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일본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소설이었다.일본적 농도 라고 할까. 같은 어둠이라 하더라도 우리네 그것에는 빛이 스며들기가 쉬운 가벼운, 손으로 풀어헤쳐질 수 있을 것 같은 스산함이 있다. 반면에 일본적 어둠은 좀 더 농축되어서 더더욱 캄캄하고 공기밀도와는 상관없이 끈적한, 어둠 그 자체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만큼, 또 움직이기가 불편해질만큼 진한 그것이다. 그런 농도 짙은 어둠은 조금 더 어둠이라는 것의 본래 모습에 더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우리가 대면하는 객체들이 더 노골화되어질수록 우리는 불편해진다. 앎이란 종속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지 속에서 더 자유롭지만 그래도 우리는 앎을 동경한다. 종속을 갈망하는 건 우리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그래서 이 소설의 노골적인 인간 관찰기는 뭔가 불편하고 당장은 꺼려지는데도, 인간을 알고싶은 욕망을 누를 수 없었다. 마치 명령같았다.조금은 세상을 조심하지 않게 되었다는 요조의 독백이 슬픈 느낌을 주었던 건,순수와 무지만이 누릴 수 있는 공포, 그 공포 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관찰자라는 자격, 그것의 상실에서 오는 아쉬움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