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일본은 있다
서현섭 지음 / 고려원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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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여옥씨가 낸 <일본은 없다> 책에 화제를 일으키자 얼마후 그 책과는 다른 의견으로 발간되었던 책이다.  현대 일본이 선진국에 된데에는 일본이 근대화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했기에 가능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없다>의 인기에 편승해서 제목을 지은 것 같다는 당시 서평도 기억에 난다. 그닥 끌리는 책은 아니어서 책모임에서 선정된 책이 아니었다면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자가 외교관이라서 그런지 일본의 외교 정책과 외교인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린나라와 일본의 외교정책과 외교관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교해서 서술해 놓았다. 끊임없이 배우려는 일본인의 태도, 외국에 개방적인 모습이 빠른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특히 외교에서 꼭 알아두어야할 법률적 지식을 일본은 서양에서 들여온 <만국공법>을 통해 빠르게 익혔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자주 거론하는 법전서이다.

 

청국에 사대하고 외국에 배타적이었고 쇄국정책으로 일관된 우리나라의 근대는 후세의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적인 역사로 연결되기에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지만 일본의 외교정책과 계속 비교당하는 기분은 과히 좋지 않았다. 모르는 사실도 아니고. 일본인의 치밀함,준비성이 철저하다는 서술을 꼭 우리나라의 당대 현실과 비교해서 서술을 헤야 하는건지...

 

'일본인들은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하고 어떤 종류의 지식이라도 탐욕스럽게 흡수한다. 그들은 지칠줄 모르는 탐구심과 학습욕으로 가득차 있다. 또 보고 배운 것은 반드시 남기는 기록광이다.

어떤 미래를 대비하는지는 몰라도 <조선어 사전> 한 권을 편찬하기 위하여 20~30년을 지칠 줄 모르고 오로지 한 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은 미련하게까지 보인다. 에밀레종, 김치와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제작하고도 그 제조기술을 남기지 않은 우리들과는 대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170p

일본의 근대화 정책은 모두 대단하고 우수하다는 전제하에 서술하는 느낌도 들었다. 일본의 학습에 대한 열정과 지식욕은 대단하다고 인정하지만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우리 문화를 평가 절하시키는 내용을 꼭 써야할까 싶었다.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일본의 고산자 부분이다. 저자는 책 164p에서

'고산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대동여지도> 제작으로 유명한 김정호의 아호이다. 그는 독학으로 조선지도 제작에 뜻을 두고 30여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실지답사를 통하여 1861년 <대동여지도>를 완성시켰다.

 이 지도는 김정호가 손수 그려서 판각하였다고 하며 한 벌을 흥선대원군에게 바치자 국가의 기밀을 누설하였다는 죄명으로 그를 옥에 가둔 뒤 목각판을 압수하여 태워 버렸다. 그는 옥사하였고 오늘날 전하는 <대동여지도>는 손으로 베낀 수사본이다'

라고 썼다.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어독본>의 '김정호전'에서 대원군을 비롯한 조선의 지배자들이 어리석고 나라 발전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리기 위해 조작한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 어떻게 일본이 지어낸 이런 사실을 그대로 적어 놓았는지 좀 황당했다. 

 

또 150P에서는

'하나 부사는 1876년 가울에 부임한 이래 약 6년간 서울에 근무하는 동안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원선과 인천을 개항시켰고 임오군란 발발 후에는 제물포조약을 성사시켜 공사관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본 군대의 주둔권까지 확보했다'라고 썼다. 저자가 하나부사의 활약상(?)을 표현한 글인데 '외교적 수완을 발휘',' 일본 군대의 주둔권까지 확보' 등의 표현은 일본인의 시각에서 쓴 것처럼 느껴져 불편했다.

 

이 책은 근대를 '외교'라는 지극히 한정된 프레임으로만 보았다는 점(조선과 현대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에서 무척이나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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