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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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의 몸에 자유를 주었다. 그동안 여성의 몸은 레이스, 코르셋, 속옷, 심을 넣어서 몸매를 강조하는 옷을 입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샤넬이 자신이 싫어하는 의상을 없애고 아주 새로운 여성의 실루엣을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은 다음 세기로 접어들게 된다.
(158p)

“쉬는 것보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라는 말을 남긴 20세기 패션의 아이콘 샤넬.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샤넬이 죽은 날짜가 일요일이었다고 함) 어릴 적 수녀원의 고아원에서 자랐고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일을 했던 그녀는 모자디자이너로 사업을 시작하고 의상디자이너, 향수에서 화장품까지 점차 분야를 넓혀간다.

풍만한 몸매와 과한 장식의 의상이 유행일 때 블랙앤화이트로 간결하면서 멋스러운 유행을 선도했던 샤넬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거나 재미없어보이지 않다. 끊임없이 움직이던 단단한 신여성 샤넬의 생애를 만나니 샤넬백이 사고싶어지는데 너무 가격이 올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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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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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엔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아 정말 길다ㅎㅎ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었다. 모빌리티 형식을 빌려와 도시에서 도시, 운송수단 등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연작 소설이 진행되는데 나와 파트너 M, 그리고 중간중간 바뀌는 주변 인물들과의 비일상적인 일상이 펼쳐진다. 제목에서의 도시들은 나오지 않고 런던과 파리와 서울이 등장하는데 혼돈 그자체라 기이하고 독창적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중간중간 웃음포인트가 있어 피시식 웃음이 나오기도 해서 힘빼고 편안하게 봤던 것 같다.

정지돈 작가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시간의 흐름 출판사의 말들의 흐름 시리즈에서였다. 그 때 완독을 못했었던 기억이 나는.. 난해하지만 왠지 알고 싶고, 읽고 싶지만 단연코 쉽지 않는 작가님의 책을 언젠가 편안히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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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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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이미 소유하고 있던 책이기도 했기에 읽기도 전에 관심이 더 생겼달까. 19년 만에 나온 개정판 표지는 책의 제목처럼 이전보다 훨씬 감각적으로 바뀌어서 맘에 든다.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 서문의 첫 문장부터 강렬했다. 책에서는 인간이 가진 여섯가지 감각(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감각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고루 다루며 예술과 철학, 인류학, 과학 등 풍부한 지식을 나눠준다. 전반부인 후각과 촉각이 강렬하게 와닿았고 (아이와 함께 하면서 이 감각을 가장 빈번하게 느낀다) 뒤로 갈수록 편하게 본 것 같다.

문장이 워낙 매끄러우면서 그 다음이 궁금해지는 전개에 속도는 느리지만 끝까지 탐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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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브램 스토커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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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것을 환영하오. 자유로이 들어왔다가 안전히 돌아가시오. 당신이 안고 온 행복을 조금만 남겨놓고 가면 좋겠소.”
(38p)

집으로 갈 것이다. 가장 빠르고 가까운 기차역으로 갈 것이다. 악마와 그 자식들이 아직도 땅을 밟고 돌아다니는 이 저주받은 곳, 저주받은 땅을 떠날 것이다!
(104p)

살아 있는 흡혈귀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죽지않아. 살아 있는 존재의 피를 빨아 먹어 살이 찌면 활동이 더 왕성해져. 심지어 흡혈귀는 더 젊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 중에 목격한 사람이 있네. 생명력도 더 강해지고. 그자는 즐겨 먹는 먹이가 충분하면 힘이 새로 충전되는 것 같아.
(461p)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저택에 머물던 조너선 하커의 일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훗날 그의 부인이 되는 현명한 여인 미나 머리의 일기가 이어지고 드라큘라 백작에 의해 언데드 상태가 되었던 그녀의 친구 루시의 사연과 뱀파이어에게 맞서는 수어드박사, 반헬싱 등이 합류하며 그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펼쳐진다. 인간 VS 뱀파이어, 6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고 있었다.

뱀파이어하면 뾰족한 송곳니의 드라큘라가 가장 익숙하다. 하얀 피부, 늙지않은 외모, 트와일라잇이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느낀 상대방을 매혹시키는 분위기 등 뭔가 아름답고 위험한 존재.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는 그들이 풍기는 악취와 파멸의 강한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라큘라보다도 더 존재감 넘치는 미나 부인의 두뇌와 기록, 섬세함과 행동력은 대단하다 느낄 수밖에. 남자 주인공들 사이에서도 단연 빛나기에 배경이 19세기라는 것도 잊게 된다.

처음으로 완독해 본 드라큘라 는 매우 스펙타클하면서 다양한 메세지를 담고 있어 왜 다양한 분야에서 언급되고 영감을 주는지 알 것 같다. 서늘한 겨울날 읽는 호러컬렉션은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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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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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잘할 수 있겠지. 가치 있는 모든 일이 늘 그렇듯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은 잘하게 될 것이다.
(187p)

밤이라는 시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마치 오늘 하루는 이대로 끝이라는 듯 커튼을 닫고 침대로 향한다. 밤 역시 낮만큼이나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4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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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마트 한켠에 디엔에이믹스(DNA MIX) 라는 기계가 생긴다. 2달러를 낸 후 면봉으로 볼 안쪽을 문지른 후 넣으면.. 두근두근, 내가 가능한 신분을 말해주는 파란 종이가 출력된다. 어느새 디어필드 마을 사람들은 이 기계의 말도 안되는 결과에 흥분하고 어제와 다른 하루를 살아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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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릴 적 수학여행 갔을 때 천원인가 내고 손바닥을 쫙 피고 있으면 손금으로 보는 오늘의 운세 이런 기계가 떠오르는데? ㅋ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결과에 대해 떠들고 갑자기 직업을 바꾸려하며 꿈을 찾으러 떠난다고 설레여한다. 마술사, 목수, 뮤지션, 운동선수, 카우보이, 왕족… 등등 다양한 직업들과 형용사들이 난무하는 이 기계를 진짜로 믿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 극적인 재미, 혹은 현실을 잠시 벗어나는 일탈을 안겨주는 듯하다. 이런 상상을 해보는 건 죄가 아니니깐!

지금 내 인생이 진짜가 아니길 바란 적이 있었나.(놉) 어릴 적 막연히 꿈꾸었던 것이 나의 진정한 삶이라는 결과를 만난다면 온 몸에 전율이 흐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노멀한 이대로가 충분히 좋으니깐 (슬픈 건 어제까지 안녕)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을까.

애플TV 드라마로 올 해 상반기 방영이 확정되었다는 이 소설, 겨울날 뭉근한 감동과 온기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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