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명랑 소녀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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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10대다. 나를 포함한 10대의 변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현대 청소년들은 이른 나이에 술, 담배, 마약, 성 문화를 접하게 되어 어른들의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오히려 어른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한탄한다. 우리들의 속이 궁금하고 답답하여 한숨 쉬는 것은 오늘날의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이 되었다. ‘독립 명랑 소녀’를 읽는 내내, 작가 김혜정은 오늘날 십대의 속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도입부는 내게 그리 공감을 주지 못했다. 달동네를 연상시키는 후줄근한 동네에 사는 주인공 차율미. 이 소녀는 어릴 때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여동생과 함께 산다. 아빠는 공사현장에 일하러 다닌다. 중산층 이상의 청소년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소설일까? 그렇지 않다. 결국 어디에 살건 어떤 취미를 가졌건 청소년들의 고민은 모두 같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어른을 바라보는 시선, 아직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성(性)에 대한 이해와 인식. 율미도 그런 청소년들 중 하나다. 가수가 꿈인 그녀는 옆 집 할머니에게서 풍기는 엄마의 향기에 그리움을 느낀다. 율미의 친한 친구였던 산아의 죽음 또한 그녀를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렇듯 율미도 이 세상의 모든 십대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혼란스런 상황에 부딪히며 성장하고 있다. 작가는 꼭 자신의 오래 전 일기를 들추듯 생생하게 십대들의 마음이 되어 이 글을 썼다. 담담하지만 강렬한 문장이, 순간순간 느끼는 우리의 감정을 잘 포착하여 사진으로 선명하게 출력해 낸 것 같다.

 

  이 책에는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원숭이에 대한 연민과 여러 가지의 갈등, 옆집 할머니에게서 느껴지는 엄마의 모습과 그리움을 잊으려고 부정하는 모습, 같은 반 친구가 느끼는 동성애를 이해하는 마음, 옆집 할머니의 죽음으로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인 오디션을 포기하는 결정 등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된다. 탄탄한 구성과 거창하진 않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전형적인 십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율미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우리 십대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청소년기에 우리들은 여러 갈등 속에서 ‘선택’을 하며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새로운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신선한 충격은 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십대 속에는 무궁무진하고 흥미진진한 미래가 들어있다. 이것이 바로 어른들이 자식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독립 명랑 소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모호한 감정을 문장으로 확실하게 표현한 점이다. 마치 십대의 일기장을 펼쳐 읽는 듯 평범한 것 같지만, 살을 만지는 것같이 실감나는 표현력은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마지막 장에서 율미와 동생 솔미가 원숭이 새끼를 업고 공터를 걸어가는 장면은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슬픈 상황 속에서도 율미와 솔미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소설은 끝났지만 율미와 솔미는 이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십대들이 단지 ‘공감’만을 하지 말고, 자신이 특별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율미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였을 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한 권의 책에서 율미의 미래가 느껴져 다 읽고 나서도 가슴이 설렌다. 나도 십대이므로 이 세상 모든 십대들을 응원한다.

 (엄마의 아이디를 살짝 빌려서 리뷰를 쓴다. 이래도 되나? 나는 십대니까, 그 어떤 일에도 약간의 모험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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