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카 No.9
이은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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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맨얼굴과 맞닥뜨리다!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또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더 먹먹해진다. 얼마 전에 나는 시집을 출간했다. 집을 한 채 지었는데 왜 갈 곳이 없어졌는가. 내가 피 흘리며 짧게 기거한 곳은 한 젊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 “발치카 NO 9”

 

   여기서 나는....... 무슨 일이 분명 일어났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세상과 맞닥뜨렸다. 어딘가로 자꾸 흘러가려는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 P의 사람들은 T로 가려하고 T의 사람은 P에 있다. “꿈꾸어 가면, 살아집니까?” “우리가 T에 가면 공부됩니까? 부자 되어 살아집니까?”........아무도 끝내 답을 하지 못한다.

 

   죽어가나 했더니, 다시 살아있다. 피범벅인가 했더니 다시 말끔해진다. 그리고 다시 혼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설은 혼몽 속에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라는 걸 확인하라는 듯이 생생하다. 도톨하다. 필사적으로 잡은 손에서 손가락 하나가 떨어져 나온다. , 이런 강렬한 외로움이라니!

 

  이 동물원의 코끼리들은 설사를 하면서도 퍼레이드를 한다. 자식이 죽어나가도 대못을 삼키며 혼자 가슴을 쳐야한다. 울음소리를 몸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는다. 가혹하지만 이것이 내가 이 소설집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들이다. 꽃은 다시 무더기로 피고, 수로에 다시 물이 차오르고, 코끼리가 더 이상 설사를 하지 않는 그런 곳은 어디인가.

 

    나는 소설가 이은선의 가슴과 손등에 새겨진 코끼리 주름을 더듬으며, 아홉 가지 도수의 맥주를 마셨다. 바람을 휘고, 눈을 맞고, 볕을 낱낱이 세며 쓴 이 소설의 필사적인 파국과 함께 찢겼다가 다시 걸어 나왔다. 다시 살고 싶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미 살고 있는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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