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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 작가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소개됐던 책이다.기본적으로 역사관련소설을 좋아하고 그중 일제시대,만주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로운 소재였기에 먼저 손이 갔다.김연수작가에 대해서는 세월호참사관련 작가들이 낸 책 "눈먼자들의 국가"에 동참했던 작가로 알고 있고,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들었던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번역한 영문과 출신의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제시대 만주의 항일독립운동에 관해 소설을 쓴줄은 몰랐다.최근 "눈먼자들의 국가"서평에서 김연수의 글보다 박민규의 글이 훨씬 속시원하다는 글을 본적이 있고,세월호 1주기에 경향신문에 실린 박민규의 글이 워낙 속시원했던지라 김연수보다 박민규를 더 좋게 생각했는데 나름 김연수만의 매력이 있는듯 하다.쉽지않은 소재를 가지고 연변까지 가서 직접 머무르면서 이 소설을 썼다하니 집념이 보인다.
만주의 간도라는 지역은 식민지 조선과는 다른면이 있었던듯 하다.망한 나라를 두고 떠난 선구자들이 터를 잡았고,일제가 만주를 침략하기 전까지는 어찌됐든 일제의 억압을 덜 받았던곳이라 그런지 민족의식이 높았던 곳이고.당시 볼세비키혁명을 통해 성공한 공산주의의 영향을 빨리 받아들인곳이기도 하다.당시 공산주의 사상은 항일독립운동의 일환이었기에 개량주의로 빠지다가 친일로 변절하던 민족주의자들보다 훨씬 영향력이 컸다.
주인공 김해연은 만철 측량부 기사로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일제시대 최고의 직장중의 하나이던 만철의 직원으로 만족해하며 민족이나,조국해방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었다.이정희라는 인텔리여성을 만나고 그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용정의 사회주의계열 중학동창인 박도만,이정희,최도식,박길룡 사이의 투쟁의 노선차이와 이정희를 둘러싼 젊은이다운 질투를 바탕으로 당시 전개되던 일본의 본격적인 만주침략과 더불어 시작된 대토벌작전으로 그동안 준비해왔던 조선인만의 소비에트마을들이 쑥대밭이 되어 산으로 뿔뿔히 흩어지는 어려움속에 일본인 첩자를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민생단첩자"라는 이유로 항일독립빨치산 서로간에 죽고 죽이는 참극이 발생하고 그 가운데 김해연이 있다.이런상황은 당시 간도에 살던 조선이들이 겪어야 했던 특수한 상황때문에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중국공산당입장에서는 조선인은 일본의 앞잡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수세에 몰리자 그 이유를 일본인첩자에서 찾았고 당시 동만주(간도)지역의 중국공산당원 80%이상이 조선인이였다는 것에서 중국공산당은 헤게모니를 되찾으려 했던듯 하다.조국의 해방을 위해 온갖 어려움속에서 항일독립투쟁을 벌이던 신념에 찬 젊은이들이 일본인첩자로 몰려 동족에게 죽음을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것이 "민생단사건"이다.얼마후 중국공산당에서 과오를 인정하고 수습될때까지 동만주지역에서 항일독립투쟁의 중심이던 조선인 공산당원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만주에서의 항일독립투쟁은 근거지를 잃어버리고 연해주로 넘어가게 된다.이 당시 동만주지역에서 항일유격투쟁을 벌이던 부대들은 나중에 북한의 주요지도부가 되고,일본군 토벌대의 앞잡이로 악명높던 조선인부대 "간도특설대"로 항일독립부대를 토벌하던 일본군장교출신들이 나중에 한국군의 중추가 된다.
이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다.만주벌판의 이름모를 골짜기에서 조국해방을 위해 숨져간 이름모를 투사들에게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