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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된 희망
폴리 토인비 지음, 이창신 옮김 / 개마고원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직접 빈곤의 현장을 체험하고 쓴 책이고, 또한 영국인인 작가가 폭로하는 실상이 실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 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가 경험한 병원 운반원, 빌딩청소원, 학교급식원, 텔레마케터, 간병인 등은 용역업체 직원이기도 했고, 최저생계비도 못미치는 저임금이었다. 영국이 이럴진데 영국의 것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우리의 복지정책은 어떻겠는가...정부지출 대비 사회보장 지출이 영국은 31.1%인 반면 우리나라는 10.8%에 불과하단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살기 힘든 저소득층의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하며,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이 중요하다.
이책의 맨 마지막 장에서 인용해 본다...
<무슨 일을 하든 늘 돈이 문제였다. 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식사에서부터 여가를 즐기거나 술을 한잔 할 때도 돈이 부족했다. 쇼핑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그동안 쇼핑이 내 삶에, 그리고 모든 현대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학을 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오늘날 가난을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말이 있다면 바로 '제외'라는 말이리라. 평범한 즐거움에는 하나같이 '출입금지' 표지판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소비사회는 '출입금지'를 명한다. 이보다 더한 차별정책이 또 있으랴. '제외'는 도시 풍경을 살벌하게 만들었다. 이걸 사라, 저걸 사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번쩍번쩍 빛나는 상점은 총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돈이 모자라 가장 싼 음식을 고르는 일은 결코 즐거운 쇼핑이 될 수 없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움만 더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