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0쇄 기념 한정판)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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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뫼비우스의 띠'라는 입체는 안과 밖을 구분할 수가 없는, 안쪽면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따라가보면 어느새 안쪽면이 바깥면이 되어버리는 입체다. 꼽추와 앉은뱅이는 입주권을 사들이는 승용차 속 사나이를 폭행하고 결국은 죽인다. 명백한 살인 사건의 가해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한쪽 면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꼽추와 앉은뱅이는 피해자, 승용차 속 사나이는 가해자처럼 보인다. 이 소설은 뫼비우스의 띠라는 입체처럼 누가 가해자인지,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었던 시대를 돌고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난장이의 키는 두 여자의 어깨 밑에까지밖에 안 찼다. 두 집 여자는 거인처럼 서서 고개를 저었다.

난장이는 약자다.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으로도 약자였고, 태생의 신체적 결함이 주는 선입견에 의해 사회적으로도 약자였다. 신체적 약점은 타고 난 것이었고, 사회적 지위는 타고 나지 않았으나 타고난 것처럼 주어졌다. 그래서 평생을 난장이로서, 약자로서 고통 속에서 살아갔고, 죽음도 난장이로서 맞이했다.


평생을 일하고,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왔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죽은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는 것이 난장이의 유일한 꿈이었다. 이 죽은 땅에서 온 생애를 살아온 난장이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 까만 쇠공이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날아갔다. 분명 난장이가 쏘아올렸을 것이다. 달나라를 향했을 것이다.

죽은 땅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삶을 뜻하는 것일까


먹이피라미드의 제일 아래에 위치한 난장이 가족들은 시대가 가하는 경제적, 사회적 고문들을 이기지 못했다. 시대 자체가 불공정한 의무를 강요했기 때문에 시대 속에서 권리를 얻을 수 없었다.


현대에도 분명 난장이가 존재한다. 먹이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는 최상위포식자 또한 존재한다. 다만 눈에 보이던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조금 더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어갔을 뿐이다.


이 슬픈 시대 속에서 나는 오늘 난장이에게 가해지는 시대의, 사회의 일방적 폭력을 보고 눈감아버리지 않을 정도의 양심, 시대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 올바르지 못함에 분노할 수 있는 순수, 달나라를 향한 열망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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