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24시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느낀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 어떤 계기가 되는 사건과 사물에 내 속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투사할 때(아니, 정확히는 내가 투사하는 게 아니라 투사하도록 그쪽에서 요구당한다는 느낌이다.) 불현듯 무언가를 '느낀다'고 깨닫는다.
그러한 순간들은 무언가를 '느낀' 순간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라 해야 맞지 않나 싶다. 어떤 한 가지 사건이나 사물 때문에 그런 폭발적인 '깨달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건들, 사물들에 우리는 이미 수많은 것들을 '느껴오고' 있었고, 그런 수많은 일상적인 느낌들이 교차되는 교차점에 위치한 특정 사건과 사물이 우연히도 그런 감정적 폭발을 일으키는 촉매가 된 것일테다. 마치 쾰러의 통찰 이론처럼 일상의 감정적 깨달음도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