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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타인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의 내적 표현 욕구에만 따라 살아가는 삶은 타인의 눈에는 전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우리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삶이란, 우리 자신의 내적 욕구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내적 욕구의 충족을 통한 자기완결적 자아와 타인의 시선이라는 요구에 의해 조작된 자아, 양자를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야 할 것인가는 타인과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의 영원한 화두일 것이다.
표현은 정직하다. 아무리 꾸미고 멋을 부려도 자기 자신 이상의 것은 내보일 수 없다. 자신 이상의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은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공허한 것이 된다. 타인을 의식해서 뭔가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과 내면의 유의미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표현은 그런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예술가란 그런 의미에서는 가장 정직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개인의 신념이나 이상이 다원화되었다. 사회구성원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개인의 신념과 가치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개인 내부의 가치와 신념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개인의 내부의 가치를 오롯이 표현하는 과정은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에게 외면받고 배척받지만, 외면과 배척의 과정을 거쳐 표현된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의 표상인 '작품'은 사회구성원을 설득한다. 그리고 외면과 배척의 과정까지도 작품의 아름다운 가치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된다. 즉 개인의 신념이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제 영혼의 비밀을 산 제물을 바치듯 바치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가치의 추구야말로 보편적인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역설적이지 않은가.
(수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