것이 아까운적이 없다.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인 흑사병시대엔 어땠는가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이책을 찾게 되었다.내가 좋아하는 빨간책방의 이동진의 지식인의 서재에도 추천된책이라 더욱 망설임이 없었다.

엄청난 전염병이 발병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데 흑사병이 창궐하던 1340년대에는 두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기상이변이다.수많은 지진과 해일,가뭄,홍수등의 천재지변과 소빙하기가 찾아와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려  흉작이 이어져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빈약했다.특히,흑사병의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쥐벼룩은 몽고초원의 기상이변으로 쥐떼들이 남쪽으로 몰려 내려왔고,일부는 중국으로,일부는 무역상인들의 루트를 따라 유럽으로 급속히 전파되었다.

둘째,멜서스의 인구론에 부합하는 적정수용능력을 넘치는 인구증가다.거기다가 당시 유럽의 열악한 공중위생과 개인위생은 전염병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흑사병은 크리미아반도의 끝에 위치한 카파라는 동,서 무역로에 교차점에 있던 카파라는 항구도시에서 출발한 제노바 상선을 따라 각지역의 무역항을 거쳐 이탈리아 반도 남단의 시칠리아에 상륙한후 유렵대륙을 휩쓸었다.책에서 묘사한 상황은 좀비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흡사할듯 하다.

지금과 같은 전염병 예방규칙이나 국가단위의 질병전담기구가 없고 의학수준도 떨어지던 때이니만큼 감염자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전 도시가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중세에 숫자의 과장이 있었다는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절반이상의 인구가 죽어 나갔다.

순식간에 불어닥친 죽음의 공포와 절망앞에서 중세의 중심이던 교회도 성직자도 무력하기 짝이 없었고 도덕적 관념이나 가치관의 붕괴도 컸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유태인에 대한 마녀사냥이다.엄청난 불행앞에서 희생양을 찾으려는 심리속에 유태인은 가장좋은 먹잇감이 되었고,고리대금업을 직업으로 삼던 유태인들을 죽여 없앰으로 돈을 빌렸썼던 사람들은 안갚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아마도 이런 부류들이 적극적으로 선동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을 퍼뜨려 유태인을 학살한것은 마치 관동대지진때 조선인의 학살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유태인도 한 가정으로 돌아가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버지,어머니,귀여운 아이들이었을텐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백,수천명을 불에 태워죽이고,때려죽이고,강물에 빠뜨려 죽이는 광기에 가까운 살인을 저지른 것을 보면 무지가 부르는 대중선동이 얼마나 끔찍해질수 있는지 보여준다.그리고 유태인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이것으로 끝난게 아니라 2차세계대전당시 히틀러의 유태인 대학살까지 겪게되니 말이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게 마련이다.흑사병이 광풍이 휩쓸고 간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뒤따랐다.좋은 토지가 주어졌고,일손이 부족해져 임금이 올랐으며,노동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 기술개발이 이어졌고,지주와 성직자의 힘이 약화되었다.그리고 의학기술도 상당히 발달햇다.

지금의 메르스사태에서도 보듯,교통의 발달로 전염병의 확산속도는 엄청 빨라졌다.인구의 과잉과 가축의 집단사육으로 인한 새로운 질병출현도 많다.언제든 발생할수 있는 일이다.언제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일이다.이책을 통해 말로만 듣던 흑사병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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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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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이책의 제목을 보았을때는 프랑스혁명과 관련된 소설인줄 알았다.알고보니 책 제목은 표지그림에도 나와 있는 "디에고 벨라스케스"라는 미술가의 '시녀"라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프랑스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곡 이름이다.그 그림에서 소녀인지 아줌마인지 모를 못생긴 여인이 개뒤에 서 있는데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깊다.일반적으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는 잘생긴 남자과 예쁜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알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뒤엎은 책이고,못생긴 외모때문에 살아오면서 겪어야했을 한 가난한 소녀의 가슴아픈 이야기이고.더 나아가 "못생긴 외모"라는 것은 가진 부의 정도와 학력,타고난 지역을 가지고 벌어지는 차별과 편견과 멸시를 포괄하고 있다.외모라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건만,외모 중시사회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받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이책을 읽으며 그동안 나역시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했던 기억이 있기에 많이 반성했고,앞으로 그들이 받았을 상처와 받을 상처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무심코 연못에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소설의 주제도 독특하지만,글쓰는 방식도 약간 독특하고,결말도 독특하다.해피엔딩으로 끝나는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부록처럼 붙어있던 세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헷갈리게 만든다.개인적으로 마지막 세편의 이야기는 "사족"인듯 느껴진다.차라리 그것없이 마무리 됐다면 더 깔끔했을것 같다는 생각,아님,그동안 주인공들이 겪었던 아픔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 되는것이 좋았을것이라는 생각등등..,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입을 통해,요한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통해,못생긴 여자주인공의 입을 통해 인간의 깊은 내면을 통찰력있게 짚어내고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도 잘 짚어냈다.

작가의 약자에 대한 애정과 강자에 대한 야유와 조롱을 느낄수 있었다.그러기에 세월호 1주기에 실린 경향신문 기고글이 큰 울림이 있었고,"눈먼자들의 국가"라는 책도 함께 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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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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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소개됐던 책이다.기본적으로 역사관련소설을 좋아하고 그중 일제시대,만주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로운 소재였기에 먼저 손이 갔다.김연수작가에 대해서는 세월호참사관련 작가들이 낸 책 "눈먼자들의 국가"에 동참했던 작가로 알고 있고,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들었던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번역한 영문과 출신의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제시대 만주의 항일독립운동에 관해 소설을 쓴줄은 몰랐다.최근 "눈먼자들의 국가"서평에서 김연수의 글보다 박민규의 글이 훨씬 속시원하다는 글을 본적이 있고,세월호 1주기에 경향신문에 실린 박민규의 글이 워낙 속시원했던지라 김연수보다 박민규를 더 좋게 생각했는데 나름 김연수만의 매력이 있는듯 하다.쉽지않은 소재를 가지고 연변까지 가서 직접 머무르면서 이 소설을 썼다하니 집념이 보인다.

만주의 간도라는 지역은 식민지 조선과는 다른면이 있었던듯 하다.망한 나라를 두고 떠난 선구자들이 터를 잡았고,일제가 만주를 침략하기 전까지는 어찌됐든 일제의 억압을 덜 받았던곳이라 그런지 민족의식이 높았던 곳이고.당시 볼세비키혁명을 통해 성공한 공산주의의 영향을 빨리 받아들인곳이기도 하다.당시 공산주의 사상은 항일독립운동의 일환이었기에 개량주의로 빠지다가 친일로 변절하던 민족주의자들보다 훨씬 영향력이 컸다.

주인공 김해연은 만철 측량부 기사로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일제시대 최고의 직장중의 하나이던 만철의 직원으로 만족해하며 민족이나,조국해방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었다.이정희라는 인텔리여성을 만나고 그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용정의 사회주의계열 중학동창인 박도만,이정희,최도식,박길룡 사이의 투쟁의 노선차이와 이정희를 둘러싼 젊은이다운 질투를 바탕으로 당시 전개되던 일본의 본격적인 만주침략과 더불어 시작된 대토벌작전으로 그동안 준비해왔던 조선인만의 소비에트마을들이 쑥대밭이 되어 산으로 뿔뿔히 흩어지는 어려움속에 일본인 첩자를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민생단첩자"라는 이유로 항일독립빨치산 서로간에 죽고 죽이는 참극이 발생하고 그 가운데 김해연이 있다.이런상황은 당시 간도에 살던 조선이들이 겪어야 했던 특수한 상황때문에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중국공산당입장에서는 조선인은 일본의 앞잡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수세에 몰리자 그 이유를 일본인첩자에서 찾았고 당시 동만주(간도)지역의 중국공산당원 80%이상이 조선인이였다는 것에서 중국공산당은 헤게모니를 되찾으려 했던듯 하다.조국의 해방을 위해 온갖 어려움속에서 항일독립투쟁을 벌이던 신념에 찬 젊은이들이 일본인첩자로 몰려 동족에게 죽음을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것이 "민생단사건"이다.얼마후 중국공산당에서 과오를 인정하고 수습될때까지 동만주지역에서 항일독립투쟁의 중심이던 조선인 공산당원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만주에서의 항일독립투쟁은 근거지를 잃어버리고 연해주로 넘어가게 된다.이 당시 동만주지역에서 항일유격투쟁을 벌이던 부대들은 나중에 북한의 주요지도부가 되고,일본군 토벌대의 앞잡이로 악명높던 조선인부대 "간도특설대"로 항일독립부대를 토벌하던 일본군장교출신들이 나중에 한국군의 중추가 된다.

이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다.만주벌판의 이름모를 골짜기에서 조국해방을 위해 숨져간 이름모를 투사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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