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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 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책이라니? 제목부터 특이했다.
이 책은 저자가 런던에서 읽은 사람책을 기록한 책이다. 도서관에 동성애자, 휴머니스트, 미혼모, 장학사, 혼혈인으로 등록된 사람책들은
국적도, 인종도, 직업도, 연령도 제각각 다르다.
리스트에 오른 사람책을 골라서 30분간 만나게 되는데 긴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은
연락처를 주고 받아 따로 만나기도 한다. 이 책에는 유명한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실은
런던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라서 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문을 열지 못해 3주 동안 밖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은
할머니,
가톨릭 신자가 많은 유럽에서 종교없이 살아보기를 실천하는 휴머니스트,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언젠간 부부로서 인정받기를 꿈꾸며 사는 동성애자 커플 등
인생의 굴곡과
사연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삶의 희망을 놓치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이들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나로선 예상도 못하겠지만 그 무게로
짊어졌어야할 그들의 고통이 책 속에서 이따금 전해질 땐 가슴이 아련해져 왔다. 하지만 사회의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있지 않고,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선택에 충실히, 거침없이 살아가는 모습은 멋있어 보였다.
하나뿐인 인생 저리 살아야 하는 것을!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씩 내 안의 벽이 무저지는 소리가 들렸다.
부와 명예를 꿈꾸며 방금 대화를 나눈 친구 애벌레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 애벌레의 삶에 회의가 든다면, 인생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