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 禪詩, 깨달음을 노래한 명상의 시, 개정신판
석지현 엮음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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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가 무엇인지 알려면 선과 시에 대해 각각의 이해가 필요하다. 선은 사고와 감정의 근원을 추적해 들어가는 수행법이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시는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선시와 관련해서는 도학적인, 개성주의적인, 기교적, 직관적인 네 가지 견해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선과 시가 합쳐진 선시는 간단히 말하면 깨달음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으로서 수행자의 길을 걸어온 석지현 선생이 40년 만에 선시의 개정판을 펴냈다. 시상을 중심으로 서로 묶어 총 18분류로 나뉘는데, 각각의 여(餘), 청(淸), 묵(黙) 등의 표제는 그 시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한문 원시에 한글 음을 달아 초보자도 읽기에 무리가 없고, 낱말 풀이 및 해설도 덧붙여 시의 이해를 돕고 있다.

 

비록 한 두 페이지에 실을 수 있는 시라고는 하나 그 양이 만만치가 않다. 총 384편이 실려 있어 하루에 한 수씩 감상한다고 해도 1년을 꼬박 채우고도 한 달 가까이 더 감상할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그냥 시가 아니라 깨달음, 선을 노래한 시이기에 그 정수를 느끼기도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선시(禪詩)란 무엇인가? 선이면서 선이 없는 것이 시요. 시이면서 시가 없는 것이 선이다. 그러므로 선시란 언어를 거부하는 ‘선’과 언어를 전제로 하는 ‘시’의 가장 이상적인 만남이다.”는 책 뒤의 선시를 소개하는 글조차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니 말이다.

 

이제껏 불교에 대한 특히 승려들에 대한 이미지는 새벽, 저녁으로 예불을 하고 경전을 외고, 가부좌를 틀고 수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분들이 시를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지 서산대사로 유명한 청허 유정의 시는 더욱 인상 깊게 다가 왔다.

 

논어에서 공자는 아들 백어에게 시경을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마주 하고 있는 것과 같아 학업이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삼경의 하나인 시경을 유학자들의 필수 과목이 된 것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도 선시를 공부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인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는다는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왠지 더 끌리기에 어려운 선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시가 실려 있지만 정작 눈에 익은 작품은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운 향가 제망매가와 찬기파랑가 2작품이 고작이었다. 그만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시들이 많이 있는 <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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