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 섹스 -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인생학교 1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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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인생학교-섹스

Alain de botton의 글을 읽으면 보통이라는 그의 이름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시각으로 문제들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함과 'botton' 이라는 그의 이름이  주는 어색함이 재밌다.(사실 botton 이란 단어가 한글로 읽히면서 오는 오해일뿐이겠지만)

일단 Botton의 글이라고 했기에 또 어떤 색다른 시각으로 '이 양반은 정말 기발해' 하는 감탄을 줄까 하는 기대감이 먼저 들었다는걸 숨지는 않겠다. 거기다 주제가 '섹스' 라니 금상첨화. 최근 두드림을 통해 들었던 도올 선생의 내용도 있었으므로 동서양 철학의 석학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보여주는 다른 견해를 확인해볼 수 있었던 재밌는 독서였다.

섹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양심상의 가책을 벗어던지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즐기자.

로 이 책을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책을 다 읽은 지금, botton의 생각에 나의 생각을 슬그머니 얹어서 인생학교-섹스 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몇가지로 정리해볼까 한다.


먼저, 상대성에서 벗어나자.

botton이 제일 먼저 제안하는건 '섹스를 상대적으로 파악하지말자' 다. 우리는 은연중에 다른 사람의 관계와 나의 관계를 비교한다. 섹스에 있어서 비교는 독이다. botton은

남들은 섹스에 대해 기분 좋고, 온당하며 강박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며, 안정된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왜 그렇지 못한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책망하고 고문한다. -18p

라고 말한다. 확실히 우리는 섹스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있다. 있는 그대로 눈을 돌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정확하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결과적으로는 현대인의 섹스에 죄책감을  주고 있다는 부분이다. botton은 프로이트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프로이트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의 성생활은 성장환경과 관련된 두가지 사실에 큰 영향을 받는다.
첫째, 유년기에 성관계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관계의 사람들로 부터 사랑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성인이 되면 특정한 부분에 대해 어린 시절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과 닮은 사람을 연인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29p

결국 가정에 충실할 수록 우리가 가진 사랑의 가치는 점차로 가족적인 이미지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곧 부인이 엄마가 되어버리고 부부관계가 근친상간이 되어버린다는 것. 사랑의 감정이 가족적인 가치로 변해가는 가는 과정은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섹스에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는건 조금은 설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부분은 그 뒤에 이어진다.


그리고, 새로움을 보자.

고로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새로운 상대가 아니다. 친밀한 상대를 새롭게 인식하는것이다. 이때 인식의 초점은, 배우자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배우자의 '있는 그대로'의 실제다. -132p

어떻게보면 정석인 이 대답만큼 명쾌한 해석은 없는것 같다. 이는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botton의 논리와도 일치되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즐기자' 는 인생의 행복을 찾는 시작점이다. 상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볼 줄 아는것, 상대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줄 아는것이 좋은 관계를 만드는 법일것이다. 이것에 대해서 botton은 예술작품을 비유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위대한 예술작품의 힘은 다른데 있다. 위대한 작품들은 우리가 이미 이해한다고 여기던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해줭 익숙한 겉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매력, 혹은 간과해왔던 매력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그런 작품들 앞에서 우리는 평범하게 여겼던 일상의 요소들을 어느새 다시 평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137p

새롭고 비일상적인 사람만이 해답은 아니다. 중요한것은 나를 둘러싼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각을 갖는것, 그리고 그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자

섹스에 관한 이미지들은 너무도 강렬해서 우리의 빈 시간들을 손쉽게 점령하고만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섹스의 문제는 개개인의 관심을 건설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그 내용의 유해함과는 별개로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뺏는다는 점에서 섹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유해하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중요한것이 몰입하지 않기 일것이다. 이에 대해 알랭드botton은 말한다.

섹스는 우리를 집 밖으로, 그리고 우리 자신의 바깥으로 나돌게 한다. -227p

라고.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곤란한것. 그렇기에 몰입하지 않기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완벽을 추구하지 말자

궁극적인 '오류'는 결혼에  대한 특정 관념과 마찬가지로 '이상주의'다. -210p

중요한건 '문제가 일어난 것' 이 아니라, 이미 벌어져 버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 완벽함을 원하는데 이는 일종의 결벽증과도 같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뜻대로 어김없이 돌아가던가? 사는 것이란 성공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수들이 쌓여서 성공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결혼생활은 침대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네 귀퉁이가 반듯하게 펴지지 않는다. 한쪽을 제대로 펴놓으면, 다른 쪽이 더 구겨지거나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 -213p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완벽함에 대해서 포기하는 순간,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들로 가득하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건 이러한 가능성들에 대한 포기와도 같다. 


역시, 알랭드보통.

Botton에게 기대했던 바 그대로의 책이었다. 
언제나 Botton 의 주된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상황의 '다시보기'다. 그만의 돋보기로 들여다본 삶의 모습, 그것이 독자에게 받아들여지면 그것은 기발함이 되고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말장난에 그치고 만다. 이것이 Botton의 특징이자 한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내게 기발함으로 다가왔다. 
역시, 알랭드보통 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 섹스도 이렇게 외설스럽지 않게 정리할 수 있구나 싶다.
그가 말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포르노가 기대된다.(불가능 할거라고 본다.)



JAN.2013.
w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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